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30일
2024.04.05(금)
엄마는 네 발의 쿰쿰한 냄새가 너무 좋아서 가끔 엄마 배에 앉혀두고 엄마 코에 네 발을 가져와 킁킁대곤 한다. 그러다가 네 발을 네 코로 가져가 ‘으 냄시 쿰쿰한 냄시 어때?’ 이렇게 장난을 치기도 해. 그러면 진짜 냄새를 맡는 건지 코에 무언가 닿아서 싫은 건지 찡그리는데 얼마나 웃긴지 몰라. 그렇게 발에 대한 인지를 한 걸까? 요 며칠 사이 엉덩이를 들어 다리를 하늘 위로 뻗고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처음에는 왜 뒤집기로 안 가고 저러고 가만히 있을까 했는데 알고 보니 네 발을 탐구하는 거더라고. 발까지 손이 안 닿아서 하늘 높이 발을 올리고 애꿎은 바지춤만 잡아당기고 있는 거지. 그러다 어제는 한 손으로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한 발을 움켜쥐는 데 성공하더니 오늘은 양팔 모두 두 발에 닿질 않겠니? 이제 손이 닿으니까 더 자유롭게 발을 관찰하고 만져보면서 탐구하더구나.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네 손을 바라보며 이게 내 손인지도 모르고 열심히 탐구하고 입에 넣는 것도 한 번에 못 넣어 코를 쑤시곤 했었는데 어느새 그 손으로 발도 야무지게 움켜쥐고 뒤집기를 한 상태로 장난감을 움켜쥐고 놀 정도로 컸다니. 한동안 발을 탐구한다고 엉덩이를 들어대는 통에 허리 밑으로 기저귀가 내려가 똥과 오줌이 새는 일이 잦아질 것 같지만. 그게 대수니! 엄마아빠는 너의 성장을 응원해!
아 그리고 엄마의 달리기 모임 게시글에 네가 발을 탐구하는 사진을 올렸는데 한 분이 요가의 ‘행복한 아기 자세(해피 베이비 포즈)’가 생각난다고 하시는 거야. 어디서 많이 본 익숙한 포즈다 했더니 엄마가 좋아하는 요가 자세 중 하나였어! 세상에 이 자세 이름이 왜 행복한 아기 자세인지 이제야 깨달았다. 괜스레 너와 함께 요가도 하고 달리기도 할 날이 너무 기대되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