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속의 불평등
출처: https://obamawhitehouse.archives.gov/blog/2013/06/11/what-great-gatsby-curve
요즘 '개츠비'라고 하면 아이돌 그룹 출신의 누군가가 지었다는 본인의 별명이 먼저 떠오를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위대한 개츠비"가 왜 그렇게 위대한 작품인지 잘 이해는 못하지만 어쨌든 그 모멘트가 강렬하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겠다. 얼마 전 개츠비와 관련된 유명한 내러티브를 만든 훌륭한 경제학자가 타계했다. 자살로 알려져 더욱 충격 적었지만, 앨런 크루거가 남긴 경제학의 유산이 우리가 위대하기 기억해야 할 것이 아닐까, 한다.
2012년 오바마 2기 행정부의 경제 자문을 역임했던 크루거는 개츠비를 동원해 갈수록 심각해지는 미국의 불평등이라는 문제를 지적했다. 이른바 "위대한 개츠비 곡선" 자체를 크루거가 만든 것은 아니라고 알려져 있으나, 그가 언급하고 불평등의 문제와 연결시키면서 널리 알려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면 곡선을 보자.
X축은 부의 세대 간 이동성을 나타낸다. Y축은 불평등을 측정하는 지니 계수다. 부의 세대 간 이동성은 어떻게 측정했을까? 이를 위해 세대 간 소득 탄력성(inter-generational earngings elasticity: IEE) 동원되었다. 소득 탄력성이란 아버지 소득이 높고 낮음의 정도와 자식 소득의 높고 낮음이 어느 정도로 연관되어 있는지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소득의 상위 10%였는데 자식도 10% 이내에 들어갔다면 세대 간 이동성은 0이 된다. 이 경우 IEE는 1이 된다. 반대로 아버지가 소득 상위 10%였는데 자식이 10% 이하에 속한다면, 10%에서 멀어질수록 IEE는 0에 가까워진다. 쉽게 말해 아버지의 부와 자식의 부가 높은 상관성을 지닐수록 1에 가깝고 그렇지 않을수록 0에 가깝다.
Y축의 지니 계수는 친숙한 분들이 많을 것이다. 소득을 구성원 모두가 공평하게 나누었을 때 지니 계수는 0이 된다. 반대로 소수가 더 많이 갖게 될수록 1에 가깝게 된다. "위대한 개츠비 곡선"은 이 두 지표 사이에 강한 상관성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즉 세대 간 부의 이동성이 낮을수록 불평등이 심화된다.
왜 이 곡선에 "위대한 개츠비"라는 피츠제럴드의 소설 이름을 붙였을까? 개츠비는 바닥에서부터 알 수 없는 방법으로 꼭대기까지 오른 존재다. 이런 '개천 용'은 어떤 조건에서 더 쉽게 나올까? 부모가 지닌 우위가 자식의 우위로 이전되지 않는 환경에서 개천 용이 나오기 쉽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렇게 나온 개천 용이라고 그 지위는 공고하지 않다. 마치 개츠비가 과거에 이끌려 바닥으로 추락했듯 말이다. 세대 간의 이동성이 떨어질수록 불평등이 사회 전체로 공고화된다. 도대체 무엇으로 이것을 막을 수 있다는 말인가?
이민자들이 인디언들을 내쫓고 자수성가한 미국도 "하면 된다"의 정신이 여전히 강한 나라다. (자식 대학 보내기 위해 부모가 희생하는) "우골탑"이나 "고시의 신화"가 여전한 한국 역시 고도성장의 시기를 거치면서 비슷한 정서 형성해왔다. 한국의 불평등은 아직 미국만큼 심각하지 않지만 속도가 문제다. 불평등이 심화되는 사회에 해독제는 분명 "개츠비가 되고픈 욕망"과는 다를 것이다. 아직 그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2013년 크루거의 백악관 팀이 만들었던 GIF가 걸작이다. 크루거를 기리며 다시 올려둔다.