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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도빈 Jun 13. 2024

불면의 밤


불면의 밤


오전 3:57분

속이 쓰려 그랬어

추워, 더워, 옆 식구에 채여서, 꿈을 꾸어, 술이 깨어, 잠에서 깼는데

속쓰려 깨어 난 건 처음이네


어둠속에서, 잠든 옆 식구의 옆 모습을 보다가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올렸네

안경을 찾아쓰고 전화기 들고 거실로 나왔네 

소파에 누워, 다시 잠들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였지

도저히 오늘도 쉽지 않아 테레비를 깨워 33번을 눌렀네

식구들이 깰까 무성 영화로 보았지만

살아있네, 살아있어, 방화 속 최민식 배우의 음성은 환청되어 또렷이 들렸다네

내가 깨운 테레비가 나를 완전히 깨웠을까

불행히도 정신이 바짝 들었다네

식구의 잠꼬대가 들려 나는 조용히 밝혀두었던 식탁 불을 조용히 꺼버렸네

또 다른 식구의 무의미한 음성이 들려 나는 조용히 최민식 선생마저 보내주었다네


날이 밝아 오면 또 다시 흐리멍텅해질 나의 영혼

소음과 불빛과 인간으로부터 해방된 사람의 상대적 영혼

이대로, 있는 그대로 한 번, 기록하고 기억해본다네


아 잠들지 못한 밤이여

역사는 어둠의 한 가운데서 이루어진다지만, 내 그 역사, 더는 이룰 것이 없기에 허탈하고 공허한 마음이로소이다


그러니 불면의 밤이여, 너무 쉬이 말고 그저 잊지 않을 정도로 나를 찾아주오 

내 영혼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도록

이따금 나를 데려다 주오 

불면의 밤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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