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어제였습니다. 드디어 이론으로 달달 배운 기술을 실습해보는 날 말이지요. 적당히 이쯤이면 사람 팔에 찔러봐도 되겠다 싶었습니다. 마지막 도전자를 받는다는 강사의 목소리에 번쩍 손을 듣고 달려갔더랬지요. 제 팔이 아닌, 랩 파트너의 피는 뽑는 것이라 조심에 조심을 가해서 바늘을 찔러 넣었습니다만 너무 깊이 찔렀는지 저도 놀라서 바늘을 빼버렸습니다. 강사는 살짝 뒤로만 빼라는데, 당황한 저는 무조건 바늘로 혈관을 찾아 낚시질(fishing)을 하지 말라고 배웠기에 뒤도 안 돌아보고 빼버렸습니다.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다시 하면 잘할 것 같은데 하는 마음이 10000이었어요. 과연 그럴까요?
제 랩 파트너는 흑인입니다. 사람마다 정맥혈이 깊고 앞을 수 있습니다. 모양도 방향도 제 각각이지요. 참고로 제 파트너의 정맥을 느껴는 지되, 보이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일단 알코올 거즈로 천자할 부위를 소독을 하고 나면 다시 정맥을 촉진할 수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눈이 빠져라 찌를 장소를 기억하고 째려봐야 하는데요, 하하, 안 보이니까 초보인 저는 더 어려웠어요. 제 파트너는 앞으로 5번 정도 다른 랩 동기들을 찔러보고 성공하면 다시 도전할 생각입니다. 저도 저이지만 그 친구도 미안해하더라고요ㅋㅋㅋ
그런데 말입니다. 아까 말한 그 10000의 마음이 저지른 일이 있습니다. 랩에서 21G 바늘과 바늘 홀더, SST튜브, 알코올 스왑, 2X2 거즈를 하나씩 제 가슴팍 안주머니에 챙겼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 문제는 이 재료가 아니라 제 배우자입니다. 일단 바늘을 무서워합니다. 피는 더더군다나 싫어하고요. 집에 도착할 때까지도 착잡했는데, 선생의 입장으로 꾹 참고 팔을 내어주더라고요. 결과는? 60초 후에.
랩 파트너 이후 벌써 2번째 실패입니다. 하하하. 정말 더럽게 안 보여요. 제 배우자 역시 정맥이 보이기보다는 느껴야 하는 팔을 가졌습니다. 불쌍한 배우자... 월요일에도 화요일에도 제 도전은 계속될 것입니다. 약국을 가면 멸균 주사기를 바늘과 파는데요, 차라리 이것들을 사서 연습을 하려고요. 바늘이 작아서 통증도 덜 할 거라 생각합니다. 마네퀸 팔과는 너무 다른 실제 팔이 야속한 토요일입니다. 앞으로 10번 성공을 해야 하는데, 그날이 곧 오길 바랄 뿐입니다. 기술이니 연습하면 늘겠지요.
토요일 낮인데요, 저는 침대에 누워있습니다. 반나절 쉬고 싶거든요. 어젯밤도, 심지어 점심 먹고도 숙제를 했습니다. 이제 남은 숙제가 2개고요, 더불어 이번 주 시험도 저번 주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3개가 잡혔습니다. 다음 주도 이번 주와 같겠지요. 8월 초는 기말고사가 잡혀 있고요, 그 후에는 병원 실습이 돌아옵니다. 평소처럼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는 이 실습 기간을 기다리는 제가 웃기네요. 그럼 바로 이어 4학기가 시작되지요. 참 흥미로운 3학기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조금 빨리 꺼져줬으면ㅋㅋㅋㅋㅋㅋ
다다음주에는 정맥 천자에 무사히 성공하고 돌아올게요.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