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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지의 Mar 02. 2016

#4. 장수 꽃게장 전문점

온전히 간장게장에만 집중할 수 있는 당진 장수 꽃게장

간장게장의 식탁은 소박해야 한다.


찬바람엔 유난히 간장게장 생각이 난다. 그리하여  지난주 토요일, 당일치기로 급하게 식도락 여행을 떠났다. 태안 - 당진 - 안성을 찍고 오는 하루 코스. 간장게장은 식욕을 절정으로 끌어올린 낮에 당진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태안에 수요미식회에 나온 태화당이 맛있다고 하여, 원래 목적지는 그곳으로 정하였으나 삼청동 큰 기와집이 떠올랐다.  지난해 여름 강화도에서 우연히 찾은 간장게장집이 그 유명한 집에 비해 더 내 입맛에 맞았던 것. 이번에도 과감히 태화당을 스킵하고, 태안이 아닌 당진에서 소문난 곳을 찾았다. 


장수 꽃게장 전문점


외관에서 풍겨오는 느낌은 노포의 느낌도 아니요. 세련된 느낌도 아니니, 그냥 지나친다면 눈에 밟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맛만 있다면 오히려 눈에 띄지 않는 이런 외관의 가게를 아는 것은 일종의 뿌듯함이. 

이곳은 다른 간장게장 전문점에 비해서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 꽃게장 1인분에 19,000원이니 태화당에 비하면 거의 반 값이라고 볼 수 있다. 음식이 나오면 왜 이 가격인지가 기본 상차림에서 짐작이 된다. 다른 반찬들이 그닥 화려하지 않으니 소박하다. 정말 간장게장 하나에만 집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별명이 무려 밥도둑인데 다른 반찬들이 화려하게 수놓아지는 것은 밥도둑을 무시하는 처사다. 그러니 적은 반찬에 이 가격은 정말 합리적이고 좋은 인상을 준다.


속이 꽉찬 꽃게장


간장게장 맛집에 가면 응당 그렇지만, 비주얼이 압도적이다. 윤기 나는 빛깔과 꽉 찬 속은 잠시 대화가 중단될 것을 예고한다.


게 다리의 끝 부분은 응당 칼집이 나 있다. 그래야 양념이 골고루 잘 밴다. 이렇게 하면 속을 잘 못 빼먹는 사람들도 나중에 쉽게 먹을 수 있는 장점이 또 생긴다. 먹다 보면 역시 다른 반찬을 손댈 새가 없이 공깃밥이 줄어드는 걸 볼 수 있다. 건장한 성인 남성이라면 한 공기로는 좀 부족하다.


다리 살을 다 발라먹으면, 이제 하이라이트인 게껍질 차례다. 게 껍질에 밥을 비벼먹을 때는 밥을 어느 정도 넣어야 하는지 감이 잘 안 올 수 있다. 많이 넣으면 맛없어 보일 테고, 적게 넣으면 짜다. 이 집에는 이 문제를 조금 현명하게 해결해줄 수 있는 아이템이 있다. 바로 마른 김이다. 우리가 보통 과메기에 싸 먹는 간이 되지 않은 김을 내어 둔다. 간장게장을 밥과 함께 싸 먹으라고 주는 용도다. 이 김을 사용해서 간을 맞추면 손쉽게 맞출 수 있다. 밥알이 게장과 비슷한 비율로 담기게끔 밥을 넣고, 그 위에 김을 잘라서 뿌려준다. 강한 짠맛을 김이 잘 잡아주니 이렇게 먹으면 정말 별미다. 이렇게 다 먹을 때까지 고스란히 간장게장에 집중할 수 있었다. 간장게장의 상차림은 소박해야 한다는 지론이 통했다. 


간장게장을 담그기 가장 좋은 시기는 3~4월이다. 보통은 산란기가 5월경이니 알이 꽉 찼을 때가 젤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때가 장에서 쓴맛도 더 나고 살도 별로 없다.  간장게장을 담그는 기간은 최소 2주 정도 소요되니 넉넉잡고 4월 중순쯤 간다면 가장 싱싱하고 맛있는 게장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으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상차림이 소박해 간장게장의 맛에만 집중할 수 있는 당진의 맛집. 장수 꽃게장. 시기를 잘 맞춰서 이번 봄에 더 맛있는 간장게장을 먹으러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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