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난민의 제주 표류기 ①
2020년 9월 9일, 222일째 일기를 썼다. 귀국 222일 차. 1일 차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귀국의 날들을 기록했다. 코로나 시대의 '안네의 일기'랄까. 1월 말, 상하이에서 비상탈출을 하고 고향인 제주도에 왔을 때는 100일만 쓰려고 했다. 백일이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으니까. 하지만 2백 일이 넘은 지금도 돌아갈 날은 아득하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여전히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 하고 있고, 항공편도 거의 없다. 최근에 간신히 체류비자가 남아있는 사람들을 위한 '한시적 특별비자' 제도가 생겼다. 이제 남편과 만날 수 있겠다 생각했지만, 문제는 비자가 아니라 항공편이었다. 평소의 열 배가 넘는 비행기표를 구한다 쳐도 10월 말에나 가능한 일이었고, 예약된 비행기표는 예고 없이 일방적으로 취소되고 있다. 중국행 전세기는 1/10의 경쟁을 뚫고 추첨에 당첨되어야 가능하다. 다행히 비행기 증편 소식이 들렸다. 하지만 마침, 사랑을 으뜸으로 한다는 서울의 모 교회 발 코로나 재확산은 '한국발 비행기의 증편을 보류함'이라는 뉴스로 돌아왔다. 한국의 뛰어난 방역시스템이 인정받아 서서히 중국 입국의 문이 열리고 있다가, 한국은 다시 '위험국가'가 되었다.
빗나간 애국심의 결과는 제주도에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작게는 상하이 집으로 돌아가는 문을 더 좁게 만들었고, 크게는 '이제는 답이 없다'는 우울하고 무기력한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좋게든 나쁘게든 '강한 신념으로 돌진하는 자'는 막을 방법이 없다. 이제 어떤 쪽으로든 '기대'는 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하루하루를 잘 살아내고, 그 안에서 소소한 기쁨을 찾다가 언젠가 기대 없이 반가운 마음으로 좋은 날을 맞아야겠다. 고 결심했다. 의사 선생님에게도 그렇게 말해두었다.
귀국 222일 동안 많은 일을 겪었다. 그중 여전히 겪고 있는 일, 공황장애다. 태어나 단 한 번도 내게 올 줄은 몰랐던 것. 그저 연예인들이 토크쇼에서 털어놓는 단어인 줄로만 알았다. 그 진단을 받았던 날,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3월의 어느 날이었다. 내가 그렇게 힘들었구나, 내 마음을 나조차 몰랐구나 생각했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소리 내어 울었다. 상하이 집에서, 제주의 어느 호텔에서, 제주의 언니 집에서 격리생활을 그렇게 오래 했지만 늘 괜찮다고, 잘 이겨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날에 모든 것들이 서럽게 쏟아졌다. 그동안 내 감정이 겪어냈던 모든 일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