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Will Hunting (1997)

by stel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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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 한마디. 그 담대하고도 강렬한 선언이. 윌(will)에겐 강렬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애써 부정하려고 해도 부정할 수 없었다. 그건 내 잘못이 아녔으니까. 짧은 말 한마디의 무게감은 지금까지 비뚤어지게 세상을 바라보며 자신을 방어하던 윌에게 이제는 다시 세상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지금껏 엉망으로 틀어져 있던 자신에게 미안함을 느끼며, 상황 등을 원망하며 그저 비관적으로만 바라봤던 세상에 사과하며 눈물을 흘린다. 멘토링은 말과 행동으로 진행될 때가 많다. 몇 마디의 격려와 멘토들의 따를만한 모습과 행동을 보고 흉내 내면서 멘 티는 모르던 것들을 배운다. 가장 좋은 멘토링은 그 상황에서 제일 필요한 말을 해 주는 것이다. 멘티가 기대하는 것만큼 제대로 따라올 수 있을지를 초조해하지 말고. 그리고 멘티는 멘토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고. 멘토의 말과 행동을 하나씩 흉내 내기 시작하면서. 자신이 몰랐던 것들을 알아가기 시작한다. 자전거를 탈 줄 모르는 아이가 누군가가 붙잡아 주지 않고 혼자 탈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림이 엉망이지만 하나하나씩 기본부터 알아 가면서 그림을 배우기 시작할 때. 기타를 치면서 정말 안될 것 같던 Eb코드를 잡을 수 있게 될 때. 처음 운전을 배우기 시작한 사람이 혼자서 주차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될 때. 어쩌면 사소한 그것들도 처음에 누군가에게 배워서 잘 안되던 것이 어느 날부터 인가 아무렇지 않게 되기 시작하고. 나중에는 누군가에게 알려줄 수 있는 멘토가 될 수 있다. 그것들은 누군가의 말 한마디면 충분하기 때문일 수 있다. 격려나 응원의 한마디나.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주기 위한 조언들 그런 말 들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예전에 어떤 선생님이 서른이 될 때까지 작가가 되려 하지 마라 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 자신은 그 말을 들었음을 원망했다. 마치 서른이라는 숫자의 저주에 걸린 듯. 어쩌면 이십 대의 나는 저 말에 눌려서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살았다. 나중에야 그 말의 의미를 조금 알게 되었다. 서른이 된 나는 이십 대, 십 대 대때의감성말고다른것들을조금더표현할수있다는것을.젊은시절의재기발랄함과번뜩임은아니더라도. 조금 더 깊은 무언가가 내 안에 남게 돼서 그전에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할 수 있게 되는 거라고.


2.
‘사랑해.’라는 말 한마디는 관계를 변화시킨다. 잘 알지 못하던 어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 대해서 마음을 열고 이해하고 싶다는 선언이다. 그 선언이 떨어지고 난 다음부터는 다른 것들은 중요하지 않게 된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던 단점은 가려지고, 저것만은 정말 싫다고 생각되던 몇 가지는, 그것 때문에 좋아,라고 바뀐다. 콩깍지가 쓰인 거다. 이제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라는 말은 앞으로 두 사람 간의 세계가 끝났음을 나직하게 선언하는 것이다. 입에서 나온 '그만 만나.'라는 말은 다른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둘의 추억을 모두 끊어버린다. 사소하지만 무게가 있는 말 한마디 때문에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다는 말이다. 누군가 두 사람이 만나서 어색하게 고백하고 만나고 헤어지고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고 계속 반복해 나간다. 가끔 보면 우리는 사랑하는 것도 어디서 본 것을 흉내를 낼 때가 많다. 그리고 그게 사랑의 올바른 정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흉내 낸 방식대로 행동해야 제대로 사랑했다고 착각한다. 두근거려야 하고, 강렬해야 하고, 계속 이벤트로 상대방을 즐겁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끔은 만남의 설렘도. 이별의 아픔까지도 흉내 기를 하고 있을 때가 많다. 하지만 그렇게 흉내 내기로 배우면서 시작한 사랑은 어느 순간부터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사랑에서, 누군가에게 충고해줄 수 있는 것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조금씩 남들과 같지 않은 자기 사랑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너무 그리워해서 차마 말도 못 건네고 멀리서 한숨만 내 쉬면서 하는 사랑도 있다. 잊고 싶어도 잊히지 않아서 고통받는 사랑도 있다. 왜 사랑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사랑하는 사랑도 있다. 처음 눈이 마주칠 때부터 영원히 사랑하는 사랑도 있다. 단 한순간만 사랑하는 사랑도 있다. 자기 것만을 계속 헌신해야 하는 사랑도 있다. 언제 끝날지도 모를 기다림을 계속해야 하는 사랑도 있다. 절대 이뤄지지 않는 사랑도 있다. 누군가에게 고통을 줘야 하는 사랑도 있다. 사랑하기 때문에 자신을 잃어버리는 사랑도 있다. 얼굴도 기억나지 않지도 생각 나는 사랑도 있다. 이미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랑도 있다. 어떻게 그게 사랑일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밖에 없는 사랑이 너무 많다. 하지만 사랑을 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을 한다. 어떤 모습이든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랑해야 한다고 이미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 말이 얽매인다. 그 말 때문에 사랑한다. 그 말 때문에 이별을 한다. 한마디 말 때문에 계속 살아간다. 한마디 말 때문에 처음부터 아무것도 아닌 게 될 수 있고. 그 한마디 말 때문에 영원이라는 것이 시작될 수 있다는 말이다.


3.
비가 와서 조금은 차가 왔던 10월의 마지막 날, 주변에서 사람들은 진심으로 걱정되는 표정으로 위로한다. 잘했어. 괜찮아. 잘할 수 있어. 걱정 마. 기운 내. 잘 될 거야. 더 잘할 수 있어. 기대할게. 나쁘지 않아. 좋아. 더 열심히 해. 포기하지 말고. 용기를 가져. 너를 위해 기도 해 줄게. 모든 일이 잘 풀릴 거야. 힘내. 너는 할 수 있어. 여러 위로와 격려의 말 들을 하지만. 어쩌면 누군가 ‘울어도 괜찮아.’라는 말 한마디를 해주기를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도 그런 말을 하진 않았다. 귀를 막은 채, 누구의 말도 듣지 않으려 했다. 누군가에게도 위로받고 싶지 않았다. 하염없이 울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눈물이 났다.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울어 버렸다. 눈물이 멈추기를 한참을 기다리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없었다. 그게 더 서러워서 다시 눈물이 났다.


Good Will Hunting (1997)

director - Gus Van S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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