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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iny Jan 04. 2020

뉴욕 현지의 크로스핏 괴물들

크로스핏 생존기(4)

(지난 이야기)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계단을 따라 CrossFIT 212로 향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밤 8시면 한창 크로스핏을 하며 죽어가는 사람들의 신음소리 나 비명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고요하기만 했다. "이거 뭔가 잘못된 거 같아" 느낌이 싸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김에 빈 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어, 용기 있게 크로스핏 입구를 연다. 



생각보다 거대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장소는 낯설지만 한국에서 보았던 익숙한 기구 덕분에 조금은 마음을 놓는다. 로닝 머신, 벤치, 바벨 등 기본적인 시설들도 있고 바벨을 드롭할 수 있는 장소도 보인다. 세상 신기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외국의 크로스핏 박스를 가보다니!!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박스 안을 둘러보는데 등 뒤가 굉장히 따가웠다. 누군가 계속 노려보고 있는 시선이 느껴졌다. 기분 탓인가?라는 생각에 잠시 오른쪽을 바라보았는데 거기엔 뭔가 엄청난 포스의 누님 두 분이 계셨다. 한 분은 팔짱을 끼고 근엄한 표정으로 다른 한분은 엉거주춤한 자세의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와 그런데 표정 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게 바로 그분들의 몸. 사진으로 봤을 때 보다 실제 눈으로 봤을 때 더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셨다. 내가 조금만 까불어도 공중에 들어 반으로 접을 것만 같은 포스. 딱히 잘못한 건 없지만 아무 작은 잘못이라도 일단 저지르고 앞에 가서 '죄송합니다' 하고 사과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내가 박스를 둘러보려고 이리저리 옮겨 다닐 때마다 움직임 감지 센서가 달린 CCTV 마냥 가만히 앉아 목만 돌려 계속 나를 주시했다. 부담을 마구 느끼려는 찰나, 카운터 쪽에서 직원이 다가와 근육 뿜 뿜 누님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대화는 이렇게 주고받았다.


직원 "어떻게 왔어?" 

나 "아, 나 이틀 뒤 뉴욕 떠나는데 내일 오전에 크로스핏 drop-in 할 수 있는지 궁금해서" 

직원 "오 가능해. 우리 크로스핏 홈페이지나 구글에서 원하는 타임 예약하고 돈 지불하고 오기만 하면 돼"

나 "응 알았어 그럼 예약은 내가 알아서 할게"

직원 "근데 너 크로스핏은 your hometown에서 해본 적 있어?"

나 "응, 3개월 정도 한 클린이야. 완전 쪼렙이지"

직원 "어, 괜찮아 그 정도면 따라 할 수는 있겠네. 오전에 내가 있으니까 걱정 말고 와 welcom bro"


마지막 한마디와 함께 직원은 나를 끌어안고 하이파이브를 하는 등 스웩 넘치는 행동을 취했다. 그와 잠시 헤어지면서 칠판을 슬쩍 쳐다봤다. 오늘 마지막 타임 와드로 추정된다. 미국 크로스핏에서는 특별한 와드를 하려나? 궁금해서 운동 내용을 훑어본다.



로잉(조정 머신), 벤치프레스, 백 스쾃, 더블 언더, 풀업(턱걸이), 버피(누웠다 일어났다 박수).. 다행스럽게도 전부 한 번씩 해본 익숙한 운동이었다. (다만 벤치프레스는 PT 받을 때만 해봤고 한국 크로스핏 박스에선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익숙함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즘 이상한 숫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로잉 2000m 버피 70개 더블 언더 400개.. 음.. 음????@@!!!!!! 로잉을 2킬로를 타고 버피는 70개를 하며 더블 언더를 400개를 한다고??? 이건 미친 거다 ㅋㅋ 한국에 있을 때 로잉은 길어봤자 1000m, 버피는 세트당 10~20개 더블 언더는 200개 정도 했는데 뭐 이렇게 운동량이 많아;;; 이걸 제시각에 끝낼 수 있다고? 양놈들 몸땡아리는 무슨 쇳덩어리야?ㄷㄷㄷ


무지막지하고 무식한 운동량에 후들후들 거리며 계단을 올라온다. 내일 와드나 물어볼걸.. 살아 돌아갈 수 있을까.. 걱정하는 마음에 핸드폰을 열어 구글 지도를 연다. 해외에 있는 크로스핏을 예약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직접 그 크로스핏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는 것과 다른 하나는 구글 지도의 온라인 예약 기능을 활용하는 것. 나는 후자를 택했다.



