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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지수 Dec 02. 2015

#005. 이규동의 1명을 위한 1300명의 디자인

소방 호스로 가방을 만들기 까지-



소방호스로 가방을 만들기 까지-



회사를 창업한지는 1~2년 정도 됬네요.

평범한 공대생이었던 제가 어떻게 소방 호스로 가방을 만드는 창업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요.


제가 이 일을 하게 된건 아버지의 영향이 커요. 저희 아버지는 소방관이라는 직업 외에도, 다른 사람에게 정말 헌신적인 사람이셨어요. 누군가를 위해서 사는 그분의 삶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며 처음에는 나도 아버지처럼 소방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소방관에 대한 이런 로망이 있었어요. 철저하게 남을 위한 삶이라는 것,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라는 게 정말 매력 적이었어요. 그렇게 소방 관련 학과에 진학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제가 너무 몰랐던 거죠. 소방 관련 학과를 나온다고 소방관이 될 수 있는 건 아니었어요. 소방과 관련된 일에는 직접 현장에서 뛰는 일 외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고, 소방관이 되는 방법도 제가 생각했던 것들과는 너무 다르더라고요. 소방관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시험에 합격해야 하는데, 노량진 고시촌에서 공부하는 건 저랑 정말 안맞았어요.

그럼 내가 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소방관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직업의 선택 기준

그러다가 예전에 들었던 말이 문득 생각났어요.

대학생활중 교회 수련원에서 화장실 청소하는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 저는 그 일이 정말 창피했거든요. 여자화장실도 들어가야 하고, 겉모습만 보고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그 화장실에서 목사님 사모님이 일하고 계신 걸 봤어요.

저는 대체 왜, 이 수련원의 사모님이 화장실 청소를 할까..라는 의문이 들어서 그분에서 물어봤죠. 대체 왜 이런 일을 하시냐고.

그랬더니  그분이 이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나는 이 일의 가치를 느끼고, 나로 인해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게끔 하는 이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이로운 일을 하는데 창피하고 부끄러운 게 어디 있겠느냐”

그 이야기를 통해 느꼈어요.

‘내가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로 내가 돕고 싶은 사람들을  도와야겠다. 소방관 분들을 위해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그렇게 시간이 지나 우연한 기회에 창업동아리에 들어가게 되고, 창업을 위해 공부도 정말 많이 했어요. 밤마다 도서관에서 책으로 창업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접하고, 직접 연락을 취해 그분들의 창업 가치와 경험을 들었죠, 예전에 창업이라면, 치킨집이나 이런 가게들만 생각했었는데 그때 제가 준비, 계획해야 되는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게 됐어요. 구체적으로 실현 방법들을 생각을 해 본거죠.          

그렇게 구체화하는 계획을 통해 생각한 아이디어가 ‘소방 호스로 가방을 만드는 것’이에요. 제 아버지나 친구들 중에서 소방관들이 유독 많았고 그들이 하는 일에 비해서 얼마나 부족한 혜택을 얻고 있는지도 알고 있었죠. 해외에 비슷한 기업들과 직접 메시지로  이야기도해보면서 창업을 준비하고 구체화시키기 시작했어요.    


말 그대로 소방 호스로 가방을 만들어요. 소방 호스에 대해 아는 분들이 많으신지는 모르겠지만, 생각하는 만큼 방수 재질도, 튼튼한 재질도 아니에요. 그래서 소방 호스로 가방을 만들기 위해서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동대문에 나가서 실제 일하시는 분들에게 가방을 만드는 방법을 물어보기도 하고, 소방관들이 실제로 불편해하는 게 무엇인지 찾아보는 현장에 대한 생각을 알게 된 것 같아요.






나를 감싸고 있는 분들을 다시 바라보기

지금은 소방관에 대한 인식을 향상하고, 그들을 조금 더 도울 수 있도록, 가방 이외에 한복이나, 맨투맨 티셔츠 등의 상품도 만들고 있고 소방서에서 패션쇼도 열고 있어요.          

사실 소방관도 누군가의 부모님인데, 우리는 너무 당연하게 우리를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경우도 많고, 그들에게 주어지는 생명수당이나 병원비등은 터무니없이 적고 부족해요. 저는 제가 만든 가방으로 얻는 수익을 가지고 그들에게 장갑을 만들어 드리는 등의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우리 주위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 우리가 안전하게 편하게 살 수 있도록 지켜주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그리고 우리 중 대다수는 그런 것들이 당연하다는 생각에 감사함도, 행복함도 잊고 지낼 때가 많죠.

저는 우리가 감사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래요. 그들도 누군가의 아들이자 아버지인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세상이 오기를 꿈꿉니다.     

요즘 디자인을 배우면서 '디자인'이라는 것을 제 나름대로 정의해 보았어요.

제가 생각하는 디자인을 하는 사람의 가치는 ‘본인의 일을 생각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어요. 본인의 분야에서 자신의 목표를 가장 생각하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나아가려는 방향은

‘1300대 1’입니다. 대한민국에서 한 사람의 소방사가 책임져야 할 국민의 수가 1300명이라고 해요. 저는 그 반대로 1300명의 사람이 한명의 소방사를 응원해주는 세상이 오기를 꿈꾸는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엽서형 일간 캘린더, [오늘도 두근거림]의 5번째 이야기, 이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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