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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리의 라디오 Dec 30. 2021

일만 하니 지쳤다! 취미가 필요해


여러분의 요즘 취미는 무엇인가요? 저는 좋아하는 취미가 여럿 있었습니다(있다는 게 아니라 있었다는 과거형). 좋아하는 음악 들으며 산책하기, 독서, 영어 공부, 영화 보기 등이요. 그렇지만 퇴사하고 라디오를 하며 자리를 잡기 전까지 느긋하게 취미생활을 즐길 여유가 없었습니다. 산책과 독서는 우울함을 가셔줄 수단으로 종종 이용했는데, 꾸준히 시간을 내서 취미를 즐길만한 여유가 없었습니다. 지금은 라디오가 더 중요해! 라디오가 자리를 잡으면 그때 취미를 하자, 창문 밖을 바라보며 다짐했습니다. 그렇게 1년을 보내니 이유 모를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취미금단현상.






설날이 되기 하루 전날, 몸이 피로한지 소화도 되지 않아 골골대며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아파도 책상 앞에서 아프기). 몸이 피로할 때는 업무를 조정하는 편인데, 꼭 해야 하는 그날의 라디오만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시트콤과 영화를 봤습니다. 그런데도 마음 한 켠에 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는지 쉬면서도 불편하게 쉬어서(시트콤과 영화를 불편하게 보는 마음 아실까요) 피로가 좀처럼 낫지 않았습니다.


책상 위에 상체를 눕히며 저도 모르게 이런 말이 나오더라고요. 여행 가고 싶다. 어디 한적한 곳에 가서 일주일, 아니 3일이라도 일 생각 없이 쉬었으면 좋겠다. 가끔은 일 생각 없이 편안하게 자신을 놓아줄 시간이 필요했던 거였죠. 취미생활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설날 3일 동안 일 생각 없이 편안하게 쉬었습니다. 설날 아침, 아침깨워줄리 라디오를 하고 본가로 갔습니다. 가족들은 곤히 자고 있었고, 엄마 혼자 일어나서 저를 반겨줬습니다. 조용히 시간도 보낼 겸, 테이블을 둘러보다가 엄마의 요즘 취미생활인 '보석 십자수'가 눈에 띄었습니다. 엄마한테 같이 보석십자수 하면서 대화 나누자고 했습니다. 한때 인기가 많았던 보석십자수는 색에 맞춰서 작은 보석같이 생긴 것을 하나하나 붙이는 작업이었습니다. 예전에 십자수도 좋아했던 터라 보석십자수도 재밌게 했죠. 하나 하나 자리에 보석을 맞추니 재밌기도 하고 마음이 안정되며 잡념도 사라졌습니다(일석삼조). 제 적성에 딱 맞았죠. 유레카!



설날 동안 엄마의 보석십자수를 뺏어서 많은 시간을 했습니다. 밥 먹고 느긋하게 시간이 남을 때는 보석십자수를 하거나 책을 읽었습니다. 보석십자수를 통해 오랜만의 취미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매일 라디오 생각으로, 쉬어도 마음 편히 쉬지 않았던 제게 이런 취미생활이 필요했었거든요. 설날 동안 읽던 책에서 우연하게도 취미 이야기도 읽었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정신적 발전에
헌신적일지라도 

휴식과 운동과 기분 전환은
반드시 필요하다.

취미란 우리가 자신을
사랑하는 수단이 될지도 모른다.


이 문장에 밑줄을 쫙 그었습니다. 맞는 말이었습니다. 일이나 온갖 생각에서 벗어나 내가 집중할 수 있는, 또는 쉴 수 있는 하나의 취미를 꼭 가져야겠다 싶더라고요. 프리랜서는 혼자니, 내가 일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보장되지 않잖아요. 일과 돈을 놓치지 않으려면 맘 편히 쉬질 못하는 게 프리랜서인데 이전에 무리하다 아팠던 후로 몸이 좋지 않으면 업무 계획을 넉넉하게 잡고 있습니다. 가장 우선순위로 해야 하는 일을 하되, 여유롭게 시간을 두고 해도 괜찮은 업무는 꼭 당일에 하지 않아도 된다고 자신을 진정시킵니다. 굳이 오늘 계획한 업무를 다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요.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고 소통하며 타협하고 있습니다(줄리야, 너 좀 쉬어도 돼. 네, 알겠습니다).



일할 때는 계획형이라 연간 목표, 월간 목표, 일일 업무를 꼭 기록해놓는 스타일입니다. 이달에는 꼭 이것을 해내야 한다고 쪼는 상사이자 그것을 수행하는 부하이기도 하죠. 주간업무를 컴퓨터 눈앞에 보이는 곳에 두고, 매일 일기를 쓸 때마다 매달 목표를 한 번씩 보는 편이라 제가 한 계획들을 지나치기가 쉽지 않습니다. 내일은 마무리 해야지, 이번 주에는 꼭 해야지, 그렇게 다짐하다보면 맘 편히 쉴 시간이 나지 않더라고요.


이번 설날에 3일 동안 푹 쉬면서 깨달았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취미생활도 필요하구나. 이사하고 나서 로망이었던 턴테이블에 LP 판으로 퀸 노래를 들을 수 있는데도, 마냥 라디오 작업실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아 음악을 듣는 시간도 즐기지 못했습니다. 이제 하루에 1시간은 취미생활을 하는 시간으로 빼두려고 합니다. 1시간 동안 산책을 하든, 보석십자수를 하든, 독서를 하든가요. 그래야 삶의 활기가 돌아 라디오에서도 활기찬 목소리를 낼 수 있겠죠? 목소리는 정말 거짓말을 못해요. 기운이 없는 것도, 활기가 없는 것도 다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저와 저의 일상을 사랑하기 위한 수단으로 취미생활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그래서 줄리는 지금도 하루 중 취미를 즐기고 있답니다. 취미 만세!




▼ 원데이 취미였던 퍼즐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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