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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금숙 작가 Jun 02. 2019

쌀 한가마니!

고구마 모종을 한 손에 꼭 잡고 할머니들 틈에서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부릉부릉 버스가 도착했네요. 저는 제일 앞에 앉았습니다.  앞좌석에서는 정겨운 시골

풍경을 한 눈에  볼 수 있거든요. 아쉬운  점은 버스 배차 간격이 족히 한시간을 넘어  가끔씩만 이용합니다. 마을 버스는 이 동네 저 동네를 도는데 처음에는 어디쯤에서 내려야 할지 몰라 고개를 빼고  이리저리 둘러 보았습니다.  몇번 타니 대략 파악을 해서 이제는 풍경을 즐깁니다. 여행 온듯이 마음도 살짝 들떠구요. 곧 도시락 하나 싸서 제일  먼저 오는 버스 타고 남해 여기저기 다니다 마음에 드는 마을에 내릴 겁니다. 그 곳에서 산책도 하고 놀다가 도시락 까먹고 올  야무진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마을이나 풍경이 아름답고 개성이 있거든요. 마을 입구에서 바람개비가 팔랑팔랑 돌며 놀다가라고 손짓하는 동네도 있구요. 마을 입구에 족히 몇백년은 된듯 보이는 느티나무 아래 정자가 그림 같은 곳도 봐 두었습니다.

시골마을 버스는 도시와 달리 내릴 곳이 다가온다고 사람들이 미리 버스 앞쪽으로 나와 있지 않습니다.  내릴 곳이 다가오면 좌석에서 어느마을 내려요.라고 얘기할 뿐입니다.  버스가 마을 입구에 완전히 정차하면 어르신들이 천천히 좌석에서 일어나

차례대로 내립니다.  어르신들의 안전을 생각해서 인거 같네요. 시골 여러 마을을 돌다가 어느 마을 입구에서 연로하신 할머니가 차를 타려고 하십니다. 앞 좌석에 있던 제가 내려서 할머니 손에 있던 짐을

받아 들고 제 옆좌석으로 모셨습니다. 할머니께서 뒤에 또 하나 있어. 연이어 쌀한가마니! 라고 충격적인 한마디 였습니다.

어쩐다. 저는 아무리 젖먹든 힘을 내도 안되는  

무게입니다.  게다가 지금은 어깨통증까지.

제가 지금 어깨가 아파 쌀가마니는 못드는데

어쩌지요. 난감해 하니 기사님 대화를 듣고

계시다가 후~하시더니 버스에서 내립니다.

쌀가마니를 들고 차에 곧장 탑니다. 그제서야 버스 여기저기서 기사님을 칭찬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할머니는  제 손을 꼭 잡고 고마워 하시며 웃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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