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째 다니는 치과가 있다. 인천에 위치한 치과 전문 병원인데, 교정을 위해 대학생 때 찾았고, 지금은 교정이 잘 자리 잡았는지 확인하러 6개월에 한 번씩 간다. 교정과 특성상 한번 치과를 정하면 3~5년씩 다니며 치아교정을 해야 하고, 어린 아이나 학생들이 주요 고객이다. 그래서인지 원장님은 이제는 30대 중반이 된 나를 여태 학생 취급하신다. 사실 처음 교정과를 찾았을 당시에도 20대 초반이니 어린 나이는 아니었는데, 환자들이 늘 중고등학생 이어서 그런 것일까. 어찌 되었든 평소에는 이런 취급을 받을 일이 없으니 정겹기만 하다.
대학 졸업 무렵 교정이 끝나 유지장치를 받은 뒤, 7년 정도 치과를 찾지 않았을 때가 있었다. 공부하랴 취직하랴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는데, 갖고 있던 유지장치를 분실해서 다시 만들려고 찾았을 때가 작년. 설마 아직도 계실까 했는데 병원은 (좀 낡았지만) 그대로였고, 오랜만에 뵌 원장님은 머리가 하얗게 쇠어 있었다. 나를 알아보시고는 '이게 얼마만이야! 왜 이렇게 안 왔어!' 하며 나를 타박하셨다.
그는 교정을 할 당시에는 좀 더 말수가 적고 엄격한 분위기의 중년 남성이었는데, 나이를 들어서인지 수다가 많아지셨다. 게다가 교정과 특성상, 진료 중엔 입을 벌리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서로 대화할 틈이 별로 없다. 하지만 매달 교정을 위해 찾아가길 3년여, 알고 지낸 시간이 꽤 되다 보니 반가운 것은 어쩔 수 없다. 고등학교 시절 은사님을 10년 만에 만난 느낌이랄까. 그 시절 생각에 괜히 기분이 좋았다.
다행히 유지장치는 다시 만들 필요가 없고, 6개월마다 점검하러 오라고 했다. 그 6개월이 오늘이었는데, 원장님이 내 치아를 보시고는 '왜 이렇게 관리를 잘했어! 스케일링 안 해줘도 되겠네.' 하셨다. 나는 치실을 꾸준히 하는 덕분이라 답했고, 원장님은 웃으시면서 '그래, 이제 그럴 나이가 됐지. 관리해야지.' 하며 웃으셨다. 이제 장가가려고 치아 관리하냐 하시기에, 저 결혼도 했고 아이가 3살이라 하니 깜짝 놀라셨다. 어쩐지 은사님을 보러 온 장성한 제자 같아서, 괜히 멋쩍었다.
원장님은 아이도 한번 데려 오라고, 나중에 아이가 만 5살이 되면 치아 상태를 보러 데리고 오라고 했다. 난 꼭 그러겠다고, 그때까지 오래 하셔야 한다고 했다. 진심이었다. 그리고 원장님 덕분에 치아도 잘 자리 잡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일도 잘하고 결혼도 해서 자식도 있다고, 하며 주워섬기고 싶었지만 어차피 또 만날 사이, 6개월 뒤를 기약하며 인사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