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W 2|치킨 속에 네가 있을까 봐
나에게 정말 안 맞는 음식
나는 내가 치킨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만남의 상대의 취향에 흡착된,
치킨의 숨겨진 트랜스지방만큼이나 불가피한 습관이었다.
기억으론 나는 그와 치킨을 먹으며 친해졌고
마지막 파멸의 순간 전에도 치킨을 먹었다.
어린 시절 치킨집을 차리는 게 꿈일 정도로 치킨을 좋아했다던
혹자는 이제 소꿉장난 같은 기억이지만,
치킨 포비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은
보기만 해도 내 영혼이 체한 순간이 겹치면서 그냥 싫다.
세 쪽의 법칙이랄까.
처음 한쪽은 매력적. 두 번째 쪽도 역시인데
세 번째 쪽부터 색다른 맛은 모르겠다. 기름이 입에 베이는 것밖엔
나의 편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간간이 입에 대어보긴 하지만
30분 후 찾아오는 메슥거림은 치킨 포비아를 가중시킨다.
품질에 따른 차이도 아니며 나 스스로 치킨을 먹었다는 생각에 속이 안 좋기도 하다.
믿음 깨진 순간에 기인한 어쩔 수 없는 불신인지 몰라도
사람들과 치킨을 먹는 것만큼 나에게 위협인 것도 없었다.
왠지 닭의 기름이 튀어나와 물과 기름의 관계로 변할지 모른다는 생각
꼭 치킨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헬 HEL 푸드는 있지 않던가
단정하게 다리를 꼰 삼계탕, 선탠을 한 훈제는 괜찮은 거 같다.
하지만 밀가루 옷을 포실 포실하게 입을수록
황금빛 튀김옷을 자랑할수록 치킨답고 나는 멀리한다.
p.s 지금 같이 치킨 뜯는 사람에게 잘합시다.
지인 중 한 사람은 저와 비슷한 이유로 매운 갈비찜을 멀리하더라,
억지로 먹이려다 맞을 뻔
* 프라이드치킨에 대한 기억이며, 닭에 대한 포비아가 아닙니다.
본인은 안동찜닭, 닭 가슴살 부리토, 닭볶음탕, 초계면 등 다양한 닭 요리를 즐깁니다.
* 대학시절 한강에서 치킨을 함께 먹은 친구들과는 진정한 교감을 나누었습니다. 치킨 포비아는 그 당시 없었음을 밝힙니다. 그를 못 잊는 것과는 무관한 것으로 그냥 싫은 겁니다. 이래 놓고 훗날 남편이 치킨을 너무 좋아해 다시 마니아가 될진 모르겠으나.
* 본 글은 개인의 경험에 근거한 푸드에세이로 공감이 없더라도 한 개인의 사고에 의한 사실적 묘사임을 알립니다.
* 개인의 다른 기억을 덧붙이셔도 지구온난화나 제3세계 기근에 악영향이 없으니 환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