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에디션 V6, 직렬 4기통 모델
‘Emira’는 아랍어로 공주 혹은 사령관을 의미한다. 물론 공주가 사령관을 맡을 수도 있고 역사적으로 그런 사례도 많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로터스에겐 공주님이 어울린다. 서킷을 댄스플로어처럼 누비는 섹시한 공주님.
로터스(Lotus)의 마지막 내연기관 스포츠카가 될 확률이 높은 에미라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로터스자동차코리아는 의 한정 생산 모델인 에미라 V6 퍼스트 에디션(Emira V6 First Edition) 모델이 국내 시장에서 초도 물량 완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에미라는 서울 강남의 도산대로 전시장에서도 선보여 많은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외관 디자인은 정통 2도어 미드십 스포츠카의 정수를 보여준다. 앞 범퍼부터 시작해 보닛과 A필러를 거쳐 날렵하고 탄탄한 트렁크 리드의 뒤태까지 매끈하게 이어진다. 그 사이의 라인과 볼륨감도 매력적이다. 엉덩이는 로터스 디자인의 핵심이다. 차의 중앙부에는 입체적인 도어 캐릭터 엔진 열을 식혀줄 리어 펜더의 공기 배출구가 눈길을 끈다.
20인치 V형 스포크 단조 알로이 휠을 적용했으며, 캘리퍼 색상도 블랙과 레드, 실버, 옐로우 중 고객이 선택할 수 있다. 타이어는 막강한 접지력을 뽐내는 굿이어 이글 F1 슈퍼스포츠 또는 미쉐린 파일롯 스포츠 컵2 타이어를 옵션으로 제공한다.
있는 에미라의 외장 색상은 님부스 그레이(Nimbus Grey), 다크 버던트(Dark Verdant), 헤델 옐로우(Hethel Yellow) 및 마그마 레드(Magma Red) 등 13가지에 달한다. 특히, 시그니처 색상인 세네카 블루(Seneca Blue)는 2024년 ‘푸른 용의 해’에 걸맞은 트렌디한 컬러로 바다처럼 깊고 시원한 청량감을 앞세웠다.
인테리어는 레이스카를 연상케 하는 낮은 포지션과 직관적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말 그대로 ‘운전자를 위한(For the Drivers)’라는 슬로건이 어울린다. 12.3인치 디지털 콕핏과 10.25인치 중앙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로터스가 직접 개발한 전용 콘텐츠를 제공할 뿐 아니라 안드로이드 오토 및 애플 카플레이를 기본으로 탑재했다. 시트 사이에 컵 홀더가 있다. 엔진 뒤쪽의 적재 공간은 151리터. 애초에 이 차는 짐차가 아니다. 드라이빙의 본질에 천착하는 로터스답게, 화려한 치장보다는 주행의 편의성에 관련되는 것만 첨단화했다.
에미라는 엘리스(Elise), 엑시지(Exige), 에보라(Evora) 등 기존 로터스의 경량 미드십 스포츠카의 계보를 잇는 차종으로, 전기 하이퍼카인 에바이야(Evija)의 디자인을 적용한 날렵한 모습을 자랑한다. 영국 최대 자동차 전문 미디어인 카와우(Carwow)로부터 로터스가 ‘올해의 브랜드’를 수상하면서 ‘빠른 반응성과 함께 가볍고 재미있는 최고의 로터스’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실제로 출력 대 중량의 비율이 ‘깡패’ 수준이다. 전장 4,413㎜, 휠베이스 2,575㎜, 전고 1,226㎜의 날렵한 차체에 토요타의 3.5리터(3,456cc) V6 슈퍼 차저 엔진을 시트 뒤에 장착한 미드십 레이아웃으로 운전의 재미는 태생부터 보장돼 있다. 엔진의 최고 출력은 405ps이며 최고 엔진 회전수는 6,800rpm으로 특유의 회전 질감과 슈퍼차저 특유의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최대 토크는 42.8kgm인데 공차 중량은 1,458kg이다. 순수한 스포츠카의 손맛을 느끼고 싶다면 아이신의 6단 수동변속기를, 빠른 반응과 편리성을 즐기고 싶다면 토요타의 6단 자동변속기를 택하면 된다. 0→100km/h 가속 시간은 자동변속기가 4.2초로, 수동변속기보다 0.1초 빠르다. 최고 속력은 288km/h다.
보다 트렌디한 토크 머신으로서의 성격을 갖는 직렬 4기통 엔진도 있다. 메르세데스의 A45 급에 들어가는 M139 엔진을 장착한 2.0리터(1,991cc) 트윈 스크롤 싱글 터보 모델도 선택 가능하다. 최고 출력은 364ps, 최고 회전수는 7,200rpm, 최대 토크는 43.9kgm에 달한다. 변속기 역시 메르세데스 AMG의 8단 DCT다. 공차 중량이 1,405kg으로 0→100km/h 가속 시간은 4.4초. 중량 대비 토크가 높다 보니 초반 가속은 좋지만 출력이 밀어줘야 할 구간에서는 V6보다 약간 떨어진다. 그래도 역동적인 펀카로서는 손색 없다. 게다가 공차 중량이 무거워 코너가 많은 서킷에서는 더 유리한 구조다.
가격은 V6 퍼스트 에디션 1억 4,900만 원. 자동변속기는 320만 원이 추가되며 블랙 팩 추가 시 220만 원, 알칸타라 스티어링 휠 추가는 70만 원이다. 퍼스트 에디션 직렬 4기통 모델의 경우 변속기 옵션 비용은 없으며 나머지 사양 선택 비용은 동일하다.
로터스는 브랜드의 글로벌한 명성에 비해 국내 고성능차 시장에서 지명도가 낮았다. 아무래도 퓨어 스포츠카보다는 고성능이면서도 일상 생활을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는 차량을 찾는 이들이 많은 시장 특성이 반영되었던 결과다. 그러나 소규모의 수입상들이 제품과 시장의 매치(PMF, Product Market Fit)을 구현하는 데 취약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러나 코오롱모터스가 공식 수입원으로 나서면서 숨어 있는 수요 즉 로터스가 잘 어울릴 만한 고객을 발굴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차량의 절대 대수는 많지 않겠지만, 퍼스트 에디션 이후에도 국내 퍼포먼스카 시장에서, 섹시한 공주님(Emira)의 활약을 기대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