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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제품 자체의 완성도나 기능의 동작 여부로 품질을 얘기하지 않는다. 품질은 기본이 가지고 있는 당연함 이상의 섬세함이나 경험으로 얘기된다. 그것을 디테일(섬세함)이라 말한다. 마이크로인터랙션은 왜 디테일에 집중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마이크로인터랙션(이하 MI)을 한글로 풀이하면 섬세한 상호작용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이 디자인과 만나면 전체와 부분을 어우르고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사용성을 고려하는 디자인이 된다. 마이크로인터랙션에는 트리거, 동작 규칙, 피드백, 순환과 모드라는 네 가지 줄기가 들어있다.
트리거는 일련의 조건에 의해 계획된 흐름을 말하고, 동작 규칙은 사용자의 상황 맥락 등을 고려한 트리거 실행의 규칙을 뜻한다. 피드백은 보이지 않는 기능과 트리거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추가 정보의 제공을 말하고, 순환과 모드는 트리거의 반복이나 사용자별로 동작 규칙의 점진적 변화를 계획하는 것을 뜻한다.
오랜만의 기술서라 그런지 MI라는 용어만큼 조금 딱딱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UX의 유행과 그로 인해 범람하는 모호한 표현들 사이에서 비교적 디테일에 대해 잘 설명한 책이다. 디테일의 중요성은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다. 하지만 디테일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와 그 맥락을 ‘과정보다 목표’로 빗대 잘 표현해 놓은 부분이 있어 이를 옮겨본다.
“동작 규칙을 디자인하기 이전에, 마이크로인터랙션의 목표를 가장 단순 명료한 형태로 정의해야 한다. … 목표로 설정해야 하는 것이 일련의 과정 중 하나가 아니라 사용자가 원하는 최종적인 상태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로그인 마이크로인터랙션의 목표는 사용자로 하여금 비밀번호를 입력하도록 하는 게 아니라, 사용자가 로그인해서 애플리케이션에 들어가도록 하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MI를 개선할 때 고려해야 할 항목들을 보면 모바일과 개인화를 통해 사용자가 MI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은 눈에 띄게 늘어난다. 물론 그만큼의 디자인 복잡도와 재미도 증가할 것이다. 몇몇 좋은 동작 규칙의 사례들은 지금 하는 프로젝트 디자인의 개선할 부분에 아이디어를 주기도 했다.
디자인의 완성도는 디테일이다. 특히 그 디자인이 인터페이스를 포함하는 경우에 그렇다. 디테일이 부족한 제품은 사용자에게 혼란과 짜증을 준다. 그와 반대로 주의 깊게 디자인된 디테일은 매끄러운 만족감을 느끼게 한다. MI는 순간순간의 경험을 조정하는 것으로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나는 종종 내가 진짜 사용자를 위해 디자인하고 있는지 아니면 일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을 때가 있다. 이것은 전체와 부분을 나누지 않고 디자인, 개발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하게 느끼는 부분이다. 하지만 때론 하찮게 여겨지기도 하는 디테일을 끈질기게 고민하는 순간만큼은 다르다. 그 순간에는 ‘아, 내가 잘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디테일은 그런 것 같다.
이미지 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visualpunch/8749180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