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필소녀 Jan 21. 2022

집안 '내력'을 집안 '매력'이라 부른다

우리집 유행어

안타깝지만 조카 1호는 사오정이다.

"조카야, 그거 좋은 상품이야"

"무슨 선풍기요?"

"..."

"조카야 너 택배 왔더라"

"대패가 왜요?"

"..."


한편 사오정의 동생, 조카 2호는 아토피가 있다.

나는 천식과 비염이 있고,

언니들 동생까지 모두 알러지성 피부염이 있다.

알고보니 큰아빠도, 할머니도 천식이 있었다.

이건 누가 봐도 집안 내력.


어릴 때부터 팔 접히는 곳과 무릎 접히는 곳이

벌겋게 덮인 조카가 늘 안쓰러웠다.

하지만 어떡해. 집안 내력인걸.

미안하다 조카야.

아토피, 비염, 천식은 원래 하나래.

알러지가 피부로 가면 아토피, 코로 가면 비염,

기관지로 가면 천식이래.

알러지는 집안 내력이고 니 팔자야.


지나가는 사오정 조카 1호가 그 말을 들었다.

"집안 매력이요?

"..... 어? 매력?"


아토피는 집안 매력이었네? ㅋㅋㅋ

놀렸다. 처음에는.


그런데 생각해보니

집안 내력이 알러지만 있는 건 아니잖아?

니네가 눈이 큰 것도 집안 내력,

수학을 잘하는 것도,

말주변이 없는 것도,

손가락이 긴 것도,

키가 좀 작은 것도,

와중에 유머감각이 있는 것도,

잘 웃는 것도,

거짓말 못하는 것도.


나쁜 것도 좋은 것도 다,

'매력'이라 말하니 정말 매력처럼 느껴졌다.

사오정 조카의 '집안 매력' 드립 이후,

그것은 이 집의 유행어가 되었다.


조카 1호야, 우리가 골반이 넓은 것도

집안 매력이야, 자부심을 가져.

조카 2호야, 우리가 유머감각이 맞는 것도

집안 매력이야, (스웩있게 주먹인사)

우리가 천식과 아토피로 고생하는 것도

집안 매력이라, 내가 니맘 안다.


'집안 매력'은 한순간에

한 꼬집의 자조 섞인 위트를 뿌리며

매력으로 탈바꿈했다.


"이제부터 집안 내력은, 집안 매력으로 부르자"

"어이가 없는데 나쁘진 않네요?"

조카들은 맞장구를 쳤다.

이모는 좀 이상한 어른이니까.

조카들은 나를 언제나 특이특별하게 생각하고,

그렇게 이상한 채로 좋아해 준다.


이상한 이모와

사오정 조카의 합작품,

'집안 매력'은 어떤 가족력도

나름의 매력으로 만들어 주는 힘이 있었다.


내가 주름 잘 생기는 얇은 피부를 가진 것도

외로움을 타지 않는 사람으로 태어난 것도

엄마가 준 집안 매력이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듯,

조카들도 그 모든 유전자를 '매력'으로 퉁치는

긍정적인 어른으로 자라면 좋겠다.


그런데 조카 1호야,

너의 사오정은 전혀 집안 매력이 아니야.

일로와, 귀좀 파자.

 

일러스트_안소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