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Last Day In Paris
난 글을 쓰고 며칠 쉬는 동안, 프랑스 니스에서 트럭 테러가 있었다.
내가 프랑스에 방문했을 때도, 옆 나라 벨기에 지하철에서 폭탄테러가 있어서,
지인들로부터 '무사하냐, 파리는 괜찮냐'의 문자를 급히 받았더랬다. (나는 뉴스를 보지 않아 막상 몰랐다)
근데 불과 4개월 만에 다시 니스에서 일어났다.
2번이나 가본 도시고, 엄마와 산책했던 곳에서 벌어진 일이라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다시 한번 테러에 의해 희생된 분들에게 명복을 빈다.
어제 몽쉘미쉘투어를 마치고 들어온 건 거의 12시 반, 씻고 자니 1시가 훌쩍 넘어있었다.
나름 늑장을 부리며 준비하고, 집을 나섰다.
오늘은 파리를 구경할 수 있는 마지막 하루.
그간 보지 못했던 파리 구석구석을 돌아봐야 하기 때문에 꽤 바쁘다.
흑형으로 위험하기로 유명한 몽마르트-
2011년에 남편이랑 여행 갈 때도 흑형과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말을 엄청 들었더랬다.
하지만 구석구석 보면 사랑스럽고 볼 것 많은 이 동네. (이전에 왔던 그대로 엄마에게 구경시켜주려 한다)
Blanche역, '물랑루즈(Moulin Rouge)'에서 관광을 시작한다.
이 날부터는 두 모녀가 사진 찍기에 굉장히 회의적이 되면서 남은 사진이 별로 없다.
물랑루즈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영화 아멜리에서 아멜리에가 알바를 했던, '뢔 되 물랭'이라는 브라세리가 있다. 엄마는 영화를 보지 않으셨기에, 그냥 그런데라고 간단하게 설명하고 패스~
그 길을 쭈욱 따라 더 올라가면, 프랑스의 수많은 화가의 배경이 되어주고, 예술가들의 사교 장소였던
'물랭드 걀레트(Moulin de la Galette)'가 있다.
여기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 보면 볼 수 있다.
여기서도 그냥 그런 곳이다라고 설명하고 쓱- 지나갔다.
올라가며 벽화도 구경하고, 구석구석 골목도 구경하며 '벽을 뚫는 남자'동상이 있는 곳으로 갔다.
이곳은 마르셀에머의 동명 소설 속 주인공을 형상화 해 놓은 동상이다.
2011년 왔던 여행에서 결국,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에서 마르셀에머의 소설을 한 권 샀고,
그 책은 약 5년째 내 침대 머리맡에서 진도가 나가지 않은 채, 수면제 역할을 하면서 놓여있다.
동상을 구경하고, 쭉쭉 사크레 퀘르 성당 근처까지 갔다.
많은 관광객들이 사크레 퀘르 성당에 입장했지만, 그냥 밖에서 하얀 크림케익 같은 성당 외관만 대충 보고,
파리 시내 전경을 구경하고 슬슬 내려갔다.
마지막으로는 Abbesses(아베스) 역 근처의 사랑해 벽을 구경하고 인증샷을 남겼다.
신기한 건 아무리 찾아봐도 I love you는 안보인다는 것~
피곤해진 모녀가 슬렁슬렁 본 몽마르트에 대해서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내가 2011년 여행하고 정리해둔 블로그가 도움이 될 것 같다.
http://blog.naver.com/32miracle/80157508007
프랑스에 와서 그래도 미슐랭 1 스타.. 라도 엄마에게 대접하고 싶었다.
하지만 런던과 파리의 高물가에 깜놀하신 엄마는 싼 것, 싼 것 하신다.
그래도 '언제 또 와서 이런 걸 먹겠어!!'라는 마음으로,
"이럴 거면 집에서 밥 먹지 왜 여행 왔어?!"라는 말로 엄마를 밀어붙였다.
뭐 그래서 선택했던 오늘의 점심. 『Le Christine』
몽쉘미쉘 투어에서 추천해줬던 레스토랑 중에 하나를 선택했다.
모던 파인 레스토랑..이라고 했던가?
아무튼 젊은 요리사들이 운영하는, 점심에는 합리적이 가격에 코스를 운영한다고 했다.
