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연애극장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웃집개구리 Jun 03. 2016

그녀의 '덫' #27

이제 사랑할 시간

그와 함께 손을 잡고 걸었다.
집으로 데려다주겠다는 말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나 아직 안 들어가고 싶은데....."


그가 의아한 얼굴로 쳐다보자 난, 조심스럽게


"아니, 그냥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어서, 오해는 하지 말고."


더듬거리며 말을 잇는 날 보며 그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오해할 것 같은데 어쩌지? 자기 눈빛이 좀 응큼했거든. 막 같이 있고 싶고, 만지고 싶고 뭐 그런?"


그 말에 당황스러워


"아니거든? 점점 누구 닮아가나 봐."

"누굴?"

"누구긴 누구겠어? 장시창이지."


그의 눈살이 살짝 찌푸려진다.


"지금까지 참 기분 좋았는데..... 자기가 나에 대해 잘못 생각하는 게 있어."

"뭐가?"

"난 그 녀석을 싫어하지는 않아. 하지만 좋지도 않고. 딱 그 정도야 우리 관계는. 그리고 이건 그 누구 때문도 아니고 그냥 우리가 원래 그래."

"그게 아니고...."

"그리고."


그가 살짝 내 볼을 꼬집는다.


"자꾸 내 앞에서 다른 남자 얘기할래? 그 선배도 그렇고, 뭐 자기 첫사랑이라느니."

"지금 그 얘기가 왜 나와? 그냥 학교 선배야."

"어쨌건 싫어 난. 앞으로 내 앞에서는 내 얘기만 해. 나랑은 우리 얘기만 하고."

"칫. 그러는 지는? 승주인가 뭔가 자기 입으로 전 애인이 어쩌고 저쩌고 했어 안 했어?"

"뭐? 지~는?"

"그리고, 말이 나와서 그런데, 왜 자꾸 집으로 불러들여? 아무리 의사래도 여자잖아. 또 그냥 여자야?"

"내가 병원을 못 가. 앞에만 가도 멀미 날 것 같아."

"그러면 앞으로 만날 일 있을 때 나도 같이 봐."

"일은 어쩌고?"

"내가 월차를 내던 반차를 내던 알아서 할 테니까."

"왜 그렇게까지 하는데? 설마 무슨 일이 있을까 봐? 막 걱정되고 신경 쓰이고 그래?"


알면서 자꾸 정곡을 찌르는 그가 얄미웠다.


"사람을 어떻게 보고, 나 그렇게 의심하고 그런 여자 아니야."

"맞는 것 같은데, 자꾸 코도 킁킁거리고, 지금 긴장했지?"

"아니거든?"


그가 갑자기 '키득키득' 웃기 시작한다. 못마땅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는데, 잠시 후 그가 미소를 지으며 내 두 손을 잡는다.


"있잖아. 난 자기 이런 모습 좋아. 솔직하게 감정 표현하는 거. 그동안은 내 앞에서 자꾸 마음 감추는 것 같아서 솔직히 서운하고 그랬는데, 이렇게 질투도 하고, 걱정도 해주고."

"질투 아니거든? 자꾸 놀리니까 재밌어?"


그가 가까이 다가와 속삭인다.


"키스해줘. 아까처럼."


그의 대담한 말에 난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지만, 이내 그의 손이 내 얼굴을 감다.


"해 줘."

 

눈을 감고 기다리는 그.

그의 깊은 눈매와, 코, 반짝거리는 입술.

그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장난기가 발동해서 그만, 그의 턱을 살짝 깨물었다.

'아얏.' 그가 얼굴을 찡그리더니 '메롱' 장난치며 뛰어가는 내 모습에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는 도망가는 날 따라왔는데, 몇 걸음 가기도 전에 그에게 잡힌 난, 그에게 이끌려 근처 담벼락 아래 기대어 섰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잘 못 뛴다고 하지 않았어? 왜 그렇게 빨라?"

"내가 왜 못할 거라고 생각했지? 응?"


그가 고개를 숙여 다가오자 난 눈을 질끈 감았고, 그가 애태우듯 내 턱을 들어 올리며 속삭인다.


"키스는 이렇게 하는 거야. 깨무는 게 아니고."


그가 내 허리를 끌어안으며 몸을 밀착시켰다.

입술이 얼얼해지고, 몸이 뜨거워지자, 난 거친 숨소리와 함께 그의 리듬에 맞춰갔다.

잠시 후 그의 손이 내 옷깃을 만지작거리며 방황하였고, 그의 눈은 초점을 잃어 희미해졌다.


"못 참겠어 더 이상. 나랑 같이 가자. 응?"


그의 뜨거운 입술과 손에 거의 정신을 잃을 정도로 흠뻑 빠져 있던 난,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고, 이내 그가 날 번쩍 안아 올리더니 성큼성큼 골목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의 집 앞에서 그는 거침없이 현관문을 열었고, 난 여전히 그의 목을 끌어안은 채  안겨있었다.

천천히 거실로 향하는 그. 조심스럽게 날 의자에 앉히더니 무릎을 꿇고 앉아 그윽한 눈으로 바라본다.

그의 손이 천천히 내 얼굴을 타고 내려와 어깨로 향했고, 이어 그가 재킷을 벗었는데, 거실 사이로 비추이는 월광에 그의 단단한 몸이 더욱 돋보였다.

잠시, 내 손등에 입을 맞추는 그의 눈빛이 진지해지며


"괜찮아? 아니면 얘기해줘. 기다릴 수 있어."


나직한 그의 목소리에 난 천천히 고개를 저었고, 잠시 후, 그가 몸을 일으켜 다시 입을 맞추었다.

부드러운 살결이 닿는 느낌에 뜨거운 호흡이 거실 안을 휘감고 있는 그때,  어디에선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주방을 쳐다본 난, "꺄악~!" 기겁을 하며 비명을 질렀고, 무경 역시 놀란 표정으로 같은 쪽을 향하였는데, 주방에 시창이 서 있었다.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손에 물컵을 들고........


"Woops~! Hi there~"







"너, 한국에 언제 왔어?"


옷을 걸쳐 입고 거실 의자에 앉아 있는 무경과 그 옆에 공손하게 앉아 있는 시창.


"음....... 오늘?"

"몇 달간 미국에서 촬영 있다며. 그런데 왜 여기 있어?"

"나 그만뒀어."

"뭐? 왜?"


시창이 머리를 긁적이


"좀 오해가 있어서, 당분간 여기서 좀 지내려고 왔는데 이런 상황인 줄은 몰랐네."

"당분간 보지 말자고 했을 텐데."

"그땐 형이 화가 나서 홧김에 한 말인 줄 알았지. 그런데 아까 엄청 야하더라."


그가 키득거리자, 무경이 벌떡 일어나


"나가."


단호한 무경의 말에 시창이 눈치를 보더니 슬금슬금 몸을 말고는 바닥에 드러눕는다.


"가라고! 안 들려?"

"나 갈 데도 없어. 아잉~"


시창이 몸을 만 상태로 자기 방으로 떼굴떼굴 굴러갔다.

그러더니 방문 앞에서 손을 흔들며


"조용히 죽은 듯이 있을게. 방해 안 할 테니까 하던 거 마저 해. 그럼, 굿 나잇"


그가 방문을 닫고 사라지자, 무경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그 옆에 있던 나 역시 한숨을 지었다.



그녀의 ''은 연속간행물입니다. 1편부터 보시면 스토리 이해에 더욱 도움이 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녀의 '덫' #26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