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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리의 라디오 Oct 28. 2021

고정적인 수입을 위해
아르바이트 해볼까?

기대와 실망에 대한 마음가짐

라디오를 하면서 프리랜서로 업무를 하고 있는데요, 프리랜서 업무의 시간은 일주일의 20% 나머지 80%는 실시간 라디오를 진행하고, 유튜브 영상을 찍고 편집하고, 팟캐스트 에세이를 작성하고 업로드하는 일을 합니다.





라디오 외 시간으로 업무하는 시간은 적은 데다가 아직 라디오가 자리 잡지 않았으니 수입은 직장 다닐 때보다 훨씬 적을 때도 있었죠. 초반에는 하루의 시간이 빠듯하게 힘들진 않아서 하루에 3~4시간 정도 아르바이트를 하면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 (나도 고정적인 수입이 필요할 것 같단 말이지.)



프리랜서 하는 친구가 하루에 4시간의 파트 타임으로 근무를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본인의 작업에 몰두할 수 있어 아주 좋다고 하는 거예요. 하루에 8~9시간 근무를 하면 당연히 실시간 라디오를 할 체력도 꾸준히 라디오에 집중할 여견도 되지 않으니 3~4시간이 딱 적당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조금 검색을 해봤습니다.


3~4시간의 파트 타임 근무를 찾으니 몇 곳의 카페와 식당이 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은 약국 보조업무. 집에서 멀지 않은 약국에서 조제 업무를 도와줄 보조를 구한다는 공고가 난 거예요. 일하는 시간은 조금 많았지만, 약국은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스크랩을 해뒀습니다.


일하는 시간대도 라디오를 충분히 할 수 있겠더라고요. 물론 하게 된다면 일주일 열심히 살면서 잠을 줄여가면서 해야겠지만 말이에요. 그래도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프리랜서 시작하면서 시간이 조금 있으니, 인생의 속도를 빠르게 설정해서 살아보자!'



머릿속으로는 약국에 출근하는 모습을 그려봤습니다. 일하는 시간에 맞춰 집에서 몇 시에 나가면 좋을지, 라디오를 할 시간은 몇 시부터 몇 시까지 할지. 유튜브 영상은 주말에 만들면 되겠지? 이런 저런 고민을 했습니다. 마음은 이미 약국에 출근하고 있더라고요. (아직 연락도 하기 전에 말이죠.)


하루 이틀을 더 고민했습니다. 과연 라디오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이 될 수 있을까.그래도 고정적인 수입이 있기 전까지 해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 이틀 고민을 하다 연락을 했습니다. (그래, 결심했어!)


결과는 5분 만에 나왔습니다. 메시지가 도착했어요. 띵동-

[죄송합니다, 저희는 약국 경력이 있으신 분을 구합니다.]


저는 왜 출근하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며 라디오 스케줄을 정리했을까요. 정말 웃기죠? 그렇지만 큰 실망은 없습니다. 아르바이트 자리를 거절 당하자마자 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길은 내 길이 아니구나. 내가 라디오에 더 집중하라는 하늘의 계시구나.



조금 더 어렸을 때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딱딱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직장을 다닌 지 3년 차가 되었을 거예요. 다니던 회사보다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하고 싶어 준비를 하는 걸 친한 대리님께 말씀드렸어요.


"대리님, 저 사실 이직 준비 중인데요. 정말 그 회사에 가고 싶은데, 만약에 안 되면 어떡하죠?"


그랬더니 대리님은 제 이야기를 듣고 차분하게 말씀해주셨어요.


"줄리씨, 미래에 대한 고민은 줄리씨가 하지 말고 운명에 맡겨보세요. 우선 간절하게 기도를 하시고, 될까 말까에 대한 고민은 하지 마세요. 내 길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열릴 것이고, 내 길이 아니라면 안 열릴 거예요. 정말로 가고 싶었던 곳에 못 가게 됐을 때 실망할 수 있지만 그곳이 오히려 줄리씨에게 더 안 좋은 곳이었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 간절히 기도만 하고, 이후의 걱정 고민은 하지 마세요."


대리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내가 하고 싶었던 게 될까, 안 될까 내가 며칠이나 걱정하고 안달한다고 해서 결과가 바뀌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마음가짐을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내가 가야 하는 길이라면 열리고,
아니라면 안 열리겠지.

안 열린다 해서 실망하지는 말자.
오히려 내게 더 안 좋았을 수 있어서
안 열린 것이다, 하고요.


그 마음가짐을 배우고 난 뒤 바라는 것이 있을 때 그렇게 하니 마음이 한결 편했습니다. 바라는 게 어떻게서든 이뤄지기도 하고, 내 길이 아니라서 안 열린 것에 대해 크게 실망하지 않고 지내는 법을 배우게 됐습니다.




라디오를 하게 된 것, 그리고 새로운 라디오를 할 기회를 얻게 된 것. 이것도 모두 내 길이라서 열렸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god – 길 中)


열린 길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앞으로의 길을 더욱 트이게 해주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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