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셉츄얼한 다이닝의 끝을 보여준 가이세키 코스
독창적인 컨셉의 요리는 항상 리스크가 크다.
하지만, 그걸 완벽히 해낸다면 '코사카스럽다'고 하지 않으려나 싶다.
시즈널한 컨셉을 창의적으로 드러낸 코스. 톡톡튀는 매력의 요리에 어울리듯 업장에 퍼지는 음악도 오프비트의 재즈다. 이렇게 개성 넘치는 분위기로 조화로웠던 코스는 맛을 보면 또 다르게 다가온다.
재료 간 밸런스가 참 잘 맞는다고 느껴지는데, 결정적인 순간마다 미소의 사용이 눈에 띈다. 핫슨에서 사용된 미소만 얼추 두 가지. 미소 컨트롤의 내공이 느껴지는 요리들이 특히 감탄을 자아낸다.
혀가 무거워질 즈음 적절한 타이밍에 클렌징 샤베트가 나오는 섬세함. 메인 디쉬와 함께 메인 셰프가 고객의 테이블에서 갖는 스킨십. 그리고, 부담주지 않는 선에서 최선의 친절을 베푸는 서버분까지 하나하나 모여 정말 근사하다.
디너는 두 가지. 코사카코스 15 / 코토부키코스 10 로 나. 구성의 차이는 구이요리와 메인 솥밥 그리고 디저트에서 차이가 나며, 이왕 갔다면 코사카코스를 선택하는 게 전반적인 코스의 완성도를 보기에는 더 좋다.
(시즌 마다 구성은 변경되며, 여기서 소개하는 구성은 2019년 봄 컨셉)
첫번째, 핫슨. [핫슨(八寸)은 말 그대로 약 24센티(잇슨 = 약 3센티)의 상을 말한다. 카이세키 초반에 2~3가지의 젠사이를 담아 내는 상을 생각하면 다.]
스미소에 전복, 가리비, 깨두부 조합. 푸아그라와 곶감이 들어간 모나카가 나왔다. 혀가 진득해지는 느낌이라 코스 초반에 단음식이 나오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곶감에서 잠시 멈칫했지만, 모나카를 붙여둔 미소와의 궁합 덕분에 단맛이 많이 상쇄되어 다행이다.
두번째, 사시미 모리아와세는 겨울벚꽃과 함께 수수하게 등장.
젖은 천은 사시미가 있는 내부 습도를 보존하려는 것 처럼 보인다. 천을 열어보면,
전갱이, 아까미, 옥돔, 단새우, 오징어가 들어있다.
이 집 사이드킥 중 하나가 와사비인데, 그냥 먹어도 맥주안주하기 딱 좋을 정도의 알싸함이 있어 간장 없이 발라먹기 좋다.
세번째는 봉초밥과 금태 치마키 스시.
뒤에 댓잎에 가려진 치마키스시가 인상적이었는데,
이렇게 댓잎을 펼치면 금태 치마키스시가 모습을 드러내고, 은은한 댓잎향과 함께 쪄진 금태의 고소한 맛이 강하게 느껴진다.
네번째로는 국물요리가 나온다.
면을 감싸고 있는 것은 옥돔구이고, 국물은 이치반다시. 위에 올려진 키노메(산초 어린잎?)가 향긋하다.
다섯번째, 은행과 찹쌀밥 위에 올려진 금태구이.
위에는 어란과 와사비가 올려져있다. 역시 와사비 맛집이구나.. 싶고, 다 먹고나면 입이 조금 무거워지는 느낌을 받다.
여섯번째로 무거워진 입을 헹굴 샤베트가 등장.
진주를 모티브로 만든 것 같았다.
이제 메인디쉬 타임.
첫번째는 채끝 스테이크. 미소가 가미된 데미그라스 소스와 감자퓨레가 계속 기억에 남는. 스테이크 위에 올라간 우니와 캐비어는 살짝 따로 놀면 더 낫지 않을까..
그리고, 시그니쳐로 자리잡고 있는 두번째 메인 장어 솥밥.
솥밥은 송우종 셰프님께서 직접 나와서 서빙을 해주신다. 이렇게 고객과의 스킨십을 가지는 것이 코스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본다. 푸아그라가 들어있는 장어솥밥에 트러플을 삭삭 갈아주신다.
인스타그램이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비주얼이고, 맛은 뭐 조합에서 느껴지는 것보다 조금 더 맛있다고 상상해봐도 좋다.
마지막으로 차와 함께 복숭아케잌이랑 망고젤라또, 그리고 와인젤리가 나오면서 약 2시간여의 코스가 마무리 됐다.
여담으로 코사카 송우종 셰프님은 교토 키쿠노이(미슐랭 2스타)에서 경력을 쌓고, 한국에선 타쿠미곤에 계셨었습니다. 타쿠미곤은 오픈 때부터 매달 갔었는데... 매일 주방에만 계셨던 터라 코사카에서 처음 얘길 나눠봤습니다. 각각의 요리마다 어떤 고민이 깃들어 있었는지, 얼마나 공부를 많이하고 계시는지 느껴졌습니다. 얼마전에 다녀온 이번 여름시즌은 맛이 한 층 업그레이드 된 느낌입니다. 그럼에도 첫인상을 적어낸 이유는 3월의 임팩트가 많이 강했던 탓인 것 같아요.
시즌마다 지속적으로 들를 이유가 충분한 도산공원의 작은 오사카, 코사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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