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 LA TENGO Aug 12. 2016

15박 16일 엄마와의 유럽여행

18) 고르드, 엑상프로방스, 아를 ②

고르드에서 설렘과 들뜬 마음을 추스르고, 우리는 다음 여행지 엑상프로방스로 향했다.

엑상프로방스(Aix-en-Provence)까지는 넉넉잡고 1시간 반이 소요된다.

경치를 한껏 구경하며, 룰루랄라 운전을 하고 갔다.



엑상프로방스 (Aix-en-Provence), 너한테 실망이야.

예전에 내가 기억하는 엑상프로방스는 세잔이 가득한 골목골목 예쁜 마을이었다.

하지만 웬걸!!!

아비뇽에서 실망했던 그 마음, 그대로 엑상프로방스에서 느꼈다. 

아- 생각해보니 나는 거대한 쇼핑몰에 주차도 했다. 

마을 입구의 애플스토어가 현재 엑상프로방스의 상업화를 대변해주는 대문 같기도 했다. 

한결 같이 그 자리에 있는 엑상프로방스 입구의 분수
상업화의 상징, 애플스토어


골목골목 관광객은 가득하고, 바닥은 지저분하고, 거리의 예술가는 없는,

돈 벌로 나온 사람들만 가득했다. 정신만 없어서, 괜히 왔나 싶기도 했다. 


우리 집 앞에 엑상프로방스라는 브런치 집이 있다. 사실 오~래전부터 있었고, 

다른 동네에서 오신 분들의 소개팅 명소였다. 근데, 주인한테 묻고 싶다. 

엑상프로방스 다녀오시고 그 이름 지으신 거냐고... 예전에 그곳이 아니니, 이름 바꾸시는 게 좋겠다고...


유일하게 건진 엑상프로방스의 사진 


엄마와 난 서둘러 더 어둡기 전의 아를로 가자며, 쇼핑몰 주차장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웬걸, 너무너무 넓은 주차장이라 차를 한 30분은 찾았던 것 같다. ㅠ-ㅠ

그 이후부터는 주차 위치를 사진으로 찍어서 다녔다. 


아를 (Arles), 흥분의 도가니탕.

내가 써놓고도 웃긴다. 그렇지만 사실이 그랬다.

약 1시간 여를 달려, 아를에 갔다. 


부활절 축제인지 뭔지, 온 동네 사람들이 다 축제 모드로 정신줄을 놓고 있었다. 

역시나 5년 전에 내가 느꼈던 아를은 아니었다.

그 당시 내가 느꼈던 아를은 고흐가 사랑했던 사이프러스 나무가 가득한 동네로 기억됐다.

마을의 장면 장면이 고흐의 그림과 같았다.


그런데, 역시나! 어찌나 상업화되고 더러워졌는지, 

고흐가 사랑했던, 내가 아름다움을 느꼈던 그 도시는 더 이상 아니었다.


예전엔 마을 초입, 나무 아래 주차를 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 조용한 마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주차장도 어찌나 바글바글한지, 

마을 중심에서 15분은 넘게 걸어서, 남의 집 앞에 모르는 척하고 주차를 겨우 했어야 했다. 



마을은 축제의 열기로 가득했다. 

고흐와 관련된 마을의 명소는 정말 흔적처럼 남아있었다.

포룸 광장의 카페테라스는 이제 단물 다 빼먹었다는 듯, 주인이 관리를 전. 혀.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 노란 느낌은 전혀 남아있지 않아서, 사진조차 찍을 수 없었다. (사람들도 별로 없었다.)


흥분의 도가니, 아를 축제


너만을 그대로 이길 바라고 간 곳은, 론 강.  

그나마 그 노을빛이 여전해서 정말 마음이 다행이다 싶었다.

1:1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일단 고흐의 그림을 감상하시고~ 보시길!!:)

My Fav.그림, 고흐의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에
아를의 론 강 1
아를의 론강 2


내가 5년 전 여기서 느꼈던 감동과 벅차오름을, 엄마도 느끼셨는지 모르겠다. 

그 느낌 그대로를 전달하고 싶어, 이리저리 돌아다녔으나... 엄마도 느끼셨을까?


우리는 3개의 도시를 하루에 훑고, 다시 아비뇽으로 돌아갔다.

차를 타고 다니긴 했지만, 하도 빨빨거리고 구경했더니 다리는 좀 아팠다. 


아를에서 아비뇽까지는 약 50분이 소요됐다.

아비뇽까지 다시 50분

위에 보이는 회색 길로 돌아갔던 것 같은데, 

8시가 넘고 어둑어둑해지니, 어떤 시골길은 가로등도 없고, 

왕복 3개 차선 중 가운데 차선은 점선으로 되어, 상/하행 봐가면서 막 달릴 수도 있어서...

굉장히 신경을 써서 운전해야 했다.

(엄마가 더 긴장한 것 같았다. 나를 못 믿었나...ㅋㅋㅋ)


아무튼, 밤늦게 운전하실 분들은 주의해주시길!


그렇게 거의 8시 반이 돼서야, 아비뇽으로 돌아온 우리는,

어제 먹지 못했던 Le VietNam을 다시 찾았다. 인기 식당이라 그런지 사람이 가득했다.


점심을 파니니와 샌드위치로 부실하게 먹었던 우리는,

'얼마나 맛있는지 보자'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마구 시켰다. 

엄마는 베트남에서 먹었던 스프링롤을 먹고 싶다고 했는데, 뭐 시키고 보니 아래 것들만 시켰던 듯.

Le Vietnam의 음식들

엄마가 먹고 싶은 스프링롤은 다음에 사이공에 한 번 놀러 가서 로컬 음식으로 사드려야겠다.

(아빠랑 베트남 살던 시절 먹던, 옛 생각 새록새록 떠오르는 걸로..)


[여행정보]
Le Viet-Nam : 6 Rue Bancasse, 84000 Avignon, France
오픈은 6시 반 이후, 오픈 시간을 철저히 지킴

아무튼, 오늘의 프로방스 여행은 실망도 있었지만, 꽤나 재밌었던 것 같다. 

발길 가는 대로의 여행. 

혹시 이 글을 보는 사람이 시간이 여유롭다면,

엑상프로방스 외에도, 생 레미드 프로방스, 레보드 프로방스 등도 들러보길 권한다. (이번엔 안 간..)

5년 전에 방문했을 때 기억엔 그 도시들이 작고 소박한 프랑스 시골의 느낌이었는데,

그러한 프로방스의 느낌을 느끼고 싶다면, 그쪽을 방문하는 것이 더 맞는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15박 16일 엄마와의 유럽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