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고장 난 날

by 현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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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는 차가 고장 났다는 것을 몰랐다. 나는 무진장 땀을 흘리면서도 에어컨이 고장 났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에어컨을 최대한 틀어도 어쩔 수 없구나, 하고 생각했다. 날이 너무도 더웠기 때문이었다. 아마 아내는 속으로 '혹시 에어컨이 고장 난 건 아닐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에어컨이 고장 났다는 사실은, 나중에 아내가 다른 차를 타고 당진에 다녀와서야 분명해졌다. "당신 차 에어컨 고장이야!"


그 정도로 무더위를 느끼던 그날 빛이 강하게 내리쬐는 미술관 정원에서 새롭게 식수한 나무들 사이 그늘 같지도 않은 그늘에서 정원사 한 분이 바닥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계셨다. 잠시 고민했고, 물을 뿌릴 수 있는 호스를 손에 쥐고 계셔서 그냥 지나쳤다. 그렇지 않았다면 분명 저분을 깨워 실내로 모셨을 거다.


차의 에어컨과 지구의 에어컨이 모두 고장 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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