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허니콤보드 공장장의 쾌적한 디지털 색칠놀이

일주일 내내 뿌연 하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한국을 떠나는 대표적인 이유가 미세먼지 문제라고들 할정도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마도 이 뿌연 대기를 힘들어 하고들 있는 것 같습니다. 잠시 외출을 하고 돌아와 앉으니 미세먼지가 얼굴과 온 몸에 뭍어있는 것 같습니다. 목욕을 하고 빨래를 하고나도 어쩐지 마음의 먼지가 남아있는 것 같아 오래간만에 펜업을 켰습니다. 저는 삼성탭을 사용하고 있어요.

가급적 가장 단순한 이미지를 골랐습니다.

내 안의 완벽주의 괴물에게 먹이를 던져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많은 분들이 머리를 쉬고 싶을 때 아마도 색칠을 선택하실 것 같아요. 저는 해본 적 없습니다만 수성 혹은 유성물감으로 색칠 취미를 즐기시는 분들도 많으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엄청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의 마음속에 살고 있는 완벽주의 괴물은 물감의 튐과 삐져나간 색을 견뎌주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마음의 폭풍으로 힘들 때 디지털 색칠놀이는 큰 위로가 됩니다. 실수를 하면 되돌리기나 지우기 기능을 사용하면 되거든요. 요즘은 디지털 색칠놀이도 많이 발전을 해서 물을 번지게 하는 효과도 제법 구현해줍니다. 여러 펜들을 테스트 해보면 이런 다양한 느낌이 표현되죠.

다양한 펜을 테스트 하다가 추상화가 되었네요

저는 종이재질인 허니콤보드로 다양한 물건을 만들어 보내드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나날이 뿌옇게 되는 하늘과 제멋대로인 날씨를 견디고 사는 지구인으로써 먹고는 살아야겠고, 어차피 만들어야 하는 물건이 있다면 가급적 종이재질로 하면 어떻겠느냐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플라스틱 빨대보다 종이 빨대가 더 좋은지 않좋은지를 고민하기도 하고, 비닐봉투보다 종이봉투가 더 좋은지 안좋은지를 연구하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지금까지 내린 결론은 1.탄소를 포집한 나무가 탄소를 묶어둔 종이를 쓰는 것은 나쁘지 않다. (물론 제조, 제작 과정에서의 탄소배출은 있으나 어떤제품이든 있습니다. ) 2. 알고보면 만드는게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버려지지 않는게 진짜 문제다. (이게 진짜 문제입니다. 정말이에요) 그런데, 종이는 실수로 바다에 버려져도 1년 이내에 모두 분해된다. 3. 종이는 소각해도 물과 탄소만 나온다. (물론 약간의 본드 물질이 나오기도 합니다만, 플라스틱계열에 댈 문제는 아니라는 겁니다.)


뿌연하늘로 답답해졌던 가슴과 저의 완벽주의 괴물이 우걱우걱 먹어치운 시간이 완성한 저의 색칠놀이의 결과물입니다.

색칠중 완성후 어떤 디자인이 더 마음에 드시나요?

동종업계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정말 많은 고민들을 하고 있어요. 허니콤보드는 특히 우리나라에서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소재이다보니 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아직 쓰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 많이 만들지 않아서 그래요. 물론 여러분의 집에도 모두 허니콤보드가 있습니다. 방마다 달려있는 문짝은 사실 허니콤보드로 만들어집니다. 가볍고, 단단하니까요. 어쨌건 허니콤보드는 인티제 성격인지 겉으로 들어나보이지는 않습니다. 저희가 하고 있는 일을 이 예쁜 허니콤보드라는 아이를 직접 사용하자는 겁니다. 굳이 속으로 숨길 필요가 없어요. 사실 디자인적으로도 훨씬 예쁘거든요,

저는 다시 태어나러 갈게요.. 라니 기획자님 존경합니다. 허니콤보드 물품들

허니콤보드에 비닐류를 붙여서 더 예쁘게 만드는 멋진 분들도 계시는데, 저는 그렇게 못하겠더라고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러면 그 종이는 다시태어날 수 없어요. 태어날 수 는 있지만 전생의 죄를 지은 듯 질낮은 종이나 펄프로 가야 합니다. 그래서 라텍스 프린트를 해요. 말하자면 천연고무 잉크에요. (가격이.. 가격이.., 너무 비싸서 저희는 마진이 다른업체보다 적습니다만, 먹고살면 되니 괜찮습니다.) 그리고 내 안의 완벽주의 괴물은 또다른 기획을 준비중입니다. 고객분들께 보내드렸던 모든 물품이 폐기될 때 저희에게 돌려달라는 캠페인이에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리고 경제적이에요. 허니콤보드는 진짜 좋은 자원이라서 돌려받아서 다양한 제품으로 업싸이클링을 할 수 있거든요. 펄프로 녹여서 쓰는게 아니고, 다시 재단해서 새로운 제품으로 만들 수 있어요. 그리고 아주아주 저렴하게 고객들에게 돌려드리고, 또 다쓰시면 저희에게 또 돌려주세요. 수선해서 쓸 수 있도록 하거나, 정말 이제 더 이상 가공공장에서 어쩔 수 없을 때는 저희와 거래하는 펄프공장으로 보내드리면 너무너무 좋아하시거든요. 저희는 진짜 좋은 허니콤보드만 취급하니까요. (운송비정도 수준이지만 자원값도 돌려받습니다.)

돌려받은 허니콤보드를 활용하면 진짜 많은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어요

세상 모든 물건을 다 허니콤보드로 만들 수도 없고, 뿌연 미세먼지와 탄소를 모조리 허니콤보드로 바꿀수는 아직 없어요. 하지만 지구인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하나씩 바꾸어 나가는 것 외에는 저의 짧은 지식과 생각으로는 해결책이 없어보입니다. 혼자의 고민은 색칠놀이로 녹여내고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계셨던 지구인이 계신다면 혼자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허니콤보드로 삼라만상을 만들어 팔아 먹고살고 있습니다. 작은가게로 놀러오세요.

제작상담/제휴문의 010-8821-2626

검색창 <허니콤보드> 가게이름은 싸인미니 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제로 투 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