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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홍 Oct 02. 2023

포털 다음과 차이나 게이트

...그리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한창인 최근, 포털 다음을 둘러싸고 차이나 게이트가 이슈의 중심으로 부상했습니다. 남자 축구 8강전 당시 포털 다음 응원 페이지에서 중국 응원 비율이 한국 응원보다 높게 나오며 중국의 온라인 여론 조작 이슈가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우리나라 포털 사이트인 다음에서 우리나라를 응원하는 '클릭 응원'보다 중국과 북한을 응원하는 '클릭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있어서는 안될 해외 세력의 한국 포털 개입 의혹을 주목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이 전 세계에서 온라인 여론조작을 시도하고 있다는 정황은 차고 넘칩니다. 아직 명확한 증거는 없지만 중국 통신 장비 업체 화웨이의 백도어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며, 최근에는 2017년 8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틱톡을 서비스하는 바이트댄스에 근무하던 위인타오가 지난 5월 법원 의견서를 통해 틱톡이 중국 공산당의 선전 도구라 주장하는 한편 틱톡이 소위 '스파이' 활동을 하며 세계 각지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며 폭로하는 일이 벌어진 바 있습니다. 


마이클 매콜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이 올해 초 틱톡을 겨냥해 모바일 정찰위성이라 맹폭한 배경입니다. 그 연장선에서 중국 인터넷 전사들이 한국 포털에 잠입해 여론을 조작한다는 소위 차이나 게이트에 대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이번 아시안게임 포털 다음 응원창 이슈까지 터지며 상황은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어라?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치열한 정보전의 세계에서 중국이 각국의 인터넷 인프라로 파고들어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는 일부 동의합니다. 양지는 물론 음지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정도는 사실 확신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아시안게임 포털 다음 논란의 핵심도 '중국인들의 소행'이라는 점에 무게를 두어야 할 듯 합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포털 다음을 통해 한국 인터넷 여론조작에 나서던 이들이 자연스럽게 중국을 응원하는 바람에 '덜미'가 잡혔고, 이 자체가 곧 중국의 붉은물결에 당한 포털 다음의 현 주소다"라는 결론이 가능합니다.


여기에 포털 다음의 응원 시스템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네이버는 응원 클릭을 위해 로그인을 의무화한 반면 다음은 로그인 없이 응원 클릭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즉 다음은 불특정 다수가 유입되기에 적합한 환경이라는 뜻. 그러니 평소 포털 다음을 아지트로 삼은 '붉은전사'들이 이번에 활발하게 활동하며 중국을 응원한 것이 확인됐다는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자. 여기서 사안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몇몇 이슈들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특히 '왜 중국 인터넷 전사들이 포털 다음을 택했느냐?'는 대목을 살펴봐야 할 듯 합니다.


음. 좀 상황이 묘해집니다. 사실, 너무나 당연하지만 만약 중국이 제대로 된 인터넷 여론조작을 원했다면 국내 1위 포털인 네이버를 공략하는 것이 옳습니다. 실제로 국내 포털 사이트 점유율을 보면 다음은 고작 4.4%의 점유율에 그치고 있지만 네이버는 64%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합니다. 그런데 아시안게임 축구 8강전 네이버 응원 페이지는 정상적으로(?) 한국 응원 비율이 높았습니다. 


정리하자면 중국 인터넷 전사들은 인터넷 여론을 조작한답시고 이제는 포털 점유율 경쟁에서 탈락한, 카카오에서 매각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포털 다음에 몰려들고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에 대한 반론도 있습니다. 포털 다음의 영향력이 낮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기때문에 포털 다음에서 여론조작을 하기에 더 쉬운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얼핏 맞는 말처럼 들립니다. 포털 다음은 점유율이 낮으니까 쉽게 장악할 수 있으니까요...그런데 말입니다. 좀 원론적인 지점으로 돌아가면, 이런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아니. 그러면 도대체 왜 여론조작을 하는 것일까요? 우리들만의 리그를 만들려고? 아무리 여론조작하기가 쉬어도 4%인데? 그 대단하다던 한국의 조팝 드루킹도 당당히 네이버를 노렸는데. 대륙의 기상이 넘치는 이들이 4% 포털 다음에만 꼿혀 움직인다고?


