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게 잘못은 아니니까
#주간다다 48번째: 2020년 10월 셋째주
1. 책
- 배수연 시집 <조이와의 키스> 완독. 올해 두 번째로 끝까지 읽은 시집인데, 이번에는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읽을 때처럼 "이게 무슨 뜻이지?" 파고들지 않고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해봤다. 재미있게 읽었다.
- 캐럴라인 냅 <명랑한 은둔자> (김명남 역) 읽는 중. 최근에 시작한 100일 글쓰기 챌린지를 위해 샀다. 내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글쓰기를 하고 있기에 비슷한 목표를 지향하는 에세이를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아직 세 편 정도만 읽었지만, 일하다가, 퇴근길 지하철에서 갑자기 냅의 문장이 떠오른다. 그의 구체적인 증언이. ‘10대 때는 매력적인 남자아이가 곁에 있기만 해도 두려움에 말문이 막혀서 목소리를 잃었다.’ 이런 문장을 읽으면 내가 어떤 발화를 평생 피해왔다는 느낌이 들고, 부끄러워서 하지 못했던 고백을 쏟아내도 독자가 나를 이상한 사람, 결함 있는 사람으로 여기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생긴다. 독자를 믿고 싶어진다는 말이다. 나도 독자로서 냅의 이상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위안을 받았으니까.
2. 음악
NCT <NCT RESONANCE Pt.1>
야심으로 가득 찬 앨범. 이 앨범의 무서운 점은 이게 Part 1이라는 사실 아닐까? Part 2에선 대체 뭘 하려고. 전작 <NCT 2018 EMPATHY> 앨범보다 더 쫀쫀하고 유기적이다. 그런데 약간 느슨한 ‘스킵곡’ 하나만 넣어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든다. 너무 밀도가 높아서 앨범 통째로 듣기가 힘들다. 이런 생각이 든 앨범은 처음이다!
마지막 트랙이 ‘Make A Wish’ 영어 버전이고, 첫 트랙이 한국어 버전인데 트랙 순으로 반복 재생하면 ‘Make A Wish’를 연속으로 두 번 들어버리게 되는데, 엄청 지친다. 양기를 쫙 빨리는 기분이다.
3. 팟캐스트
<시스터후드> ‘자기만의 방을 찾아서, <프란시스 하>’ 편
일부 작품만이 선별적으로 재개봉되는 최근의 영화계 흐름에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호스트 윤이나 작가는 <프란시스 하>만큼은 재개봉을 반기는 듯하다. 다시 보면서 '그 때 그 영화'를 새롭게 보는 방식을 깨달았다고.
나는 이 평을 <시스터후드> 팀에게도 하고 싶다. <프란시스 하>를 해석하는 또 다른 길을 터줬으니 말이다. 프란시스와 소피의 관계를 이제는 ‘강력한 우정’ 뿐만 아니라 레즈비언적 ‘동반’, ‘파트너’ 관계로 해석할 때가 되었다는 지적에서 무릎을 쳤다. 최근에 <프란시스 하>를 봤다면 시스터후드의 팟캐스트도 꼭 듣기를 권한다. 스스로의 감상과 <시스터후드> 두 호스트의 감상을 비교하며 듣기 바란다. 의견이 같던 다르던 재미있을 것이다.
매주 본 컨텐츠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을 기록합니다. 인스타그램(@spaceandtime_)에서 2019년 여름부터 연재하고 있습니다. 유튜브(youtube.com/dadakim)에서 런던 일상 브이로그도 올리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