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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랭 lang Mar 16. 2023

임신을 했다 (6)

뒤질랜드 입성

규모가 큰 산부인과로 전원했다. 처음 다니던 병원에서 계속 주사와 약, 누워만 있을 것을 강조하는 것이 답답해 결국 병원을 나와 즙을 짰고.. 남편이 서둘러 다른 병원을 알아봤다. 초음파를 잘 봐준다는, 맘카페에서 이름을 종종듣던 원장님이 있는 병원. 


원장님은 젊은 남자선생님이었다. 유산기 때문에 주사와 약을 계속 처방받다가 답답해서 왔다는 나에게 '유산될 아기는 뭘 해도 유산되고, 유산 되지 않을 아기는 뭘 해도 유산되지 않으니 주사와 약은 멈춰도 된다'는 말에 속이 시원해졌다. 


사실 내가 바란 것은 공감과 위로와 우쭈쭈였으나 돌아보니 그런 것은 가족과 지인들에게서 받으면 되는 것이고 의사는 정확한 의료지식만 전달해주면 된다. 두번째 의사는 그런 타입이었다. 팩트전달! 혹여나 팩트폭행이 될 수도 있으나 그것은 양날의 검이겠지..


그 후로 신기하게 피는 멈췄다. 그리고 입덧이 시작됐다. 


입덧은 아기가 잘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으나 처음 겪어보는 입맛없음과 집에서 하는 멀미가 꽤나 괴로웠다. '입맛없음'이란 '입맛이 없으니 밥도둑 반찬이나 사서 먹어볼까'하는 그런 입맛없음이 아니라 하루종일 아무것도 입에 넣지 못하게 하는 그런 입맛없음으로써.. 아침에 눈을 떠서 남편이 퇴근할때까지 공복상태로 누워만 있게되는...그런 것이었다. 


또 여기서 '공복상태'란 잔잔한 배고픔과 함께 몸이 가벼운 디톡스 재질의 공복이 아니라 배가 고프다 못해 위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은, '공복통(?)'을 동반한 공복감이었다. 공복이 이렇게나 괴로운 적이 있던가. 임신 전의 공복은 단순 손떨림과 함께 온갖 음식들을 다 먹고싶게 만드는 폭식 준비운동같은 느낌이라면 임신 후의 공복은 음식을 떠올리기만 해도 메스꺼움, 울렁거림을 동반하는 고통의 나라 '뒤질랜드'의 입성 나팔소리 같은 것이었다..


이렇게 아무것도 못먹는데 아기는 뭘 먹고 클까? 그러나 임신전 성실하고도 꾸준히 영양분을 축적해온 나다. 아기는 그런것과 상관없이 잘 컸다. 성장은 내가 할께, 입덧은 누가할래? ^^ 


덕분에 임신 전보다 3키로가 빠졌다. 과체중 임산부로서 잘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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