구글 지도 웹이든 앱이든 상관없이 해당 크로스핏을 검색하고 선택하면 위와 같이 '온라인 예약' 버튼이 보인다. (Crossfit 212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현재 온라인 예약 버튼이 비활성화되어 있어서 일단 Hell's Kitchen으로 예시 화면을 캡처했다)


이를 누르면 요일 별 예약 가능한 시간대가 뜨고, 예약 버튼을 누르면 지불방법과 가격대 선택 화면이 뜬다. (이는 크로스핏 박스마다 조금씩 다르다) Hell's Kitchen의 경우 1시간 클래스 두 번 하는데 약 31달러가 필요하다. 원화로 환산하면 대략 3.6만 원 수준. 1회에 대략 1.8만 원 수준이며 한국보다 약간 비싸다.




예약 내역은 구글에서 확인 가능하다. 오른쪽 화면은 구글 온라인 예약기능을 통해 CrossFIT 212를 예약한 화면이다. 오전/오후 여행 일정을 온전히 확보하고 싶어서 좀 심하게 일찍 예약했다. 아침 7시(...)


숙소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6시쯤 일어나서 씻고 준비를 마치고 6시 반에 나가야 했다. 후... 그래도 일단 온라인 예약까지 마치고 결제도 끝내고 나니 이제 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과 함께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렘이 몽글몽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내가 놓치고 간과한 부분이 있었는데 해당 크로스핏이 크로스핏 정식 지부로 등록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정식 지부 등록은 또 무슨 소리인가?


CrossFit은 gym이나 PT 등과는 달리 정식 상표로 인정된다. 따라서 이 브랜드를 사용하기 위해 크로스핏 지부 혹은 연맹이란 단체에 매년 3천 달러를 지불해야 하며 LV1 자격증 취득을 위해 1천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물론 정식으로 지부 등록을 하고 돈을 낸다고 해서 그 박스가 다 훌륭하고 잘 가르치는 것은 아니지만 뭔가 적법한 절차를 밟고 별문제 없이 박스를 오픈하고 운영하고 있다는 반증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내가 체험한 CrossFIF 212가 정식 지부 등록이 되어있는지는 어떻게 확인할까? 바로 아래 사이트로 접속하면 확인 가능하다.


https://map.crossfit.com/?_ga=2.128177547.603129331.1578118628-1738307347.1576863235



뉴욕 맨해튼에 정식 등록된 박스의 현황


위 주소로 접속하면 전 세계 국가 별 크로스핏 개수나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또한 검색을 통해 특정 크로스핏 박스가 등록이 되어 있는지 여부도 확인 가능하다. 만약 크로스핏 박스 이름을 모르고 해당 지역을 방문할 예정이라면 그 지역의 크로스핏 박스의 등록 여부도 확인 가능하다.


안타깝게도 내가 예약한 CrossFIT 212는 크로스핏 지부에 정식 등록된 박스가 아니었다. 이걸 나중에 알았으니. 만약 예약하기 전에 알았다면 크로스핏 월스트리트나 다른 박스에 등록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뭐 별 다른 문제는 없었다. 와드 개수가 좀 무식하게 많았을 뿐.



아무튼 예약을 마치고 잠자리에 든 뒤 다음날 새벽 6시에 일어났다. '여행까지 와서 이게 뭔 고생이지'라는 생각과 함께 '크로스핏을 2주 정도 쉬니 온 몸이 근질거린다'라는 중독 증상이 함께 찾아왔다. 대충 씻고 옷을 입고 새벽의 뉴욕 거리를 나선다. 


