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첫인상 30초에서 우리 숙소가 결정될 지 모른다
서울 변두리의 조그만한 에어비앤비를 시작한지 4개월째에 접어들었다.
다행히 6,7,8월은 내가 생각했던 이 숙소의 최대매출을 연이어 기록했다.
이제 비수기에 접어드는 9월,
내 숙소도 명동이나 홍대 주변에 있었다면 12월까지는
리드타임도 길게, 12월까진 빼곡 채웠겠지만
성수기 시즌이 지나간 9월, 역시나 예상했던대로
여행지가 아닌 여파를 체감하는 중이다.
예약률이나 매출의 감소 보다는 예약하는 리드타임이 짧아서 그런지
어느 정도 가동률을 예상하기가 어렵다.
그래도 내가 운영하면서 내 숙소가 위치한 지역의 특색을 알기에
적합한 객실 가격과 최소 숙박일을 양보하지 않고 9월을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요 한달 사이에 내가 숙박업교육을 진행중인 충주와
휴가로 다녀온 목포, 두 곳에서 3곳의 숙소를 경험했다.
내게 숙소는 정말 배움의 장이자 숙박업 운영자로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자극제가 되는 순간들이다.
요즘 숙소들을 체험할 때마다
내가 객실 문을 여는 순간 어떤 분위기와 인상인지
세세하게 살펴보고 기록하는 습관을 기르고 있다.
처음 세팅으로 어떤 조명들을 켜놓는지,
린넨은 어디에 어떻게 놓여져 있는지,
드라이기나 샤워 어메니티들은 어디에 어떻게 놓여있는지
정해진 해답이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숙소마다 참신하고 저마다의 개성이 넘치는
체크인 세팅이 있다.
나에게는 지금도 그렇지만 오래 전부터 숙소를 운영하면서
고객이 처음 우리 숙소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짐을 놓을 때까지
그 찰나의 30초에 대해 깊게 고민하는 편이다.
어지간해서는 그 첫 30초의 인상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고 믿는다.
그래서 지금 내 숙소에서도 어떻게 첫인상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를
테스트해보고 있다.
조명, 집기, 린넨, 음악, 향기.
내가 특별히 신경 쓰는 다섯가지 요소다.
조명의 경우,
숙소가 최대한 멋있어 보이게 조명을 켜두기도 해봤지만
요즘은 조금 어둑하더라도 일부 스팟에만 힘을 들이고 집중하는게
조금 더 좋게 먹히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목포의 카세트플레이어에 갔을 때의
객실에서 세팅되어 있던 어둑하지만 분위기있었던 그 분위기가 좋았다.
너무 칠흑같은 어둠만 아니라면 시선이 분산되는 밝은 분위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으로 중요 스팟에 포커스를 맞추는 조명이 더 괜찮다는 생각이다.
집기의 경우,
기본적으로 샤워 어메니티는 분사구의 각도와 방향까지
흐트러짐이 없는 게 조금이나마 좋은 인상을 주게 마련이다.
그리고 리모컨이나 휴지케이스 등 어딘가에 놓이는 모든 집기는
고객이 쉽게 찾을 수 있는, 미관에 무리가 가지 않는지를 고민해본다.
참고로 욕실 수전의 경우 찬물쪽도 뜨거운물쪽도 아닌
정 가운데에 위치하는 것이 호텔들에서 많이 쓰는 방법이다.
린넨의 경우,
수건이 어떻게 비치되어 있고 어디에 비치되어 있는지를
내가 운영하는 숙소마다 고민하는 편이다.
수건 비치하는 것도 트렌드가 있는 것 같은데
이젠 호텔식으로 돌돌말아 두는 것보다는
풍성해보이게 접어두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발매트도 제 위치에 깔아두는게 맞을지,
수건옆에 같이 두는게 좋을지, 어디에 걸어두는게 좋을지
비치해두고 사진을 찍어보면 숙소에 더 적합한 스타일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의 경우,
코리빙하우스를 시공하고 운영할 때도 느꼈고
마음에 드는 카페나 숙소에 갈 때도 들을 수 있는
은은하고 호감가는 음악은 그 공간의 매력을
배가 시킬 수 있다고 여기는 편이다.
그래서 지금 내 에어비앤비 숙소에는
나름 적당한 볼륨의 내가 선곡한 숙소에 어울리는
선율의 음악이 흘러나오게 하고 있다.
뭔가 숙소가 허전하다면 블루투스 스피커를 활용해서
숙소와 어울리는 음악을 매치시켜보면
확실한 효과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 향기의 경우,
공간은 공간마다 어울리는 향이 있다고 보는데
편백나무숲 주변에 위치한 내 숙소는
입구에는 편백나무향을, 숙소 안에는 아직 테스트 중이지만
새벽안개향이나 은은한 우디향을 내보고 있다.
내 숙소는 나무를 많이 활용한 인테리어라서
우디향 중에서 가장 적합한 향기를 찾아내고 있다.
여기서 숙소에서 풍기는 향기는
절대 진하지는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향이 나네?'라고 생각할만큼의 은은한 향이
에어비앤비 같은 작은 규모의 숙소에는 제격이다.
세달을 운영하면서
30개 남짓 후기들이 달렸다.
그리고 다행히 모두 5.0의 만점으로 기록되고 있다.
나도 많이 신경쓰긴 했지만
여러가지 요소들이 작용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오늘 말한 내가 중요하게 느끼는 첫인상을 만드는 5가지 요소 외에
기술적으로도 리뷰를 유도할 수 있는 몇가지의 방법을
다음에는 기록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