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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석균 May 07. 2021

왜 장바구니 버튼은 잘 안 보일까?

'일단 담아두세요' 가 아니라, '일단 사세요' 가 된 시대

언제부턴가, 장바구니 버튼이 잘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쿠팡의 구매 전 유저 인터페이스 구성

언제부터인가, 장바구니 기능이 잘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어떤 쇼핑몰에서는 장바구니 담기보다 '구매' 버튼을 더 강조하기 시작했고, 어떤 페이지에서는 장바구니 기능을 잘 보이지 않게 숨기기까지 한다. 사실 장바구니 기능을 잘 쓰고 있었고, 사고 싶지만 돈이 없을 때마다(?) 장바구니에 물건을 넣어놓고 매일매일 보는 맛에 살았는데, 어느 순간부턴가 사고 싶은 물건을 바로 구매하게 되는 상황이 펼쳐지고 물건을 받고 왜 샀지? 후회하는 상황이 반복되곤 했다.


사실 마음에 조금 드는 물건을 장바구니 기능 없이 바로 구매하는 행동은 한 사람의 특별한 사례도 아니고, 소비를 참지 못하는 소비중독의 사례도 아닌 2021년의 세상에서 굉장히 자연스러운 현상 중 하나이다. 그 이유는 당신이 소비욕을 주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살 수밖에 없게 유도하기 때문이다. 즉, 당신이 지금까지 많은 물건을 사고 후회했다면 그 원인이 본인 스스로가 아닌, 누구나 걸려들 수 있는 설계 때문일 수도 있다는 점을 상기하며 본 글을 시작한다. 


장바구니에 담는다고, 사는 것이 아닙니다

장바구니 단계에서 구매를 포기하는 비율은 65.23%, 평균 구매전환율은 2.13%입니다.

혹시 장바구니에 사고 싶은 물건을 넣어본 경험이 다들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사고 싶은 물건을 장바구니에 넣은 후 구매하지 않은 적도 있지 않으신가요?


실제 SAP라는 통계 기업에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한국의 온라인 쇼핑 소비자들은 쇼핑을 할 때 ‘가격’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며, 장바구니에서의 구매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또한 가격이라고 합니다. 즉 가격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비싸면 구매를 포기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죠.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 홈페이지

또한 한국의 소비자들은 장바구니를 구매 전 거치는 마지막 단계보다, 일종의 '관심 리스트' 로 활용하는 성향이 크다고 합니다. 물건을 사는 것보다는 내가 고르고 싶은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다른 곳과 비교해서 구매하거나 가격대가 높은 경우 구매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죠. 이러한 사람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 바로 가격비교 사이트입니다. 누구나 더 저렴한 가격에 동일한 물건을 구매하고 싶어하지만, 이러한 성향이 한국 소비자에게는 더 큰 것 같습니다. 위 내용을 쉽게 정리하면 장바구니에 넣는다고 물건을 바로 사는 것이 아니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장바구니 단계에서 구매를 포기하고 이탈하게 됩니다.


결제 과정이 복잡하면 사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 ?

5년 전으로 돌아가 봅시다. 인터넷에서 상품을 구매할 때 여러분은 어떤 페이지와 마주하셨나요?

결제를 하라는 걸까, 인내심을 테스트하라는 걸까?

이렇게 결제를 하기까지 수많은 과정이 필요합니다. 참고로 저 이미지는 가장 많이 보이는 페이지만 넣어놓은 것으로, 실제 페이지에서는 더 많은 과정을 거쳐 구매를 하곤 했습니다. 이 결제 프로세스가 표준 프로세스로 여겨지곤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프로세스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결제 과정이 너무 복잡하거나 컴퓨터 오류가 발생할 경우 구매가 초기화되는 오류라던가, 불친절한 안내문구와 Active X 호환 문제 등 다양한 변수로 인해 고객들이 구매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거든요.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결제 과정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사람들은 자신이 얼마를 소비하는지, 얼마가 줄어드는지 깨달을 확률이 높거든요.


