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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 dwarf Aug 26. 2023

쓰는 것보다 읽는 것이

글을 쓰는 것보다야 읽는 것이 더욱 훌륭한 일이라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글을 읽을 때의 독자는 글쓴이의 일방적인 이야기에 반박하며 실시간으로 화자의 주장을 철회하거나 수정하도록 요구할 수 없다. 다만 중간중간 마음에 들지 않는 구절이 나오더라도 내가 놓친 어떤 중요한 것이 발견되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가지고 읽어나갈 뿐. 이와 같이 말을 하는 사람보다야 진심으로 들어주는 사람이 깊이가 더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은 나보다 상대방의 연약함을 품을 수 있는 성숙함을 이미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모든 작가와 이야기하는 사람이 가볍다는 일반론이 성립되는 것일까? 찬반논쟁처럼 내가 맞으면 상대방이 틀리고 상대방이 맞으면 내가 틀리게 되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에게는 그렇다고 말할 수 밖에 없겠지만, 무엇이든 진짜 듣는 법을 아는 사람이야말로 글쓴이의 머리 위에 군림할 자격이 있는 법이다.


잘 읽는다는 것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듣고 있는 사람과 같다. 대부분이 새로운 것이 아닐지라도 잘 듣는 사람은 스스로 깨닫고 성장하는 삶을 살아갈 것이다. 심지어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에도 가끔씩은 머물러 앉아 도무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쉬어가는 그러한 진중함이 때때로 필요하다.


쓰는 것이 어려워도 듣고 읽는 것만큼 어렵지는 않다. 사람은 미성숙한 상태임에도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는 본능에 항상 이끌리며 이 사람보다야 내가 낫지 않을까라는 망상에 자주 빠지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글을 쓸 때는 그냥 써도 읽을 때는 빨리 읽지 않는 게 좋겠다. 우리가 뒤쳐지는 순간은 쓰는 것보다 읽는 것이 낫고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얻을 게 있다는 것을 잊을 때마다 찾아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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