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짝을 바꿔주지 않은 이유.

Resilience의 인지적 자기조절 사례.

"선생님 ## 엄마예요
혹시 지금 ## 짝꿍이 $$$라는 학생인가요?
오늘도 학교 안 간다고 해서 물어봤더니 $$$라는 짝꿍이 살찐 거로 장난치고 놀린다고..ㅡ.ㅡ
그래서 선생님한테 얘기했냐고 그랬더니 혼나고 또 놀리고 남자애들끼리 다른 얘기 하다가도 그 짝꿍이 또 ## 살찐 거로 얘기한다고 학교 가기 싫다고 우네요 ㅠ
그래서 짝꿍 바꿔 달라고 얘기하라고 했어요
선생님 저 지금 너무 화가 나서 당장이라도 쫒아가고 싶지만 참고
전화했는데 안 받으셔서 톡 남깁니다
5학년이 된 아이가 뭐 하는 거죠?
진짜 인성이..
다시 한번 그 짝꿍이 ## 살 얘기해서 ## 상처 주면 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정말 어이가 없고 너무 속상해서 저도 눈물이 나네요 ㅠㅠ"


"남자아이 하나 때문에 학교 가기 싫어해서 되겠습니까? ㅠ
짝꿍 바꿔 주시고 절대 못하게 따끔하게 말씀해 주세요"


"##이 학교 설득시켜서 보낼 테니 짝꿍 바꿔 주세요"


1. 아침부터 연이어 카톡이 왔다. 아이의 엄마는 화가 많이 나셨다. 아이가 짝 때문에 학교에 가기 싫다고 했기 때문이다. 아니다. 짝이 함부로 던진 말에 아이가 마음의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아이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늘 밝게 웃으며 지내는 아이였는데 갑자기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나 역시 놀랐다. 하물며 어머니는 얼마나 놀라셨을까? 뒤늦게 카톡을 확인하고,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전화를 하기 전 잠시 심호흡을 했다. 흥분한 타인과 전화를 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2. 화가 많이 나셨다. 짝을 바꿔달라고 하셨고, 나는 지금 당장은 곤란하다고 했다. 그리고 왜 안되는지 이유를 설명하려 했다. 대화가 되지 않고, 감정만 던져졌다. 아차 싶었다. 진정시켜 드리는 것이 먼저였다. 


3. 일단 아이와 이야기를 나눈 후에 짝을 바꿀지 말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어머니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드리자 대화가 되기 시작했다. 이어서 그동안 아이가 보여준 여러 가지 노력을 자세히 언급하고, 아이가 더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말씀드렸다. 


4. 중, 고등학교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을 겪을지도 모르는데, 가급적이면 담임이 지켜보고 도와줄 수 있는 지금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었으면 더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어머니 역시 아이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다음은 아이를 만날 차례다.


5.  ##는 오전 내 잠을 자다가 아이들이 하교할 때쯤이 되어서야 학교에 왔다. 경직되고, 울먹일 듯한 표정으로 마주 앉았다. $$$가 자기만 들리게 "너 돼지 같아"라고 한단다. 얼마나 화가 났을까? 나도 같이 화를 냈다. $$$가 평소에도 말을 함부로 해서 여러 친구들에게 원성을 샀었다. 사실 $$$가 말하는 태도는 $$$가 가정 안에 가장 두려워하는 이가 $$$를 대하는 태도와 유사했다. 그렇다. 분명히 원인이 있었다. 


6. 사람은 흥분하면 눈 앞에 있는 사물만 본다. 시야가 좁아지는 것이다. ##는 평상시에도 스트레스 역치 수준이 낮았다. 아이는 금방 시야가 좁아졌다. 따라서 ##가 보다 넓게 교실을 보도록 만들 필요가 있었다.


7. ##의 같은 모둠에는 따듯하고 성실한 친구가 한 명 있다. 그 친구와 더불어 친한 친구가 한 명 더 있다.  ##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함께 코넬 공책을 쓰게 되었다. 수학 시간에는 문제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풀게 되었다. 친구들의 격려와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스스로 말했다. 자신이 변한 건 친구들 덕분이라고.


8. $$$와 주로 시간을 보내는 친구가 누구냐고 ##에게 물어보았다. $$$는 **와 주로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되물었다. 더 나아질 것 같냐고. ##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부탁했다. ##가 $$$보다 노력해서 훌륭해졌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가 변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면 좋겠다고. 


9. $$$와 친하게 지내려고 억지로 노력하기보다 $$$에게 지지 않도록 더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부탁했다.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무엇이든 $$$에게 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그러면 반드시 $$$가 변할 거라고 말했다. 마치 친구들 덕분에 변했던 ## 자신처럼.


10. 아이에게 스스로 결정하라고 했다. 짝을 바꿀지, 아니면 $$$가 변할 수 있게 더 노력하는 ##가 될지를. 아이는 $$$에게 지지 않는 자신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다음 날 학교에 나오기 시작했다.


11. 사람들은 누구나 충격 편향을 갖고 있다. 벌어지지 않은 일에 대해 과잉해서 반응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주의를 그 한 가지 사건에만 두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하며 벌어지는 수많은 좋은 과 나쁜 일 속에서 오롯이 딱 한 가지. 자신의 귀에 속삭인 그 한 마디만 기억한다. 과거의 경험이 현재에 영향을 준다. 좋은 친구들의 존재를 잊고, 자신을 힘들게 한 친구에게만 주의가 기울여 지는 것이다. 


12. 나쁜 일이 생겼을 때 오히려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는 것, 새로운 방식으로 대처하고 적응하는 능력이 우리들 자신에게 있음을 알려주는 일이 교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샘 스토리 두 번째 글입니다.

http://samstory.coolschool.co.kr/samstory/ppforschool/streams/19575



작가의 이전글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