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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은 바닥에서부터

by 잠바

마흔이 되어 이제 서울에 집을 샀다. 현재 부동산 대책이 시끌시끌한 반응이다. 나와 아내는 간신히 이번 규제 직전에 매매 관련 준비를 마친 상황이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계약을 하고 계약금을 내고, 이제 잔금이 남은 상황이다.


인테리어 업체도 찾아 우리의 첫 집에 대해 꾸미고 들어간다. 적지 않은 비용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 첫 집인 만큼 욕심도 난다. 공사를 위해 보관이사를 하고 장모님 장인어른 댁에서 한 달을 살기로 했다. 보관이사다 보니 현재 전셋집의 남은 계약기간 보다 일주일 정도 먼저 집을 뺏다.


어차피 보관이사해야 하기도 하지만, 짐을 좀 더 먼저 뺀 건 이사비용 때문이다. 빼는 이사 한번, 넣는 이사 한번 총 2번의 이사가 진행된다. 비용도 두 배다. 그러다 보니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했다. 이사비용은 사실 정찰제에 가깝게 일반화되어 있어서 가변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건 날짜뿐이다.


이 날짜는 <손 없는 날> 이냐 아니냐로 나뉜다. 음력으로 0과 9가 끝자리인 날이 손 없는 날인데, 대한민국에서는 아직 많은 사람들이 이 손없는 날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이사 비용은 상승한다. 이 날짜를 피하면 30만 원 이상 절감할 수 있다. 아내와 나는 미신보다 비용이 먼저였기에, 날짜를 조정하여 당기는 선택을 한 것이다.


그러면서 일주일간을 짐을 뺀 집에서 (물론 약간의 옷가지와 칫솔 치약은 남겨뒀다) 살고 있다.


서론이 좀 길었지만, 결론은 행복하다.

5년 전 신혼집으로 처음 들어오며, 침대도, 가전도 하나씩 들어오는 일정이라 바닥에 이불을 깔고 며칠 생활했던 일이 있다. 신혼으로 바닥에서 시작한다는 게 이런 건가 싶은 시기였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우리 둘은 풋풋했던 때를 떠올린다. 요즘 며칠이 바로 이런 생각이 다시금 떠오르는 시기다.


새로운 시작에 앞서 정신없지만, 둘이서 다시금 그때의 시작을 떠올리고 있다. 불확실하고 정신없는 긴 호흡의 과정을 혼자가 아닌 아내와 함께 우당탕탕 하고 있어서 행복하다.


농담으로 눈 감았다 뜨면 1월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과정에서 느껴지는 소소한 행복을 즐겨보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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