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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름 May 16. 2021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사라진 14개월은 어디에...

아마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면서 나의 일상도 멈춘듯 했다.

그나마 인스타그램에는 간간이 근황을 올리는 듯 싶었으나 이마저도 12월 31일을 마지막으로 멈춰있다.

그동안 얕지 않은 우울감과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고 회사를 다니면서 묘하게 알 수 없는 패배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다 우연히 회사일을 하나 해야할 게 있어 얼마만에 맥북을 열었으나

회사 계정이 인증이 안되는 바람에 갈길을 잃은 손가락이 즐겨찾기에 있던 브런치를 눌렀다.

놀랍게도 내가 비워버린 이 공간에 누군가가 들러 갔고 고맙게도 흔적들을 남겨주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아마도 나를 살아가게 하는 건 확실히 여행이었을 것이다.

여행은 내게 동기부여 하고, 새로운 일거리를 만들어 신이 나게 하고, 멋진 옷을 입고 싶어 몸매 관리를 하게 했다.

또 글쓰게 하고, 사진찍게 한 것 또한 여행이었던 것이다.


길어지는 코로나에 나뿐만 아니라 삶의 활력을 잃어가는 자들이 있을 것이다.

이러는 동안에도 현명히 아름다운 여행지를 찾아 살뜰히 국내여행을 하며 에너지를 채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는 반면,

집도 절도 잃은 마냥 바닥에 앉아 모래 위에 손가락으로 그림이나 그리고 있는 나 같은 사람도 분명히 나 혼자는 아닐 것이다.


나에게 코로나 블루로 나타난 이 증상은 '근속기간 연장'이라는 뜻밖의 이득(?)을 가져왔다.

뭐든 나서서 어떻게든 해결해보려던 스타트업 DNA는 어디가고

주어진 환경에 맞게 겉으로는 '네 알겠습니다'를 외며 속으로는 '어쩌라고'를 외치는 진정한 회사원이 된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이 일들이 나에게는 왜이리도 더디게 왔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어떻게든 여태 버티고 잘 앉아있다.

나이도 먹고, 안정적인 삶도 꿈꾸면서 평범한 사람처럼 다져져가고 있다.

에너지를 잃고 현실에 적응을 한다.

순응하는 듯 하지만 여전히 반항하는 내가 있다.


1년 전의 나는 알지 못했던 것을 지금은 안다.

기록을 남기기 위한 기록을 다시 해보자.

시작이 반이다.




아참,

제가 없어도 제 글방에 놀러와주신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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