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길에서 갈색 지갑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늘었다.
그들은 지갑의 ‘힘’을 모른다.
그저 단순히 유행하는 착한 챌린지라 여길 뿐이다.
하지만 나에게, 그 지갑은 지극히 현실적인 자산 증식의 시작이었다.
지갑은 진심에만 반응한다.
나는 그 룰을 아주 정확하게 이해했다.
지갑이 한 번에 주는 액수는 대부분 5만 원권 기준으로 수십 장.
간 혹 한 장,
때로는 열 장,
많게는 오십 장까지 들어 있을 때도 있었다.
처음엔 그냥 놀라웠다.
그다음엔, 두려웠다.
그리고 지갑을 얻은지 5개월이 지난 지금
나는 아직도 돈을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모으고 있었다.
현금은 웬만하면 은행에 넣지 않는다.
계좌, 체크카드, 금융기록은 최소화한다.
나는 지갑이 주는 돈만으로 살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그 돈을 보관할 때는 오직 5만 원권으로만 축적하고 있다.
왜 5만 원권이냐고?
작으니까.
지갑이 반응할 때마다,
그 돈을 일정 수량으로 나눠
봉투에 넣고, 날짜를 적고, 정리했다.
마치…누군가의 기억을 정리하듯.
집 안 창고로 쓰는 방에는 나의 돈이 있었다. 금고도 없이 선반에 그냥 쌓아올려놓은 이유는 문에 비밀번호 키를 달아놓고 거실에는 방범용 홈캠을 설치해두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냥 지금까지처럼 아무도 나에게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라는 습관적인 믿음 때문이었다.
고무줄로 이백 장씩 천만원 묶음
열 묶음을 다시 한번더 1억으로 묶음
내 하루는 단순하다.
낮에는 사람들을 돕는다.
소리를 내지 않고, 이름을 남기지 않고.
그리고 밤이면,
지갑이 준 5만 원권들을 정리한다.
먼지 하나 없이 닦고, 반듯하게 펴고, 같은 방향으로 정리한다.
그것이 나에겐 가장 조용한 부의 기록이었다.
사람들은 가끔 나를 보고 묻는다.
“뭐 하시는 분이세요?”
나는 웃는다.
말하지 않는다.
지갑은,
내가 얼마를 모았는지 관심이 없다.
그건 나만 알고 있는 수치다.
지금까지 쌓은 5만 원권은,
약 4억 5천만 원어치.
딱, 5개월간 모은 진심의 기록이었다.
나는 그 돈을 쓰지 않는다.
그건 목적이 아니라 결과니까.
내가 진심이면,
돈은 따라온다.
내가 순수하면,
세상은 내게 한 장의 용기를 준다.
지갑은 그걸 아는 것이다.
내 꿈은 아주 단순하다.
현금을 오직 5만 원권으로,
딱 100억 원만 모으는 것.
그리고 그 때가 되면 이 지갑이 정말 필요한 사람을 찾아서 전해줄 생각이었다.
그리고 왠지
“착하게 사시면 돈이 옵니다.”
라고 말하고 싶었다.
내가 그렇게 믿고 싶었던 어린시절의 꿈 같은 이야기처럼.
옷장 뒤로 가려진 묵직한 철제 금고가 눈에 보이는 듯했다.
별것 없어 보이는 그것 속에는 수천 장의 진심이 누워 있었다.
지갑은 오늘도,
가방 안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말은 없지만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