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를 염탐하고 베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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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사업 개시를 선포하자 말자 1명의 고객을 확보한 나는 주저할 것이 없었다.
바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1인 가구 도시락 집'
김밥 24시와 한솥 도시락은 나의 경쟁상대이자 먹잇감(타깃)이었다.
"얼른 찾아가서 서비스를 체감하고 좋은 건 베끼고 나쁜 건 개선하면 된다. 그러면 고객들은 나에게로 달려올 것이고 난 시장을 석권할 것이다. 하하하하하하."
이 얼마나 초간단하면서 심플한 전략인가?
지성인으로서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론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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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이모~ 김밥 한 줄이랑 제육 덮밥 하나요~"
"김밥이... 한 줄? 제육이....?"
"네?... 아~ 네."
경쟁사 직원의 말투에 순간 얼었지만 이미 대한민국의 김밥 24시는 조선족들이 점령하였음을 인정하며 김밥, 제육 덮밥과 함께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돈을 가진 업주들은 값싼 노동력으로 그들을 고용하고 적게는 1~2개, 많게는 수십 개의 공장을 돌리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노동시장을 우려하며 깊은 상념에 빠진 채 김밥 24시를 빠져나왔다.
응?
쓸데없는 생각으로 난 처음 찾아간 김밥 24시의 인테리어나 가격, 서비스 체크하는 것을 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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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동안 난 강남구에 인접한 김밥 24시 10군데와 한솥도시락 7개 점포를 찾아다니며 그들을 낱낱이 파헤쳤다.
오후에 회사에 출근하고 12시간을 근무하고 낮에는 미친 듯이 돌아다녔다.
그렇게 차차 난 지성인에서 노숙자 스타일로 변해가고 있었다.
4
"집에 무슨 일 있냐?"
"어? 아니."
"너 수염도 안 깎고 맨날 검은 봉지에 도시락 들고 댕기고 간첩이냐? 형들이 뭐라 그래."
간첩이라도 좋다.
사업에만 성공할 수 있다면 무장공비라도 상관없다.
나의 각오는 이미 그들의 단순한 1차적인 모습에 의존하여 판단하는 것을 뛰어넘었다.
그들의 비방, 비난, 모욕 이런 것들이 무슨 의미인가?
난,
"너 내일부터 당장 똑바로 안 해?"
"넵! 수염도 깎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일단 살아야 했다.
5
김밥 24시와 한솥도시락을 어느 정도 염탐하고 그들의 가격구조와 도시락 퀄리티를 파악했다.
"음... 반찬을 내가 만드냐, 반찬 업체와 계약을 하냐. 이것이 문제군."
"응? 반찬이 1~2개가 아니잖아? 헐...."
"밥은? 그리고 용기는 어떻게 하지? 1회용? 재활용? 고객이 받는 시간은? 직장인 대상인가? 아침은 먹나? 하루 2끼?"
"헐... 그러면 사무실이 있어야 하나? 직원은 몇 명 필요하지? 장소는? 돈 엄청나게 깨지겠네. 가만.... 수중에 돈이 얼마나 있더라?..."
하나의 질문은 수 십 개의 다른 질문으로 변질됐고 시작만 하면 금방 도시락 업계를 제패할 줄 알았는데, 이건 시작도 못하게 생겼다.
"아니야. 아니야. 누가 요새 시시하게 오프라인으로 사업을 하나? 온라인을 함 알아보자. 역시 난 똑똑해. ^^"
...
질문이 1000개로 늘었다.
약 2시간 정도 인터넷 서핑을 해 본 결과, 위메프처럼 소셜 커머스 하나의 업체에도 이미 수 십 개의 도시락 배달 업체들이 선점하고 있었으며 이후 조사를 거듭할수록 온라인은 점점 미궁으로 빠졌다.
그나마 건진 건 괜찮은 도시락 업체가 하나 눈에 띄어서 2주간 배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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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윤아~ 너 도시락 배달 사업한다며?"
"미치겠다. 할 건 많은데 점점 산으로 간다."
"아직 안 한 거야? 친구들이 너 완전 도시락 사업에 미쳤다고 하던데 ㅋㅋ 참, 야. 나도 도시락 필요한데 우리 집에는 갔다주냐?"
"미안하다 친구야. 경기도권은 내 사업 관할이 아니다."
"야. 너무한 거 아냐? 경기도 사는 사람은 사람도 아니냐? 너 고객을 무시하면 어떻게, "
"지금 장난할 기분이 아니다. 난중에 통화하자."
(뚝)
그날부로 난 도시락 사업을 일단 접었다.
7
내 작전을 전면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업을 완전히 만만히 보고 덤벼든 나에게 세상은 벽으로 답을 해주었다.
물론 그냥 시작할 수도 있었다.
대신 엄청난 시행착오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난 일단 머리로 사업하는 부류였던 것이다.
먼저 기본적인 사업의 전체 그림을 보고 나 자신을 알 필요가 생겼다.
전체 사업 지도를 어떻게 그리고 거기에 필요한 자금, 인력, 시간 배분등을 어떻게 할지,
작게는 도시락 사업이지만, 내 사업의 방향과 속도, 업계의 유기적인 관계도,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들과의 협상 등 난 모르는 것이 너무 많은, 월드 오브 어드벤처 비즈니스 게임의 레벨 0짜리 유저였던 것이다.
티셔츠 하나와 반바지 하나 입고 맨발로 사업 월드에 나가서 설쳐댔던 것이다.
* 슬라임을 만나기 전에 드래곤을 잡겠다고 의기양양하게 나섰던 것이다. ㅠㅠ
(온라인 게임에서 슬라임이란 몬스터(괴물)가 있는데, 얘가 좀 말랑말랑하고 귀요미고 툭툭치믄 금방 이길 수 있어서 저 레벨의 유저들의 먹잇감이죠. 드래곤은 보통 최종 보스급 몬스터를 지칭하는데 그냥 어마 무시한 애라고 보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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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일주일간 인터넷 서핑을 통해 기존 사업가들이 어떻게 사업을 진행하는지 알아보았다.
그리고 사업가들을 서포트하는 곳을 몇 군데 알아내고 즐겨찾기 하고
예비 창업가들에게 어떤 교육이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진행했다.
그리고 책을 좋아해서 서점으로 가서 창업과 사업에 관련된 책 10여 권을 샀다.
친한 친구와 함께 때로는 도서관에서 때로는 커피숍에서 난 사업과 관련된 자료를 모으고 공부를 하고 내 친구는 컴퓨터 게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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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문자가 왔다.
'귀하께서는 2015년 00월에 진행하는 신용보증기금에서 주관하는 000 창업 아카데미에 신청 허가받으셨습니다. 블라블라~'
"하하하. 역시 신은 나를 버리지 않았군."
"응? 뭔데?"
"신보라고 우리나라 기보와 양대산맥을 이루는 기관이 있는데 이 기관으로 말할 것 같으면 000년도에 세워져서 기관장은 누구누구고 참, 그 전에 기보라는 곳은, "
...
3초 만에 친구는 다시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다짐했다.
이 무시와 오욕의 역사를 반드시 기억하고 내 철저히 너를 응징하겠노라고.
여튼, 난 첫 오프라인 교육에 기대를 엄청 가지고 신났다.
- 다음 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