현금보다 카드를 쓸 때 더 소비하는 사람들

실제로 내게 남아 있는 잔액의 돈을 사용할 때보다, 신용카드를 소비할 때 더 많은 금액을 소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구체적인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첫번째. 현금을 쓰는 것보다 카드를 쓰는 게 덜 고통스럽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논문에 따르면, 사람들은 현금 계산보다 신용카드 계산 시 뇌에서 느끼는 통증이 덜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현금은 계산하면 내 손에서 사라지게 되지만, 카드는 계산해도 내 손에서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죠. 또한 잔액이 얼마인지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거든요.


두번째. 월 n원이 주는 함정

앞서 첫 번째 사례를 통해 우리는 소비의 과정이 생각보다 고통을 수반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익혔습니다. 실제로 신용카드는 6개월 할부 등을 통해 재화를 나누어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 경우 내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낮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고통 또한 줄어듭니다. 


우리는 앞서 신용카드가 현금보다 더 많이 소비하게 할 수밖에 없는 심리에 대해 배웠습니다. 그렇다면 온라인에서의 신용카드 결제는 어떨까요? 현금 결제보다 덜 고통스럽고, 더 직관적입니다. 카드를 꺼내 결제를 하기 위해 카드 번호를 입력할 필요 없이 바로 결제가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소비로 인한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결제가 이루어져 소비로 인한 행복감을 극대화시키는 것입니다.


고객들의 소비 극대화를 위해, 장바구니 기능을 의도적으로 숨겼다

위에 있는 내용을 통해 우리가 결론지을 수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장바구니에 상품을 담는다고 상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2. 결제 과정이 복잡하면 이탈 확률이 높아진다.
3. 사람들에게 결제의 고통을 경감시키면 구매 확률이 높아진다

-> 따라서, 장바구니 기능은 존재하도록 하되 최대한 보이지 않도록 숨기자.


그렇다면 기업은 고객들의 소비를 극대화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하고 있을까요? 2021년 5월 기준으로 현재 기업이 취하고 있는 액션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 원클릭 구매 시스템 도입

아마존의 원클릭 구매 서비스

아마존뿐만 아니라 최근 모든 커머스에서 택하고 있는 방법으로, 상품소개 페이지에서 결제완료 페이지를 가지 않고 클릭 한 번으로 계좌 / 카드와 연동해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합니다.


둘. 장바구니 버튼을 의도적으로 보이지 않게 구성

장바구니 버튼을 '바로 구매' 버튼보다 더 주목도가 낮게 구성한 쿠팡의 구매 화면

장바구니 버튼보다 고객들이 바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디자인적으로도 장바구니 기능보다 구매 기능에 더 주목도를 높였습니다. 사람들은 주목도가 높은 버튼이나 이미지에 대해 더 반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셋. 결제수단 저장 유도

신규회원의 경우 결제 시 결제수단을 지정하는데요. 이 경우 '이 결제수단을 앞으로도 계속 활용하기' 등의 문구를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사람들이 일일이 결제수단을 활용해 결제하는 것을 귀찮아하는 것을 이용해 결제수단을 고정시킨 후, 결제의 과정에서 드는 고민을 지우기 위해 결제 시 저장된 결제 수단으로 바로 결제가 이루어지도록 합니다. 이 경우 기업은 고객들의 결제 이탈률을 줄일 수 있고, 고객은 결제에 드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어 만족도가 높습니다.


사는 것을 참기 어려워진 시대

과거보다 더 소비를 참기 어려워진 시대입니다. 소비를 하지 말라고는 당연히 할 수 없겠지만, 합리적인 소비를 하기 위해선 적어도 지속적으로 내가 사용하고 있는 금액을 모니터링하며 되도록이면 소비의 고통을 몸으로 느끼며 버티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는 것이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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