노을 지는 하늘 마냥 하늘이 꽤나 예뻤던 이 날은 길거리를 가면서 이상하게 아침 일찍 문을 연 gym이 많이 보였다. 뉴욕 사람들도 참 부지런하구나.. 숙소에서 박스까지는 걸어서 10분 남짓이었는데 어두운 새벽 거리가 무섭다는 생각보다는 여행자의 눈에 잘 보이지 않은 분주한 새벽의 일상이, 기지개를 켜고 있는 뉴욕의 아침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풍경을 하나 둘 눈에 담다 보니 어느새 크로스핏에 도착해 있었다. 어제의 걱정된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거침없이 계단을 내려가 입구를 연다. 어제 만났던 카운터 직원이 반갑게 인사한다. "어? 왔구나? 예약 내역 좀 확인해보자" 간밤에 구글로 예약한 화면을 보여준다. "오케이. 됐네. 옷 갈아입는 곳은 저기야. 갈아입고 나오렴. 준비되면 시설 좀 둘러봐"


지난번 방문 때 포스 넘친 누님들 때문에 자세히 둘러보지 못한 곳을 둘러본다. 일단 라커룸은 여기 박스 뒤편에 따로 구비되어 있었다. 별 다른 잠금장치 없이 그냥 빈 곳에 옷을 놔두면 된다. 탈의실은 남녀 따로 구분되어 있지 않고 4~5칸 정도 되는 개별 샤워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씻으면 된다. 


경황이 없어서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꽤나 깔끔하고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한국에서 챙겨 온 운동화와 운동복을 입고 와드가 시작되기 전 본격적으로 시설을 둘러본다. 



박스는 정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거대했고, 다양한 운동기구들이 널찍널찍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한국에서 보던 익숙한 기구와 기구 브랜드도 보였는데 덤벨, 줄넘기, 케틀벨, 바벨, 플레이트 등에서 묘하게 조금 더 고급지고 기능이 뛰어나 보였다. 역시 현지 크로스핏 박스의 위엄인가.. 맘껏 바벨을 드롭할 수 있던 장소도 굉장히 맘에 들었다. 한국에서 맘껏 드롭하면 눈치 보이는데 ㅠ_ㅠ


7시가 되자 회원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몇몇 회원들은 서로 친한 듯 자기들끼리 잡담을 한다. 나는 쭈그리 마냥 구석에서 혼자 스마트폰으로 염탐하듯 사진을 찍는다. 그러자 몇몇 시선이 나에게 꽂힌다. "저 처음 보는 동양인은 뭐지?" 이 순간 마치 동양인을 대표해서 멋지게 운동을 해야겠다는 쓸데없는 자의식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세션 5분 전 몇 명이 워밍업을 하러 일어난다.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는데... 그 수준이 한국에서 보듯 폼롤러로 뭉친 근육을 펴거나 뭐 줄넘기하거나 스트레칭하는 그런 수준이 아니라 머슬업을 해버리는 거다. 남녀 가릴 것 없이 전부.. 머슬업이란.. 바로 이런 동작..



시작부터 졸아버렸다. 머슬업을 워밍업으로 하는 종족이라니.. 한국에선 워밍업을 머슬업으로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ㅠ 머슬업을 제대로 하는 사람 조차 찾기 힘든데 ㅠ_ㅠ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오늘의 와드를 쳐다본다. 왠지 이상하다. 왜 어제 방문했을 때 보고 경악했던 그 와드가 계속 남아있는 거지?? 왜 그런 거지?!!!


알고 보니 어제 칠판에 적혀있던 와드가 오늘 첫 수업 와드였던 것.. 그러면 로잉 2킬로와 버피 70개 더블 언더 400개를 내가 하는 거라고?!!! 으아아아아아악!!!!!!!!!!!!!!!!!!!! 이제 와서 도망갈 수도 없었다. 코치는 간단히 오늘의 와드를 설명한다. 요약하면..


1번째 와드 10분 로잉 2천 미터 +벤치프레스 최대한 많이 3분 휴식

2번째 와드 10분 버피 70개 + 백 스쾃를 최대한 많이 3분 휴식

3번째 와드 10분 더블 언더 400개 + 턱걸이를 최대한 많이 해방


코치는 바로 스트레칭을 시작한다. 이건 뭐 한국에서 하던 것과 별 다르지 않았다. 가볍게 가볍게.. 문제는 1번째 와드부터였지. 로잉 2천 미터는 타 본 적도 없는데.. 무자비한 코치는 시작!! 을 외쳤고 나는 덩치 거대한 양놈들 사이에 껴서 가녈픈 몸으로 로잉을 저어댔다. 허우적허우적.. 1킬로를 힘겹게 해내고는 별다른 성취감 없이 한만큼 더 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온몸을 짓눌렀다..


