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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바다시인 Oct 06. 2023

2살 책벌레 아이, 적어도 ‘서울대’는 갈 것 같은데

[육아일기] 2023년 10월 6일


아이가 잠들기 전, 거실 책장에 꽃혀 있는 책을 꺼내 읽는다. 

아이는 현재 생후 24개월. 

글자를 알지 못한다. 말도 못 한다. 

그런데 책은 용케 본다. 

읽을 수가 없으니, 보다가 맞겠지. 


오늘도 아이는 거실에서 20권 정도를 꺼내 본다. 

가끔은 옹알이하면서 뭐라 뭐라 말한다. 아빠가 그림을 가리키며 설명한 것처럼. 

또, 아이는 안방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도 10권 정도 꺼내 본다. 

이래서 늘 자기 전 잠자리는 초토화가 된다.


이렇게. 

아이가 잠자기 전, 그리고 일어나서 자주 하는 행동이 

바로, 책을 보는 것이다. 

생후 10개월 전부터 아이는 이렇게 책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여보, 우리 애가 하버드 가려나 봐. 책을 엄청나게 보네.”

“여보 닮아서 책 많이 보는 것 같아. 하버드는 오버고 서울대 정도 가려나?”


그랬다. 

아내가 보기에 나도 책을 많이 읽는다.

책이 없을 때는 웹소설이라도 매일 읽고 있으니. 

가족들도 그런 애가 나중에 크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가 책을 자주 보는 것도 걱정이다. 

다른 또래 애들보다 언어가 지연됐다는 소리를 듣고 나면서부터다. 


“저렇게 책을 자주 봐도 될까?”

“그러게, 아이가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 

또 걱정. 

넌 전생에 임꺽정이었니?

엄마 아빠가 너무 걱정이다. 


지난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만 19세 이상 성인의 '연간 종합 독서율(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 중 한 가지 이상 읽거나 들은 비율)'은 47.5%였다. 

성인 두 명 중 한 명은 1년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의미다.

연간 종합 독서량도 4.5권에 그쳤다. 


이런 시기에 우리 아이는 ‘책벌레’였다. 

저 통계에 우리 아이도 포함하면 연간 독서량이 늘어나지 않을까?

그런 멍청한 생각이 들다가 책을 유심히 보는 아이를 바라봤다. 


오늘도 최소 40권 정도를 봐야 잠을 자는 것인가?

아이는 아침에 책을 많이 못 봤다면, 잠들기 전에 이 책, 저 책을 꺼내 본다. 

하루 일 당량을 채워야 한다는 일념일까?

내 아들이지만, 대단하다!

멋지다! 연진, 아니 우리 아들! 


오늘도 나는 아이를 보면서 생각한다.

저 정도면 적어도 우리 애가 ‘서울대’ 정도는 가야 하는 게 아닐까?

이렇게 나도 고슴도치 부모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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