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는 이유
아빠가 죽었다. 그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믿지
않으려 애써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현실을 받아들이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니, 사실은
지금도 완벽히 믿어지지는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믿고 싶지가 않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걸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일단은 눈앞에 놓인 현실이 너무 버겁기도 했고, 아빠를 떠올리면 뭘 해보기도 전에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아빠를 잊지 않기 위해서이다. 아빠가 어떤 사람이었고, 어떻게 돌아가셨고,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잊지 않으려는 이유는 이미 조금씩 흐릿해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도 명징했던 기억과 감정이 조금씩 흐려진다. 그게 두려웠다. 아빠가 내 기억 속에서 흐릿한 존재가 될까 봐.
그리고 주제넘은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누군가가 이 글을 보고 꾹꾹 눌러 참아온 감정을 잠시나마 해소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실은 나도 아빠가 병원에 입원해 계실 때부터 돌아가신 후까지 부모님을 떠나보낸 사람들의 글을 찾아보고 있다. 도대체 무얼 위로받으려고 하는 걸까. 나도 잘 모르겠지만 글을 읽으면 그냥 막 눈물이 났다. 눈물을 펑펑 흘리고 난 뒤에는 조금 편안해졌다.
결국엔 모두 죽는다. 무한한 인생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