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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탔고, 눈물이 자꾸 나왔다

by 황승욱

배가 고팠다. 아내의 진료가 끝나면 같이 맛있는 걸 먹으러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내의 기침이 오래 되긴 했지만, 병이 심각할 거라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2차병원에서 3차병원으로 진료 결과를 다시 확인하러 오긴 했지만, 여전히 병이 심각할 거라는 생각은 없었다.


2차 병원의 담당의는, 폐암을 의심하며 여러 비싼 검사를 제안했다. 나는 과잉 진료이자 비급여 실적을 늘리기 위한 병원의 상술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만 해도 의사는 종양 이야기는 하지도 않았다. CT를 두 번이나 찍었고, 피 검사도 했는데 별다른 요소들이 없었다.


우리는 3차 병원으로 왔다. 그 때 찍었던 CT 영상을 들고. 3차 병원에서 의사는 CT를 보여주며 종양을 이야기 했다.


"폐암으로 보인다. 소세포폐암의 양상이다. 이미 많이 진행 된 거 같다. 90% 그런 것 같다. 입원 후 자세한 검사가 필요하다."


확실한 진단을 위해서는, 조직검사와 PET-CT, Brain Scan 이 필요했다. 하지만 100%를 보장하지 않는 의사들의 화법으로 고려하면, 90%라는 말은 사실상 확실하다는 이야기와 다름 없었다.


토할 것 같았다. 아무 것도 먹은 게 없는 오전이었지만, 속이 울렁거리고 토할 것 같았다.


힘 없이 진료실을 나왔다. 대기가 생각보다 길었고, 나는 시골에 있는 아이를 데리러 기차역으로 바로 가야했다.


믿을 수 없는 결과를 듣고도 아내와 함께 있어주지 못했다. 함께 온 장인어른과 장모님께 맡기고 기차를 타러 가야만 했다.


기차를 탔고, 눈물이 자꾸 나왔다. 울며, 하나님을 원망하며, 이 일의 의미는 무엇일지 생각하며, 또 울며, 그러다 잠이 들고, 이내 깨서 또 울었다.


도착할 때 쯤, 어린 아들을 위해서 울음을 그치기로 했다. 어린 아들의 맑은 마음과 표정을 지키기 위해, 강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2025년 4월 14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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