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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rinsk Mar 15. 2019

[OsE] 인센티브를 실증하다.

파산법의 변화와 원유 시추업자의 행동 변화 

출처: https://www.aeaweb.org/research/charts/oil-drillers-large-small-bankruptcy-insurance-requirement


경제학에서 인센티브는 중요하다. 모든 경제원론 시간의 앞 머리에는 "경제학은 제한된 자원을 둘러싼 인간의 선택을 다루는 학문"이라는 풍의 이야기가 꼭 나온다. 인센티브란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 이유의 목록 같은 것이다. 만일 이 목록이 바뀌면 인센티브도 바뀐다. 그리고 인간의 선택도 바뀔 수 있다. 


여기서 행위자가 이기적이냐 최적화를 하느냐 따위의 방법론적인 문제는 잠시 넣어두자. 오늘날의 경제학에서 중시하는 것은 이런 근본적인 (따라서 답을 내기 힘든) 질문이 아니다. 오히려 관심을 두는 질문은 그런 행위를 뒷받침할 수 있는 모형이 정합적인가 그리고 실증할 수 있는가 ,이다. 자료를 통해 엄밀하게 확인하는 절차가 중시되는 시대에 행위자에 대한 '가정'은 사실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만큼 경제학도 교조에서 실용으로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을 터다.  


문제는 경제학의 핵심에 놓인 이 인센티브라는 녀석을 실증하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앞서 시리즈에서도 말했지만 경제학에서 '실험'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실험에 준하는 상황이 만들어지면 대개의 사회과학자들은 몹시 흥분한다. 오늘 소개하는 연구 역시 실험에 준하는 상황에서 인센티브를 실증한 논문이다. 


미국의 파산법은 꽤 관대하다. 사업을 하다보면 언제든 망할 수 있다. 실패한 회사를 정리하는 과정, 더 정확하게는 사업의 과정에서 발생한 부채를 청산하는 절차를 관대하게 하면 경제의 흐름이 원활해질 것이라는 철학이 깔려 있다. 거시적으로 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논리다. 그런데 미시적으로 보면 좀 걸리는 게 있다. 미시 경제학은 기본적으로 인센티브에 기반한 사고 방식 위에 서 있다. 만일 파산법이 (지나치게) 관대하다면 기업가가 자신의 프로젝트를 선택할 때 보다 위험한 것을 선호하지 않을까?성공할 확률은 낮지만 성공 시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득이 매우 큰, 반대로 실패 했을 때 져야 하는 부담은 작은 그런 '위험한' 프로젝트 말이다. 관대한 파산법이 이런 '모럴 해저드'를 조장하지 않을까? 


위 논문의 저자들은 2001년 텍사스 주에서 새롭게 통과된 원유 시추업에 대한 법에 주목했다. 이 법에 따르면, 원유 시추업자는 프로젝트가 끼칠 잠재적 피해가 자신의 자산 가치보다 클 경우 보험을 구입해야 한다. 셰일 오일 시추가 활성화되면서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가 커진데 따른 대응이었다. 


제도나 법의 변화는 일종의 '자연실험'에 해당한다. 이 변화의 직전과 직후로는 관찰 대상의 큰 차이가 없다고 가정할 수 있기 때문에 직전과 직후의 두 대상은 일종의 쌍동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둘 사이의 발생한 해행동 변화의 원인을 법 혹은 제도의 변화라고 추론할 수 있게 된다.  

텍사스 주에서 법의 변화에 따라 변화된 원유시추업의 인센티브를 무엇으로 측정할까? 이런 걸 잘 잡아내는 게 학자의 실력일 것이다. 법에서 잠재적인 피해를 측정하는 방법은 프로젝트의 규모 그리고 해당 시추 업체의 운용 관행 혹은 행태이다. 시추업체의 행태가 적발된 규칙 위반 횟수에 반영된다면, 적발된 규칙 위반 횟수의 변화를 살펴봄으로써 인센티브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1. 그림에서 보듯이 대형 업체의 경우 법의 변화에 따른 큰 변화를 겪지 않았다. 아마도 대형 업체의 경우 법이 규정하는 부분을 여러가지 이유로 (언론 등을 통한 사회적 압력) 사업상 이미 고려했을 가능성이 높다. 

2. 소형 업체의 경우 변화는 확연했다. 법 통과 전후로 1,000개의 시추 계약 당 규칙 위반 건수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줄었다. 


한가지 주의사항: 이런 관찰 결과를 변화의 직후 및 직전 너머로도 확대할 수 있을까? 위 그림으로는 그럴 수 있을 것 같기도 해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해석은 위험하다. 일단 법의 변화 직전과 직후는 분석의 대상이 된 업체들이 거의 비슷한 조건에 노출되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법의 변화 이외에 다른 교란 요인이 발생했다고 보기 힘들다. 그런데, 법의 변화와 멀어질수록 다른 교란 요인이 끼어들기 쉽다. 즉 '자연실험'의 조건이 깨지게 되고 이 경우 '인과관계'를 주장하기는 어렵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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