다행히 이동 중에 전화로 예약했는데도, 예약이 가능했고, 막상 갔을 때도 사람이 북적이지는 않았다.
거의 12시 직전에 들어갔는데, 1시 이후에 사람들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식당 분위기도 예쁘고, 음식도 괜찮고, 디저트도 굳~
주변에 이런 분위기의 레스토랑들이 꽤 많았는데, 다음엔 이 근처의 다른 레스토랑도 가보면 좋을 것 같다.
[여행정보]
Le Christine - 1 Rue Christine, 75006 Paris, France
http://www.restaurantlechristine.com/
점심을 먹고, 남편 선물 중에 하나로 남편이 즐겨 신는 '벤시몽'을 사러 갔다.
벤시몽이라는 브랜드 가게는 없었고 'Autour du Monde'에 있다고 하여 찾아갔다.
다행히 Le Christine에서는 도보로 갈 수 있는 거리라 걸어갔다.
생각보다는 종류가 많지 않아서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남편 마음에 드는 하늘색 벤시몽을 구해서
한국으로 잘 모셔갔다.
[여행정보]
벤시몽 구매처 : Autour du Monde Bensimon
54 Rue de Seine, 75006 Paris, France
파리에 왔다면, 아무리 미술관 박물관은 지겹더라도, 오르세나 루브르 중 하나는 가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오르세도 루브르도 재미난데, 어디를 모셔가야 하나 한참 고민하다가...
루브르가 조금 더 가까워서 루브르로 갔다. 늦은 오후에도 루브르에 줄은 어마어마하게 길었다.
쌀쌀하게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허허벌판인 루브르 입구에서 기다리는 건 아닌 것 같았고,
블로그를 폭풍 검색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루브르 빠르게 입장하는 법이 있었다.
지상 매표소도 사람이 엄청 많아 표를 사는 데만으로도 시간을 많이 소비하는데,
지하 아케이드의 Tabac 담배가게에 가면 현금으로 티켓을 판다. 약 12유로 정도 했는데,
줄을 서지 않아도 되니 현금으로 산다고 한들 아쉽지 않았다.
그리고 근처에 박물관 입구로 가면 긴 줄을 서지 않아도 곧장 들어갈 수 있었다.
너무 크고 무엇을 먼저 봐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엄마 눈엔 다 대단해 보이셨던 것 같다.
'어쩜 이게 다 여깄니, 정말 대단하다~' 하시며 이른 아침부터 걸어서 다리가 꽤 아프실 법도 한데,
이리저리 다니시며 정말 열심히 보시고 나를 자꾸 사진 찍으라고 하신다.
(난 미술 작품 앞에서 사진 찍으면 왠지 너무 중국인 같아서 싫은데, 자꾸 서보랜다....)
루브르에서 2-3시간 정도 다리가 불타오를 정도 구경을 한 뒤,
마지막 파리의 icon 에펠탑을 보러 간다.
이른 아침부터 손바닥 만한 파리를 몽마르트부터 생제르망, 루브르 관람까지 했으니,
정말 다리가 내 다리가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마지막 날이라는 것,
에펠탑은 꼭 봐야 한다는 마음에 둘은 힘을 내서 사이요 궁(Chaillot)으로 갔다.
내 욕심에는 사이요 궁에서도, 에펠탑 아래에서도 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엄마를 끌고 갔다.
남편과 갔을 때는 아래 보이는 분수 근처 잔디밭에 사람들이 앉아 쉬고 있었는데, 지금은 앉아있을 수는 없는 것 같았다. 늦여름이었던 그때에 비하면, 푸른 모습은 아닌 에펠탑이었다.
저 아래서 에펠탑 한번 보자며, 엄마랑 또 터덜터덜 걸어가 본다.
정각마다 반짝이는 에펠탑을 보고 싶어,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어둠이 내리기를 기다렸지만,
생각해보니 벨기에 테러로 인해 블링블링한 것은 안 할 것 같다.
아쉽지만, 벨기에 국기로 꾸며진 에펠탑을 보고,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 숙소로 돌아왔다.
런던에 이어, 파리에서의 마지막도 빡세고 힘들었다.
이제 아비뇽 가면 차도 있을 테니 조금 덜 걸을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되새기며,
숙소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