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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현규 Aug 03. 2016

내버려두다

간지럼



나는 간지럼을 많이 탄다. 적어도 네 앞에선 그렇다. 귀, 갈비뼈, 겨드랑이, 허벅지, 무릎, 대퇴부, 아킬레스건, 발바닥까지 어느 곳 하나 예민하지 않은 구석이 없다. 너는 나를 간지럼 태우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것을 나는 네 작고 여린 존재의 방어형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나는 간지럼에 무딘 사람이다. 네가 아무리 내 몸을 간지럽혀도 전혀 괴롭지가 않다. 그저 당신이 귀여울 뿐이다. 하지만 나는 너를 내버려 둠으로써 손을 쓰지 않고도 너를 안아줄 수 있었다. 오늘도 작은 네 손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자지러지며 나는 내 몸이 조금 더 컸으면 더 로맨틱 할거라 상상한다.


어쩌면 정말 간지러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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