로잉 2천 미터를 마치자 이미 온몸이 흐물거리기 시작했다. 시간을 보니 대략 3분여 남은 상황. 벤치프레스로 뛰어들었다. 그런데 너무 오랜만에 벤치프레스를 하다 보니 중량에 대한 감이 안 왔다. 어쩔 수 없이 일단 가볍게? 105파운드로 시작해서 최대한 많이 밀고 다음 와드로 넘어간다. 


운동 중간중간 코치는 내쪽으로 와서 자세를 잡아주고 알려주고 괜찮냐고 할만하냐고 물어보고 파이팅을 전해주었다. 하지만 표정에는 '이러다 얘 죽는 거 아냐?'라는 근심이 가득했다.


버피 70개.. 이거 사람 미치게 만든다. 60개가 지나면 역시 온몸에 뼈가 사라지고 흐물흐물 바닥에 퍼졌다가 힘겹게 일어나게 된다. 박스에 있던 사람들 중 꼴찌에서 세 번째로 마치고 백 스쾃로 들어갔다. 백 스쾃도 시간이 없어서 그냥 105파운드로 진행..


그리고 마지막으로 더블 언더 400개(나는 아직 더블 언더가 익숙지 않아서 싱글로 600개)를 했다. 그런데 줄넘기 기구가 너무 좋았다. 이게 말로 설명하긴 어려운데.. 손에 착 감기고 줄은 적당히 무게감이 있어서 한국에서 할 때 보다 훨씬 빠르게 넘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턱걸이는 한국에서 하던 대로 녹색 밴드로 몇 개를 했다. 


와드를 전부 마치고 나니 코치가 회원들에게 일일이 중량과 횟수를 물어본다. 그리고 아래와 같이 오른쪽에 그 수치를 기록한다. 맨 아래가 바로 나의 결과. 



1번째 와드_벤치프레스 105파운드 18개

2번째 와드_백 스쿼드 105파운드 31개 (칠판에는 13개로 적혀있는데 나의 써티 발음을 썰틴으로 들은 것)

3번째 와드_풀업 22개 (녹색 밴드)


그런데 내가 정말 놀랐던 건 이 날 운동한 사람들이 대부분 무게를 Rx'd로 들었다는 거? 라 Rx'd함은 그 날 할 수 있는 최대 중량을 말한다. 예를 들면 위 사진에서 Bench Press 95/135 이렇게 적혀 있으면 '여자는 최대 95파운드 남자는 최대 135파운드로 들라'는 일종이 가이드다.


그런데 한국에선 Rx'd 중량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런데 여기선 Rx'd 중량을 선택하지 않는 사람이 많지 않다. 뭔가 이상하다!!!!! 전부 굇수들만 모인 건가 금요일 새벽 타임이 뭔가 좀 운동 쟁이들이 모이는 타임인가??



내가 운동하는 장면은 일단 살고 봐야 하니까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다. 그래서 운동을 마치고 환복 한 뒤 다음 세션 회원들이 스트레칭하는 장면을 살짝 담아보았다. 


운동을 마치고 그 뒷 타임 사람들이 운동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면 언제나 즐겁다. 너네도 50분 뒤 얼마나 망가지는지 보자'라는 심술궂은 마음에서 비롯된 걸까.. 위 사진에서 가운데서 빨간 팬츠를 입은 사람이 바로 코치. 바쁠 것 같아서 인사 못하고 쓱 빠져나가려는데 나한테 엄지 척하더니 "씨유" 해준다. 스웩 넘쳤던 코치.



박스를 나오니 아침 8시였고 밖은 이미 환한 상태. 뭔가 인생에 있어 흥미로운 도전을 잘 끝냈다는 성취감 덕분에 날씨는 추웠지만 맘은 따뜻했고 상쾌했다. 한 시간 내내 힘들게 운동해서 온 몸이 힘들었지만 어찌나 발걸음이 가볍던지.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잠시 스타벅스에 들러서 커피를 샀다. 그리고 마치 뉴욕 현지인 코스프레를 하기 위해 이 거리는 익숙해라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여유롭게 걸었다. 다음 여행지에서도 현지 크로스핏에 도전할 수 있는 경험과 용기를 얻었다. 이 글을 보고 있는 크로스피터 분들도 해외여행 가시면 한 번쯤 도전해 보았으면 한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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