재차 강조하지만 중국의 인터넷 여론 조작 의지는 실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러나 포털 다음이 중국에 점령당했다는 주장은 좀 가려서 들을 필요도 있습니다. 냉정하게 말해 포털 다음은 그럴 가치도 없는데다, 똑같은 말이지만 포털 다음의 여론을 휘어잡는다고 뭐 달라질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논란이 아시안게임 응원창에서 시작됐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 상상해볼까요. 만약 조직적으로 몰려와 여론조작을 하는 자들이 평소 열심히 포털 다음을 들쑤시다가 아시안게임을 맞아 "짜요!"를 외치며 대거 수면 위로 올라온다? 저라면 이렇게 사이버 여론전 펼치는 지휘관이 있다면 당장 해고할겁니다. 이게 무슨 병맛인가요...아시안게임 응원 페이지에 중국 응원 비율을 올린다고 갑자기 한국이 중국편 됩니까? 오히려 "잡았다! 요놈!"이라며 욕이나 먹지. 매크로를 돌리는 담당자라고 해도 이렇게 일하면 덜 떨어졌다고 욕 먹을 겁니다.


아니 무슨 아시안게임이 국력이나 경제력, 군사력, 외교력의 척도도 아닌데 무슨 이런 거로 이렇게 쉽게 꼬리가 잡혀...그 대단한 인터넷 여론조작 세력이 아시안게임 응원하겠다고 스스로를 드러내다니. 


그렇다면 걍 대규모 붉은전사들이 여론조작이라는 대의명분에 감화되어 스스로, 알아서 포털 다음에 몰려들었다? 누군가 콘트롤을 하지 않는 여론전? 그건 그냥 개싸움이죠. 단기적으로는 파급력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전략이라 부르기에도 어렵습니다.


...물론 진실은 모릅니다. 포털 다음이 알고보니 여론전에 엄청 특화되어 있는 숨겨진 '킹핀'일 수도 있고, 포털 다음부터 장악해 이후에는 네이버를 장악하는 큰 그림이 있을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아주 냉정하게 각각의 이해득실을 한번 따져보자고요. 아시안게임 응원이라는 '어설픈' 방식으로 쉽게 적발이 되는 이들이 과연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 맞을까? 그 뒤에 인터넷 여론조작이라는 무시무시한 음모가 꾸며지고 있는 것이 정말 맞을까?


이 보다는 포털 다음을 엿먹이려는 누군가가(중국인이라면 딱히 인터넷 붉은전사 보다는 걍 또라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로그인이 없어도 되는 매크로를 돌린 것이 더 가능성 있는 이야기 아닐까요? 아니 그렇잖아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무슨 애들이 이렇게 어설퍼...여기에 진보적 성향이 있다고 여겨지는 포털 다음을 잡고, 포털 전체의 기강을 잡으려는 이들이 숟가락을 놓고 있다는 해석이 더 그럴싸해보이지 않나요? 


아무리 생각해도 아시안게임 응원 페이지 조작으로 얻을 수 있는 것과, 이를 매개로 만천하게 드러났다던 놈들의 거대한 음모는 좀 많이...짜칩니다. 우리는 걍 이럴때 조팝이라는 표현을 쓰지요. 다만 정치하는 분들께 그 조팝들은 꽤 써먹을 구석도 있습니다. 왜? 알면서.


독일 국회의사당 화재사건

이건 그냥 생각나서 적어본겁니다. 나무위키에 적힌 독일 국회의사당 화재사건 개요입니다.

1933년 2월 27일 베를린의 국가의회의사당(Reichstag)이 네덜란드 출신의 정신질환을 가진 공산주의자 마리뉘스 판데르뤼버(Marinus van der Lubbe, 1909–1934)에 의하여 불탄 사건이다. 

당시 방화범인 판데르뤼버는 끝까지 단독범행을 주장하였지만 국가사회주의 독일 노동자당은 이 사건을 공산주의자들의 조직적인 계획범죄로 몰아붙여서 결과적으로 수권법을 비롯한 나치당의 독재 체제를 완성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이후 재판에서 공산당의 조직적인 개입은 입증되지 않았으며 방화에 가담했다고 고발된 다른 공산당원들은 무죄로 풀려났고 판데르뤼버의 단독 범행으로 사형을 선고하였다.(그리고 그렇게 지옥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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