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 12 AM

김정범 / 멋진 하루 OST

by 현진현


김정범

멋진 하루 OST


일찌감치 길을 나섰다.

촛불집회에 가는 길이었다.

내가 사는 아파트 출입구는 마을버스 6번의 종점이다.

그래서 주말이면 버스의 시동은 꺼져있고

기사님은 맛있는 커피를 드시거나 담배를 피운다.

(담배를 피우는 행위에 존대를 할 수는 없으므로)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는 출렁였고 카드를 찍는 단말기가 꺼져있다.

일단 뒤쪽으로 가서 앉았다. 드디어

기사님이 오시고 시동을 거신다.

부릉부릉 버스는 출발한다.

카드를 찍고 오려다 귀찮아서 한 정거장 한 정거장 미룬다.

네거리만 지나면 평촌역, 버스는 신호대기 중이다.

지갑에서 교통카드 겸용 체크카드 한 장만 빼서 주머니에 넣어왔지.

등산복 바지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냈는데 헉, 'GS칼텍스 적립카드'다.

나는 죄송한 마음으로 일단 버스에서 내렸다.

어디 부탁해서 현금이라도 빌려볼까?

이 빌어먹을 아이폰은 전철도 안되냐, 애꿎은 스마트폰을 비난하면서

도너스 가게 앞에서 도너스 냄새를 맡았다. 집으로 가자니

걸어서 20분은 넘게 걸릴 텐데...

무단으로 전철을 타자니 잘못하면 잡히고 말지도 몰라.

나는 이때, 김정범이라는 사람이 만든 영화 <멋진 하루>의

OST 첫곡을 꺼내 들었다.

어찌 이어폰은 제대로 챙겼더라고.


앨범의 모든 곡의 제목은, 모두 시간이다.

첫곡은 <10:12 AM>이다.

영화의 첫 장면은 기억이 안난다.

그냥 이 시간이 좋다. 열 시 십이 분이면

출근하기 딱 좋은 시간이다.

동네를 관조하면서 출근하기 딱 좋은 시간.

오후 5시가 넘어가는데... 마음의 여유를 찾고

'여보 미안해'를 뇌까리면서 전화를 했다.

누구에게? 그녀에게.

"여보, 도너스나 같이 먹을까?"

그녀가 나왔고 거대한 짜증을 부렸다.

우린 콩고물 도너스를 하나씩 손에 쥐고 평촌역에서 헤어졌다.

그리고 집회를 다녀와서 다시 만났을 때는

공교롭게 (거짓말 아님) 앨범의 끝곡인

<11:59 PM>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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