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나의 세상은 명동 프린스호텔 근처의 한 뼘 남짓한 사무실에 갇혀 있었다. 젊음이라는 밑천 하나로 뛰어든 일터에서 나는 스스로를 고립시키곤 했다. 밤 10시. 남들이 하루를 갈무리하고 꿈을 꿀 준비를 할 때 비로소 나는 무거운 엉덩이를 뗐다. 혼자라는 적막이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시간, 일 이외의 삶은 내게 허락되지 않은 사치라 믿으며 살던 시절이었다.
사무실 문을 나서면 낮 동안의 소란을 게워낸 명동 거리가 낯설 만큼 고요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시청역 광장 너머 김포행 버스를 타러 가는 길, 그 길은 나만의 고독한 퇴근 루트였다.
그 길 위에는 늘 누군가가 있었다. 낮은 바닥에 몸을 바짝 붙인 채, 고무 대야에 하반신을 의탁하고 조그만 돈통과 나지막한 찬송가 소리에 기대어 하루를 버텨내던 이들. 화려한 명동의 불빛 아래 가장 낮은 곳을 기어가던 그들을 마주할 때면, 나는 걸음을 늦추고 나의 발끝을 내려다보곤 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