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흐름대로, 25. 9. 1.~9. 7.
와... 드디어 9월이구나... 올해도 2/3가 지나갔구나... 그래도 ‘뭘 했다고 벌써?’라고는 솔직히 못하지ㅋㅋ 책 만들었잖아? 이만하면 뭐 하나 한 거 아니냐고.
0855. 간만에 인상적인 꿈을 꿨다. 아빠가 현관문 밖에 웬 수첩이 떨어져 있었다며 보여줬는데, 가로세로가 12센티쯤이고 꽤 두툼한 분홍색 모닝글로리 좌철스프링수첩이었음. 내용은 방명록이나 롤링페이퍼처럼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쓴 건데, 일기도 있고 영화평도 있고 다양했음. 마지막 장을 채우는 사람에게 꽤 솔깃한 상품을 준다고 적혀 있었는데(뭐였는진 까먹음), 마침 딱 마지막 1쪽만 남아 있었음. 그러니까 우리 집이 당첨된 거나 마찬가지.
일단 나는 그걸 가지고 귀찮은 알바를 하러 갔는데, 일하는 틈틈이 수첩을 살피다가 중요한 사실을 깨달음. 그날 저녁 온 가족이 모인 가운데 추리소설 결말의 탐정 브리핑처럼 내 추리를 설명함ㅋㅋㅋㅋㅋㅋ “근데 잘 보니까, 이게 다 한 사람이 쓴 거더라고. 여러 사람처럼 보이려고 글씨체를 다 다르게 했지만, ‘ㅏ’ 세로획을 둥글게 꺾어서 쓰는 특징 같은 게 다 똑같아. 그래서 생각해봤는데, ......(잠시 뜸들이고) 사이비종교야. 사람 끌어들이려고 낚시한 거라고.”
얼토당토않은 논리지만ㅋㅋㅋㅋ 꿈이니까 그렇다 치고, 아무튼 그 수첩은 복권당첨이 아니라 미끼였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 하지만 비록 사이비 신도였더라도, 그 낚시를 위해 두꺼운 수첩 한 권을 글씨체까지 바꿔가며 손글씨로 채운 그 사람의 노력과 집념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그렇게까지 했던 그 사람의 마음은 뭐였을까. 이거 꽤나 의미심장한 꿈 같은데?(나중에 생각하니 군산 여행 때 읽은 게스트하우스 방명록의 영향으로 이런 꿈을 꿨던 듯ㅋ)
(상황설명: 독립출판물을 유통하는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지만, 나는 여러 독립책방에 입고문의 메일을 보낸 뒤 입고를 받아주는 곳에 책을 보내고 있음. 그런데 예상보다 답장이 많이 안 옴. 다른 책방들을 더 찾아서 메일을 보내봐야 하는데 차일피일 미루고 있음.
게다가 최근에 입고 거절 메일을 받고 약간의 심적 타격을 받음ㅋㅋㅋㅋㅋㅋ 사실 독립책방은 대부분 소규모라서 많은 책을 들여놓기 어려우므로, 입고를 안 받아줬다고 상처받을 필요는 없음. 하지만 상처받을 필요가 없어도 상처를 받는 게 인간의 마음 아니겠는가?ㅋㅋㅋ...... 그래서 이 문제에 대처하는 마음자세에 대해 집중적으로 생각해보기로 함)
1342. 사실 작가가 거절당하는 건 누구나 겪는 통과의례 아님? 조앤롤링도 숱하게 당한 거절 아니냐고ㅋㅋㅋㅋㅋ 거절의 상처를 창작의 원동력으로 써보는 건 어때? ‘흥, 내 책을 거절하셨겠다? 다음 책은 꼭 베스트셀러로 만들어서 다른 책방들만 보낼 테다!’(못난 생각 같지만 의식의 흐름을 보여주기 위해 남겨둠)
아니면 그냥 진짜 별것 아닌 일로 생각하는 게 정신건강에 낫나? ‘이 사람 눈에는 내 책이 별로였구나ㅠㅠㅠ 뭐가 맘에 안 든 거지? 표지가 별로였나? 내용이 별로였나? 소개글이 별로였나?’라는 식으로 실망하고 고민하고 수치심을 느낄 게 아니라, “이 떡갈비 한번 드셔보실래요?” “앗, 제가 채식을 해서요” 정도의 사소한 대화가 오갔을 뿐이라고 생각해본다면? 이런 상황이면 진짜로 나도 상처를 안 받겠네. 내 떡갈비가 맛이 없는 게 아니라, 그냥 어쩌다보니 상대방이 고기를 안 먹는 사람이었던 거잖아?
그래, 상대방에게는 내가 짐작할 수 없는 자기만의 취향이나 생각이나 개인사정이 있고, 누군가의 기준과 달랐다고 해서 내가 뭘 잘못했거나 내 책이 별로인 게 아니고, 내가 꼭 모두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노력해도 어차피 불가능하다. 이런 마인드라면 내 쪽에서도 뭔가를 거절하기가 더 쉬워질 수도 있겠어. 거절에 대해 과도한 죄책감이나 미안함을 느낄 필요도 없는 거라고. 그냥 이번에는 인연이 아니었을 뿐.
1134. 와 미쳤다 졸음이 쏟아진다;;; 밥 별로 많이 먹지도 않았는데 식곤증이 이 정도라고?! 이건 좀 너무하잖아...;;; 자, 졸릴 땐 계획이 최고지. 오늘은 뭘 계획해볼까나. 대청소 계획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짜볼까? 아니면 북페어 부스 꾸밀 구상을 해볼까?
