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선 Oct 10. 2022

그날의 무드를 달려요.

<나는 달리기로 마음 챙김 합니다.>  2022년 10월 7일의 이야기.

'내가 왜 이러지?' 무기력했던 아침, 무엇을 가장 먼저 할까 생각하다 망설이지 않고 바로 달리러 갔다. 아침부터 달리고 오면 좀 나아질 거라는 기대를 품은 채 워밍업을 했다. 그렇지만 달리기를 어느 정도 했는데도 기대가 쉽게 채워지지 않았다. 침대에서 했던 혼잣말을 달리면서도 이어나갔다. '왜 이렇게 느려졌지? 내가 왜 이러지?'


몸이 무거웠다. 첫 1KM는 이틀 전 보다 30초 정도 빨라졌지만 여전히 평소 페이스에는 한참 못 미쳤다. 살랑살랑 가을바람이 불고 훨씬 가벼워진 몸으로 여름에 무뎌졌던 페이스를 회복할 줄 알았건만! 오히려 요 몇 주 사이 몸도 마음도 무거운 걸 느꼈다. 당연했던 페이스도 당연하지 않은 게 되니 불안했다.


불안감을 안고 달리는 사이 귓가에 자동 재생해놓은 플레이리스트가 두 번째 곡으로 바꼈다. 어안이 벙벙했다. '뭐지? 내가 잘 못 들었나?' 첫 번째 곡과 같은 노래인 것 같으면서도 전혀 달라 보이는 두 번째 곡이 흘러나오자 나도 모르게 휴대폰을 꺼내 플레이리스트 제목을 훑어봤다. '10가지 무드로 듣는 콴도 콴도 콴도'. 유튜브 JAZZ IS EVERYWHERE의 설명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우리들의 블루스' 테마곡으로 사랑받은 이탈리아 칸초네의 10가지 무드를 모았어요. 이탈리아어 'Quando'의 뜻은 '언제(When)'입니다.>


'같은 노래인데도 이렇게 다르구나!' 감탄이 나올 정도로 다른 소리였다. 언제 누가 어떻게 부르냐에 따라 다른 노래같이 들렸던 콴도 콴도 콴도. 그날의 내가 다른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언젠가의 새로운 날, 새로운 무드가 있는 거겠지... 초조함이 조금 부드러워져 몸이 더 가벼워졌다.


달리고 나서는 하루 전날 새로 시작한 프로그램 교육에 다녀왔는데 어제와 선생님이 다르다는 것 하나로 복습하는 내용이 다르게 느껴졌다. 표면상으로는 수업 범위가 같았지만 자세히 알게 되는 내용도, 가르쳐주는 속도도, 서로 오가는 피드백도, 분위기도 모든 게 달랐다. 오히려 좋았다, 그 점이. 같으면서도 달라 보이는 변주된 수업 내용이 복습 시간을 신선하게 만들어 줬으니까.


그 기분이 밤까지 이어졌다. 성수동 밑미홈 옥상, 무궁무진 스튜디오의 '회사로 떠난 싱어송 라이터' 공연에서. 오아시스의 노래 Don't look back in Anger신직선님의 청아한 목소리로 듣는 순간  또 한번 감탄이 나왔다. 같은 연주, 다른 무드가 가득했던 하루에 감사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하루를 달릴 때마다, 내 무드도 조금씩 변주된다. 그리고 그 모든 날이 마땅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06EoLD_a2sc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