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상민 Feb 23. 2016

#2. 바다식당

끊임없이 공깃밥을 부르는 한남동 부대찌개 맛집

바다식당의 부대찌게와 일반 부대찌개의 차별점은 어머니에게 있다.


한강진역 1번 출구에서 이태원역 방향으로 걸으면 약 5~10분. 대로변으로 걷다가 아우디 매장을 끼고 우회전을 하면, 여기저기 줄 서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피자 맛집으로 소문난 부자피자가 있는 다섯 갈래의 골목이다. 여기 부자피자를 바라보고 10시 방향으로 30걸음 정도. 바다식당이 보인다.


식당 한 쪽 벽면이 유명인의 싸인들로 도배되어 있다


매장 안으로 들어오면, 수 많은 연예인들의 싸인이 매장 안을 수 놓고 있다. 그만큼 잘 알려져 있는 맛집이다. 해물전문점을 연상케 하는 이름과 달리 이곳의 주메뉴는 '존슨탕'이라 불리는 부대찌개다. 부대찌개는 한국전쟁 이후, 미군의 병참기지 역할을 하던 의정부 부대에서 불법으로 유통된 소시지와 햄에 김치와 고추장 등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끓여낸 것이 시작이다. 일부 부대찌개와 '꿀꿀이죽', 'UN탕'을 헷갈려 인식이 안 좋은 사람들이 있는데 이에 대한 차이는 검색 포털을 이용해 보시기 바란다. 이 공간은 맛있는 이야기로만 다루고 싶다.

아무튼, 존슨탕에 대한 이야기로 더 들어가 보자.

향 간에는 부대찌개가 처음 나왔을 당시 미국의 존슨 대통령이 방한을 해서, 미국을 대표하는 이름을 따서 지었다는 설이 있다. 또는 당시 미군들 중에 John이라는 이름을 쓰는 미군들이 많았는데, John's 탕이라고 하던 게 존슨탕이 되었단 설도 있었다. 바다식당도 약 40년간 전통이 있다 보니, 당연히 그런 이름의 유래를 따온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3대천왕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창업주의 존슨탕 이야기를 들어보니 흥미로워 잠깐 소개한다.


헐머니(창업주)는 젊은 시절 아이 둘을 데리고 독일로 이민을 가셨다. 당시에 외국음식이 입에 안 맞아 힘들어하는 자식들을 위해, 독일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소시지와 햄 그리고 양배추를 넣어 음식을 만드셨다. 또, 몸에 좋은 사골육수를 사용하셨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맛있게 먹었다고 하셨다. 고국으로 돌아왔을 때, 그 기억으로 이태원에 가게를 차리셨는데 그게 지금의 바다식당이다. 아이들을 생각해 몸에 좋은.. 좋슨... 존슨탕.. 이렇게 됐다고 하는데, 이건 창업주가 직접 인터뷰한 사실이니 바다식당에선 이런 존슨탕인 것이다.


존슨탕


이런 태생적인 이유로 다른 부대찌개와의 차별점이 생긴다.

첫 번째, 존슨탕에는 김치가 없다. 독일에서 김치를 식자재로 구매하는 것은 어려웠다. 그래서 칼칼한 맛은 아무래도 좀 덜하다. 대신, 양배추와 감자가 들어가서 달달한 맛이 입에 감돈다. 


두 번째, 몸에 좋은 걸 주고 싶은 어머니 마음이 반영된 것이 바로 이 육수다. 1+등급의 한우 사골과 양지로 우려낸 육수를 사용한다. 그래서 국물을 마셔보면, 깊은 맛이 난다. 그리고 이 때문에 존슨탕에서는 잘게 썰린 소고기를 목격할 수 있다. 육수 만들 때 삶은 고기를 조금씩 같이 넣어준다. 지방을 제거하고 삶기 때문에 구수하다. 부대찌개와 김치찌개는 기본적으로 MSG에 관대한 메뉴인데, 존슨탕에는 깊은 육수 맛이 느껴진다. 부대찌개를 두고 육수 맛을 논하는 가게는 이집이 유일할지 모른다.


세 번째, 라면이 없다. 일반적인 부대찌개의 별미는 라면사리다. 부대찌개가 다 익어가는 동안 참을 수 없는 그 허기를 꼬들한 면발의 라면이 먼저 해결해주기도 하니 고맙기도 하다. 그런데 아마도 당시 독일에서는 이런 라면사리를 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존슨탕의 태생적인 이유와 고집이 라면을 허락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버너없이 서빙되는 존슨탕과 상차림


이런 태생적 차별점 외에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버너가 없다는 것이다. 버너가 없다는 것은 일단 온도가 약간 더 낮다는 것. 때문에 테이블에서 라면사리 조리는 애당초 불가능하다. 그리고 끓이는 정도의 차이가 없으니 모든 사람이 매번 같은 맛을 균일하게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염도를 더 낮출 수 있다. 이건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뜨거울수록 우리는 짠맛에 더 둔감해진다. 그래서 더 높은 염도로 간을 맞춘다. 가끔 식은 피자나 국이 더 짜게 느껴지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맛있는 육수가 끊임없이 공깃밥을 부르는, 공깃밥 유발자. 바다식당.
이 육수의 비밀은 알고 보니 어머니의 마음에 있었다는 것이 더 따듯했던 부대찌개 맛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1. 탐라식당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