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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을 만들었다

by 현진현

소음을 만들었다. 정경화의 바흐를 틀어놓았는데 PC에 먼저 켜놓은 YTN Live도 그냥 두었다. 한덕수 총리의 인터뷰 목소리가 바흐의 바이올린 선율과 협주를 하는 것 같다.

카페의 화이트노이즈 같은 것이려니 하겠지만 그것과는 다르다. 어떤 부재가 요청하는 채움이다. 이 채움이 무슨 가치가 있는지는 나도 모른다. 내가 선택한 결과가 분명함에도 나는 불안하다. 불안한 나를 내려다보는 나도 불안하다. 그런 나를 지켜보는 아내는 더 불안할 것이다.

대학생 큰아이가 학교를 가는 소리가 들린다. 괜히 미안하지만 녀석은 녀석이고 나는 나다. 그리고 나는 사업을 준비한다. 사업을 해 본 적이 없다. 그저 열심히만 하면 되는 걸까?


왜 사표를 던졌을까, 한 달 가까이 자책하지만 괴로울 뿐이다. 아직 퇴직금을 받지 못해 괴로운 걸까? 회사도 돈이 돌면 퇴직금을 주겠지.

곰곰 생각해 보면 이 불안은 아내의 부재가 원인이다. 장모께서 별세하신 지 두 주가 지났다. 아내는 친정에 머물렀다. 잠시 집에 들른 지난주에도 아내는 많이 울었다. 그리고 친정으로 다시 가는 아내를 데려다주었다. 대구는 봄이었다.

집에서의 아침, 배고프지 않냐고 아내에게 물었다. 아내는 창밖으로 시선을 두었다가 나를 쳐다보았다. 그때 아내는 어머님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평화로운 창밖 풍경을 엄마와 같이 바라볼 순간은 이제 다시는 오지 않으리 생각했다고 했다. 물론 나는 애도의 방해자였다.

다시 대구로 가며 아내는 목요일에 돌아올 거라고 했다. 때까지 부재를 견뎌내는 것이 좀 고되다. 지금껏 나를 지탱해 온 것은 직장이라는 외피였나 보다. 그 외피가 벗겨지고 나를 지탱하는 건 나 자신 속에 있지 않았다. 아내가 거실에 앉아있어도 그리움을, 아니 외로움을 느꼈다.

실업자는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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