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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숲 Dec 27. 2020

노래의말들 33화 제작기  : 주제 선정, 선곡

가사를 소개하는 오디오클립 '노래의말들'  

[33화 듣기 : 아래 링크 클릭]


주제 :  동지, 밤을 말한 노래들 

어릴적부터 할머니와 살며 자연스럽게 절기에 관심을 가졌다. 사계절을 더 작게 나눈 ‘작은 계절’을 맞이하는 기분이었다. 할머니의 입에서 나오는 절기 이름들은 숫자로 표기한 날짜보다 더 낭만적인 느낌이 들었다. '노래의말들'에서도 시기 적절한 주제를 고르려다 보면 자연스레 절기가 떠오른다. 노래의말들 8화에서 이미 낮이 가장 긴 ‘하지’를 언급하며 ‘동지’ 방송을 상상했다. 원래는 밤이 가장 긴 동지에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청취자들과 함께 함을 새고 싶었으나 시간 부족으로 준비하지 못했다. 라이브 방송으로 준비했던 두 곡을 선정해 평소처럼 오디오클립으로 제작했다.  


선곡 : 그는 왜 잠에 들지 못했을까?

밤과 관련된 노래는 정말 많다. 이번엔 새벽 라이브 준비를 했기에, 밤과 관련된 노래를 생각 날 때마다 모았다. 생각나는 유명한 노래를 먼저 적고, 가사와 제목에 밤이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노래를 고르고, 밤과 관련된 요소들이 들어간 노래들을 키워드 검색으로 했다. 달, 별, 밤, 새벽, 잠, 꿈, 불면 등과 관련된 노래가 총 서른 곡 정도 모였다.


주제를 기준으로 노래를 고른 뒤에는 두 노래의 '연관성'을 생각한다. 연관성이 있는 두 노래여야 하나의 클립이 일관성 있는 주제로 사람들에게 각인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결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비슷한 주제, 비슷한 소재, 시간의 흐름, 하나의 이야기로 묶을 수 있는지 등. 그러나 비슷하기만한 곡들은 되도록 피한다. 한 곡에서 내가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를 상상하고, 다른 한 곡에서도 내가 풀 수 있는 이야기를 상상했을 때 두 이야기가 너무 겹치면 굳이 둘 중 하나는 제외시키거나 내가 풀 수 있는 다른 내용을 찾는다. 중언부언하지 않도록. 


33화는 이야기로 엮었다. 이번 화는 골라 놓은 곡이 이례적으로 많았기에 소거를 먼저 했다. 연말이기에 쓸쓸한 밤 보다는 따뜻한 밤, 포근한 밤에 대한 노래를 고르려 했다. 슬픈 노래를 제외하고 나니, 밤에 설레서 잠을 못자거나, 밤을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내용의 노래들이 남았다. 그 중에 동지의 긴 밤과 어울리는 키워드는 ‘불면’이라고 생각했고 장범준님의 ‘잠이 오질 않네요’를 첫 곡으로 골랐다. 


두 번째 곡은 첫 곡을 기준으로 놓고 다른 곡을 하나씩 매치 시키며 상상을 펼치는 방법으로 골랐다. 이문세 님의 ‘깊은 밤을 날아서’의 이미지가 '잠이 오질 않네요'와 연결됐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잠 못 들던 이가 잠들어 사랑하는 사람과 깊은 밤을 나는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잠이 못 들던 이에 대한 내용에서 바로 꿈을 꾸는 내용으로 넘어가기엔 연결이 자연스럽지 않았다. 그 사이를 이을 노래로 고른 것이 아이유 ‘밤편지’다. 그리움으로 잠을 설치던 사람이 다시 일어나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쓰고 새벽에 잠이 들어 그와 함께 하늘을 나는 꿈을 꾸는 이야기를 만들고 그 사이사이 가사를 끼워 넣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깊은 밤을 날아서’의 가사 ‘우리들 만나고 헤어지는 모든 일들이 어쩌면 어린애들 놀이 같아. 슬픈 동화 속에 구름타고 멀리 날으는 작은 요정들의 슬픈 이야기처럼’를 보니 피터팬이 떠올랐다. 피터팬을 검색해보니 이 노래를 피터팬 편으로 엮어 어린이 날이나 성년의 날 콘텐츠로 만들면 좋을 것 같았다. '깊은 밤을 날아서'를 제외하니 '잠이 오질 않네요', '밤편지' 두 곡이 남았다. 


이 노래를 대체할 3번째 밤 노래를 찾다가 후보로 고른 것이 정밀아 님의 ‘낭만의 밤’과 ‘방랑’이다. ‘낭만의 밤’의 가사는 사랑하는 연인과 밤바다를 함께 걷는 꿈 내용으로 엮을 수 있을 것 같았고 ‘방랑’의 첫 가사 ‘밤의 방랑자 작별을 고하네’ 이므로 역시 어두운 밤에 어딘가를 헤매는 꿈 내용으로 엮을 수 있었다.


지겹지 않나 이 도시의 색깔 들이
번쩍번쩍거리는 불빛도 마찬가지
나를 구원할 그곳은 어디려나
내 사랑하는 이여, 우리 바다에 가자
- 정밀아 <낭만의 밤>


밤의 방랑자 작별을 고하네
붉은 벽돌 집 성당을 지나
저기 경계를 넘는 가파른
산길 위로 바람이 분다
- 정밀아 <방랑>


노래를 찾으면 간단한 검색을 해보는데, 조금 검색 하다 보니 낭만의 어원이 로망이라는 것, 낭만의 한자 표기는 浪(물결 낭)漫(질펀할 만)으로 '로망(Roman)'을 음차 표기 한 것이지만 조선시대에는 같은 한자로 낭만이 '정처없이 떠돌다', '방탕하다'는 의미로 쓰였다는 걸 알게 됐다. 방랑(放浪)의 '랑'의 한자가 낭만의 '낭'과 같고 예전에는 의미마저 비슷했다는 두 노래의 연관성을 포기할 수 없어서, 두 노래도 이번화에서는 제외하고 따로 엮어 한 편을 만들기로 했다. 결국 세번째 노래를 찾지 못하고 두 곡으로 대본을 썼다. 꿈 내용은 글로 아래와 같이 추가해 원래 구상했던 '불면-편지-꿈'의 틀은 유지했다. 


‘잠이 오질 않네요’에서 유치한 노래를 부르며 잠을 설쳤던 화자가 늦은 밤, 단어를 고민하며, 추억을 회상하며 편지 끝에 날짜를 적어 넣었을 때요. 그땐 나른한 피로가 눈에 제법 쌓였을 겁니다. 하품도 크게 한번 했을 거고요. 깊은 잠에 들었고 꿈을 꿨겠죠. 어떤 꿈이 었을까요? 반딧불을 같이 봤던 순간, 입맞춤을 하며 설레던 순간, 겨울바다에서 모래 위에 서로의 이름을 쓰는 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음 도무지 알 수가 없네요. 잠든 이의 입술 끝에 살짝 걸린 미소만 볼 수 있을 뿐입니다. 좋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네요. 좋은 꿈을 꿉시다.


[노래의말들 33화 대본] 


낭만에 대하여_주간동아 네이버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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