아오 그래도 졸려죽겠네 와... 혹시 점심 식후에는 잠깐 낮잠을 자는 게 더 효율적(???)일까? 1. 꼭 모든 일을 효율과 비효율 관점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2. 낮잠을 잠깐만 자고 일어나기 어렵고, 일어나더라도 작업 흐름이 끊겨 다시 시작하기 어려우니 효율적이지도 않다. 3. 먹자마자 눕는 건 건강에도 좋지 않다.
그 생각이나 한번 해볼까? 그림책 워크숍 들을지 말지. 커리큘럼이 상당히 흥미롭긴 하지만, 워크숍에 160을 태우는 게 맞나? 내가 정말 오직 그 수업을 들어야만 그림책을 만들 수 있을까? 기간을 정해 집중적으로 많이 그려보고, 좋은 그림책 많이 보고, 작법 책도 잘 찾아보면 되지 않을까?
그 돈을 벌려면 책을 수백 권이나 팔아야 돼. 한 달도 넘게 먹고살 수 있는 생활비이기도 하고. 책 한두 권을 더 만들 수 있는 제작비이기도 해. 작가에게 더 중요한 건 학비가 아니라 밥값과 재료값이 아닐까? 어떤 화가가 물감 살 돈으로 워크숍 수강료를 내겠어? 그래, 절대 흔들리지 말자. 이 수업은 안 듣는 거야.
(...라고 분명히 결심했지만 그 후로도 계속 흔들리는 중. 사실 1년 전부터 고민했음. 물감 살 돈으로 워크숍 듣는 화가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림 배우려고 유학 가고 대학원 가는 화가는 많음. 아이패드병과도 같은 워크숍병에 걸린 듯함. 정말 사야만 치유되는 걸까... 아아 어떡하지......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
1254. 헐 대박사건! 입고요청 연락 옴!(내가 책방에 문의한 게 아니라, 책방 쪽에서 먼저 입고하고 싶다고 연락준 것) 여수라니! 아싸!!!ㅋㅋㅋㅋ 대감동ㅠㅠㅠㅠㅠ 내 책을 어찌 아시고ㅠㅠㅠㅠㅠ 역시 독립출판이란 일희일비 새옹지마의 연속이로다... 마치 인생처럼...ㅋㅋㅋㅋㅋㅋㅋ (참고로 여수 ‘낯가리는 책방’임. 복받으세요...)
1701. 도서관 디지털열람실에서 입고문의 5군데 보내고 수락메일도 한 곳 받음(집 컴퓨터는 월·화 오후에만 인터넷이 되게 해놔서 다른 날에 인터넷을 쓰려면 도서관에 가야 함ㅎ). 지금은 영화관에서 광고 보는 중.
1949. 봉준호 단편 <지리멸렬> 재밌더라. 감독의 미래를 알고 봐서 더 그런지ㅋㅋ 1994년 발표작이면 31년 전이라고?! 와... 봉준호 영화 오래했네... 그런데 아직도 한창 활동하는 현역이라니... 부럽다......
1435. 입고하러 온 광화문 스타더스트. 분위기가 엄청난 곳이다. 와... 책방을 이렇게 우아하게 꾸밀 수도 있구나ㅋㅋㅋㅋ 책 구성도 진짜 알참. 화려한 벽지와 태피스트리(맞나?)를 이렇게 멋지게 쓰다니 대단해...! 이런 곳에 내 책이 들어오다니... 아싸 원주 책빵소에서도 입고연락 옴! 흐헤헿ㅋㅋㅋ
2218. 아까 교보문고 그림전시 코너에서 꽤 멋진 그림이 있어 하단 캡션을 보고는 육성으로 “커헉”을 외침. 작가 이름이 ‘이제’였음-_- 아놔... 그래도 영문표기는 다르긴 하더라-_-... 그래 차라리 흔한 이름이 되는 게 나을지도-_- 나와 활동명이 같거나 비슷한 작가들을 볼 때마다 생각한다. 그렇다고 내 필명을 바꿀 필요는 없는... 거겠지......? 10년 전 브런치 가입 때부터 쓴 이름이라고요...
(우리나라에 ‘이○’ 형태의 닉네임이 많은 건 조선시대 왕족 이름이 ‘이+외자’였던 관습이 집단무의식적으로ㅋㅋㅋ 이어져 내려온 게 아닐까라는 아무 근거 없는 생각을 하곤 함. 참고로 양녕대군 이름이 이제였음ㅋ)
아참 그리고 아까 광명아트북페어 참가 셀러들 목록 보는데ㅋㅋㅋ 빈드로잉, 빈종이, 빈책상(나)까지 빈 3총사가 나란히 있더라... 빈공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역시나 많았군. 아악 미친 북페어 2주도 안 남았네ㅠㅠㅠ 부스 어떻게 꾸미냐고...!ㅠㅠㅠㅠ
본가에서 엄마가 압력솥에 콩 쪄줌. 콩밥은 싫어하는데 쪄서 까 먹는 콩은 의외로 맛있었음! 볶은 서리태가 떠오르는 고소한 맛이 남. 똑같은 종자를 심었는데(작년에 키운 콩나물에서 수확한 콩. 링크 참조) 본가 콩은 벌써 풍년이고 내 콩은 잘 뵈지도 않는 꽃만 몇 송이 겨우 피우고 있다니...
2133. 어릴 적 ABE 시리즈의 [부엌의 마리아님](루머 고든)을 읽고 모자이크 기법에 흥미를 느꼈었지(한 아이가 우크라이나에서 온 아주머니를 위해 보석·헝겊·포장지 등으로 꾸민 성모화[이콘icon]를 만들어주는 내용). 그러고보면 [눈보라를 뚫고], [큰숲 작은 집]도 뭔가를 만드는 에피소드가 많았던 듯. 난 어릴 때부터 그런 얘기를 좋아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