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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나 Oct 24. 2024

태어나보니 지옥이었다

돌 틈에 피어나 짓밟혀도 당신은 아름다운 꽃이다 01

이 세상 대부분의 생명체가 당연하게 누리는 한 가지가 나에게는 처음부터 없었다. 

나를 보호하고 보살펴주는 부모의 사랑,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나는 영원히 알 수가 없는 운명으로 태어났다.


법적으로 내 부모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아동학대범이다.

운이 나쁘게도 아동학대가 범죄가 아니라고 여겨지던 시대에 태어나서 자랐기에 그들은 처벌받지 않았고, 그들의 주장대로 내가 학대를 당했다는 증거도 남아있지 않기에 법적으로 아무 조치도 취할 수 없지만, 그들은 엄연히 비인륜적인 범죄자들이다.

인간의 자격도, 부모의 자격도 없는 쓰레기들이다.


기억이 존재하는 순간부터 나는 끔찍한 학대 속에서 자랐다.

살아있는 것이 기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일 고문 같은 학대를 견뎌야 했다.

나의 어떤 부분이 그들의 신경을 그토록 거슬렀기에 매일 나를 죽이고 싶어 했는지 모르겠지만, 어린아이가 지을만한 죽을죄가 무엇이 있을까 싶다.

가만히 앉아 있던 여섯 살의 나에게 갑자기 눈이 뒤집혀서는 배룰 쑤셔버리겠다고 식칼을 들고 달려들던 그 남자.

믹서기에 넣어 갈아버려도 시원찮다면서 나의 온몸을 할퀴고 물어뜯던 그 여자.

온몸에 피멍이 든 나를 구렁이 감은 것 같다면서 비웃고, 이 년은 이렇게 맞고 자라서 나중에 서방한테도 맞고 살 거라면서 낄낄거리던 그들.


그들의 악행을 고발하거나 지옥 같은 내 어린 시절을 하소연하려고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훨씬 지옥 같은 상황에서 살아야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내가 겪은 아픔이 최악이라고 생각한 적도 없다.

그저 담담하게 이런 인생이 주어진 사람도 있다고 알려주고 싶다.

아동학대가 뉴스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닌, 피할 수 없는 매일의 현실인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그 지옥 속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주변에 관심을 두고 아동학대를 뿌리 뽑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탤 방법을 함께 생각해 보고 싶다.

그리고 나와 같은 아픔을 겪었거나 지금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말하며 안아주고 싶다. 이겨낸 고통의 크기만큼 크고 깊은 그릇의 사람으로 성장했을 테니, 자랑스럽게 각자가 가진 나다움을 지키며 삶을 살아가자고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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