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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바다 May 02. 2022

우리에게 내일이란 없다

대들보를 세우고 지붕을 올리고 벽을 쌓았다. 집의 내부 공간 활용에 대한 윤곽을 짠다. 이제 방의 위치와 공간을 나눌 차례다. 너라는 그릇을 집으로 비유하자면, 그릇에 무엇을 담을까를 고민하는 시간이다. 

모든 일의 99%는 너의 내면에서 일어난다. 이 말의 뜻을 곰곰이 생각해보고 받아들이기 바란다. 너에게 일어나는 모든 상황들, 마주하는 사람과 갖가지 일은 너의 마음가짐과 태도로부터 시작된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해석한 후 대응하는 것은 전적으로 네 몫이기 때문이다. 


다섯 가지 분야가 있다. 건강, 가족, 일, 인간관계, 재물 순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나머지 일생을 통해서 바뀌지 않는다. 네 삶의 기초다. 이 두 가지가 없으면 다른 아무것도 소용없다. 30대의 네게 그다음으로 중요한 세 번째가 일이다. 네가 잘하는 것을 본업으로 삼아 매일 노동하고 그 대가로 생활한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국적, 성별, 철학과 성격을 가진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쌓게 된다. 너에게 필요하고 도움 되는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네 번째 우선 업무다. 다섯 번째는 앞 네 가지 우선순위의 결과물이 될 것이다. 


엄청난 파도 위에 떠 있는 작은 조각배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한 바탕의 파도가 지나가면 어떻게 헤쳐 나왔는지 너 자신도 모를 때가 있을 것이고, 앞으로 다가올 또 다른 파도에 불안할 것이다. 과거는 지난 일이고 미래는 오지 않았다. 네게 주어진 것은 지금 당장 마주하고 있는 이 순간뿐이다. 

지난 시간에 잘못한 일, 후회스러운 일을 되돌아보며 미련을 갖지 말자. 당시에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지 깨닫고 다시는 그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면 뒤를 되돌아볼 필요가 없다. 과거는 그 배움의 기회를 주기 위해 일어난다.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어느 일요일 오후, 웰링턴에서 <사진=강바다>

미래를 위해 지금을 희생하지 않아야 한다. '집을 산 다음, 아이들이 더 크면, 진급이 된 다음, 연봉이 얼마까지 오르고 나면'이라고 지금 당장을 미루거나 포기하지 마라. 수많은 또 다른 다음들이 언제나 널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해라. 네게 주어진 시간은 오로지 지금 뿐이다. 


네가 서울에서 가져온 법정 스님의 '무소유' 옆에 나태주 님의 시집도 놓아두고 한 소절씩 읽는다. 가슴이 허한 날, 짜증하고 힘든 날, 그 시집을 들고 노천카페에 앉아 짙은 에스프레소 내음을 맡으며 조용히 다음과 같은 그의 시를 읽어본다. 덧없이 지나 가버린 어제도, 영원히 오지 않을 내일도 잊고 지금 순간에 감사하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 오늘을 치열하게 사는 방법이다.  

 

아끼지 마세요                                              - 나태주 -


좋은 것 아끼지 마세요.

옷장 속에 들어 있는 새로운 옷 예쁜 옷

잔칫날 간다고, 결혼식장 간다고 

아끼지 마세요.

그러다 그러다가 철 지나면 헌 옷 되지요.


마음 또한 아끼지 마세요.

마음속에 들어 있는 사랑스러운 마음 그리운 마음

정말로 좋은 사람 생기면 준다고 

아끼지 마세요.

그러다 그러다가 마음의 물기 마르면 노인이 되지요.


좋은 옷 있으면 생각날 때 입고

좋은 음식 있으면 먹고 싶을 때 먹고

좋은 음악 있으면 듣고 싶을 때 들으세요.

더구나 좋은 사람 있으면

마음속에 숨겨두지 말고

마음껏 좋아하고 마음껏 그리워하세요.


그리하여 때로는 얼굴 붉힐 일

눈물 글썽일 일 있다한들

그게 무슨 대수겠어요!

지금도 그대 앞에 꽃이 있고

좋은 사람이 있지 않나요.

그 꽃을 마음껏 좋아하고

그 사람을 마음껏 그리워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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