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인도: 시킴(1)
마나스에서 돌아 나오는 길 내내, 내 머릿속에는 ‘자연에는 국경이 없다’는 문장이 맴돌았다. 자연은 아무렇지 않게 이어지는데, 사람의 마음만 선을 긋고 흔들렸다. 그렇게 카지랑가를 포기하고, 나는 더 위로 히말라야 자락의 시킴(Sikkim)으로 향했다. 그리고 2016년, 네 번째 인도 여행의 마지막을 시킴에서 보냈다.
원래는 펠링(Pelling)을 먼저 들렀다가 라방글라(Ravangla), 남치(Namchi)를 거쳐 갱톡(Gangtok)으로 올라갈 계획이었다. 지도 위에서는 깔끔한 동선이었다. 하지만 여행에서 ‘깔끔한 동선’은 대개 지도에서만 그렇다. 여행에는 늘 크고 작은 변수가 따라붙는다. 이번에도 내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시킴은 히말라야 자락의 고산지대라는 사실. 평평한 지도에서 곧아 보이던 길은, 실제로는 높고 구불구불한 산길이었다.
평지에서의 거리와 산지에서의 거리는 크게 다르다. 같은 거리라도 산에서는 이동 시간이 몇 배로 늘어나고, 몸은 그만큼 빨리 지친다. 가뜩이나 차멀미가 심한 나에게 시킴의 굽이길은 ‘참아내는 여행’이 아니라 ‘버텨야 하는 이동’에 가까웠다. 나는 그 길을 끝까지 밀어붙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결국 나는 시킴의 주도인 갱톡을 먼저 방문하게 되었고, 어쩌다 보니 보름 가까이를 그곳에서만 보냈다. ‘내일은 펠링으로 꼭 떠나야지’ 하고 몇 번이나 다짐했지만, 고갯길을 다시 넘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가 하루를 밀어냈고, 내 계획은 갱톡의 골목에서 조용히 풀어졌다.
처음엔 흐트러진 동선이 아쉬웠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그 ‘멈춤’이 오히려 시킴을 더 깊게 보게 했다. 시킴은 빨리 움직일수록 손에 잡히지 않는 곳이었다. 고산도로는 사람의 의지와 상관없이 속도를 낮추게 만들었고, 멀미는 “오늘은 여기까지만”이라고 몸으로 말해주는 신호 같았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돌아다니는 여행’이 아니라 ‘머무는 여행’으로 시킴을 읽고 있었다.
시킴은 인도 안에 있으면서도 인도 같지 않은 얼굴을 가진 땅이었다. 한때는 독립된 작은 왕국이었다가 1975년 주민투표를 거쳐 인도에 편입되며 스스로 ‘인도의 마지막 주’가 되었다는 역사부터가 독특했다. 무엇보다 이곳은 지도 위에서 ‘경계’가 너무 가까이 붙어 있는 곳이다. 히말라야 능선 하나를 사이에 두고 중국(티베트)과 맞닿아 있어, 국경의 긴장이 일상처럼 스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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