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길에 원숭이가 있다

쿠알라룸푸르 알아가기

by 리나

"아빠 뚜뚜! 아빠 뚜뚜!"

"아빠 없어. 아빠 일갔어'"

"시러~~"

"아빠 쉬는 날 아빠 차 타고 나갈까?"

"조아~"



19개월 된 우리 둘째는 말이 부쩍 늘어서 다양한 단어로 의견을 말하곤 하는데 그중 많이 사용하는 단어는 단연코 "뚜뚜"다. 이건 우리 집에서 자동차를 말할 때 쓰는 단어다. 첫째 아이가 아기일 때부터 쭉 쓰다 보니 입에 너무 착 붙어서 둘째까지도 쓰고 있다. 둘째는 장난감 자동차이면 미니카이건, 붕붕카이건 엄청 좋아한다. 안 그래도 이렇게 자동차를 좋아하는데 집에만 있다가 차 타고 밖을 구경했던 게 너무 재미있었는지 드라이브의 맛에 푹 빠져버렸다. 덕분에 지나가는 차를 보면서도 "뚜뚜" , 책 읽으면서 나오는 자동차를 보면서도 "뚜뚜", 자동차 장난감에도 "뚜뚜"라고 좋아한다. 여기에 더해서 매일 아빠 뚜뚜를 타고 싶다며 조르기까지 하고 있다. 하루 종일 "뚜뚜"라는 단어만 못해도 백번은 듣는 거 같다.

아빠 차 타고 나가자는 제안에 아빠가 없어서 안된다고 하면 둘째는 "시러"라고 말하고 나중에 타자는 말에는 "조아~"라고 대답한다. 물론 정확히 이해를 하는 게 아니고 '나중에'라는 말의 의미를 모르다 보니 계속 아빠를 찾는다. 남편이 정상 출근한 지 이제 일주일 정도라 아직 아빠가 집에 없는 게 적응이 안된 거 같다.


둘째의 뚜뚜 타령은 주말이면 우리 가족이 당연하게 드라이브를 가도록 만들고 있다. 이번 주말도 목표를 정하지 않고 일단 나갔다. 차가 움직이자마자 둘째는 "우와", "뭐야?" "꽃!" 등 자기가 아는 단어를 총동원해서 신남은 표현한다. 정말 너무 귀여워서 어디든 매일 데리고 나가고 싶을 정도다. 아이의 귀여움에 감탄하던 나는 남편의 "원숭이 보러 갈래?"라는 질문에 기대감에 가득차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혼자서 있었던 5개월간 이곳저곳 많이 다녔는지 아는곳이 많다. 남편의 현지인 같은 자세에 믿음직함이 솟아난다. 한 20분쯤 갔을까? 몽키아라를 벗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리의 풍경이 많이 바뀌었다. 잘 정돈된 거리와 높은 건물들의 모습이 점점 사라지면서 산이 보이더니 길에서 원숭이를 만났다. 정말 도로 옆에 원숭이 5마리가 주르르 앉아서 뭔가를 먹고 있었다. 쉽게 볼 수 있다던 원숭이를 코로나 때문에 3개월 만에 처음 본 거다. 원숭이들은 차가 지나가던가 말던가 하며 각자 자기 할 일에 몰입해 있었다. 차에 탄 채로 보느라 자세하게 보진 못했지만 동물원에서나 보던 동물을 길에서 본다는 게 참 신기했다. 그렇다고 차에서 내려서 자세히 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사실 좀 무서웠다.

차에 타서 신난 둘째와 원숭이

새로운 경험은 이 정도로 만족하고 우리는 다시 집 근처에 있는 원몽키아라라는 몰로 갔다. 정말 집 가까이에 있는데 들어가 본 건 처음이다. 나 혼자서는 갈 수 있었지만 애들을 두고 쇼핑몰 구경을 다닐 만큼의 여유가 없었다. 이게 뭐라고 두근거리며 들어가자마자 '커피'라는 단어에 놀라고 온통 한국어로 된 분식집의 메뉴판에 놀랐다. 몽키아라는 말레이시아의 한인타운이라 한글을 쉽게 볼 수 있는데도 아직도 신기하다. 넓고 깨끗한 쇼핑몰의 음식점, 마트, 학원 등을 재빠르게 훑으며 어떤 게 있는지 구경을 했다. 역시 재밌는 건 마트 구경이라 한인마트, 현지 마트를 둘러보며 어떤 물건이 있나 구경도 하고 필요한 건 구매도 했다. 한 가지 놀랐던 건 현지 마트여도 한국 물건이 정말 많았다는 거다. 특히 라면 종류는 한국만큼이나 많았다. 역시 한국 라면이 맛있긴 한가보다. 주위 사람들은 내가 이곳에서 온갖 재밌는 경험을 하고 다닐 거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지금 쇼핑몰 방문도 너무 재밌다.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서 구경을 할 수 있다는 거에 이렇게 만족할 수 있다니. 즐거운 주말이었다. 다음 주는 공원을 가보고 싶다. 드디어 백신 맞은 지 2주가 지나서 들어갈 수 있단다. 신난다.

한국의 쇼핑몰과 비슷하다


그나저나 둘째는 자기 전에 꼭 "아빠 좋아"를 반복하다가 자는데 남편의 차 때문인 거 같다. 나도 운전만 할 수 있으면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으려나. 여기서 운전할 용기를 갖지 못한 나는 정말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